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은섭 Jan 12. 2021

4차원 세상은 영화 속에만 존재할까?

내 삶과 통(通)하는 수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 ‘쿠퍼’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납니다.

타는 듯한 블랙홀 속으로 들어간 쿠퍼가 우주 끝에서 낯선 공간을 더듬거리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딸과 함께 했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 오래된 과거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4차원 세상’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차원(Dimension)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개념입니다. 길게 뻗어 있는 직선 위에서 위치는 단 하나의 숫자만 있으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선은 1차원입니다. 평면은 2차원입니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의 위치는 두 개의 숫자를 (a, b)와 같이 순서쌍으로 나타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3차원입니다.


방에서 날아다니는 파리를 생각해볼까요? 개미와 달리 파리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선 세 개의 숫자로 순서쌍 (a, b, c)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닥의 위치에서 높이 c를 추가해 준 것이죠.


종이비행기 날리기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려보면 3차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요. 종이비행기의 움직임을 동영상에 담아 전체의 경로를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잠깐 멈추고 어느 순간 비행기의 위치를 숫자 세 개로 이루어진 좌표 (a, b, c)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비행을 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좌표가 만들어집니다. 이 점들을 모두 이으면 전체의 비행경로가 나옵니다. 조금 어려운 수학을 이용하면 전체 경로 또한 함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제 4차원입니다. 4차원에서는 시간이 추가됩니다. 공간좌표 (a, b, c)에 시간이라는 차원 d를 더해 시공간을 (a, b, c, d)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시간의 개념을 추가해 시공간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우주의 4차원 시공간 이야기들을 수식으로 아름답게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유명한 상대성 이론입니다.
(a, b, c)라는 점은 시간 d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 있지만, 시간이 갑자기 변한다면 이 자리는 비어 있거나 다른 사람이 있겠네요.

사실 우리는 4차원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고 할 때, 장소와 함께 반드시 시간을 정해야 하겠지요. 버스나 기차를 탈 때, 시간을 잘못보고 타면 목적지가 달라집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첫 장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4차원 시공간을 즐길 수 있을까요?”


3차원 공간의 이동은 더 빠르게 할 수 있지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 한 달이 걸리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면 한 시간이면 갑니다.
그렇다면, 시간은 어떤가요. 누구에게나 시간이 똑같이 흐르고 있을까요? 시간을 더 빨리 가게 할 수 없나요? 아주 먼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을까요?

다시 영화 <인터스텔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에는 먼지가 쌓인 책장이 나옵니다.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과 시계가 놓여 있고, 잔잔한 영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책과 시계는 영화의 후반부에 또 나옵니다.

아버지 쿠퍼는 우주 끝에서 책장의 책을 떨어뜨리고, 시계 바늘을 돌려가면서 과거의 그들에게 모스 부호를 전달합니다. 시계와 책을 통해 먼 미래에서 온 아버지와 딸이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000년 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생각과 깨달음이 우리에게 섬광과도 같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전해 주게 됩니다.
책을 읽고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오래된 과거의 나와 만나 아쉽거나 어두웠던 그늘과 화해할 수 있습니다. 먼 미래의 나와 만나 희망을 논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비행기나 KTX를 탈 때면 꼭 책을 들고 탑니다. 빠르게 공간을 이동하면서 과거와 미래의 나를 찾아봅니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인생을 살다보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먼 미래의 내가 찾아와 최선의 선택지를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도 책을 펴고 먼 미래의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에듀인 뉴스_ 내 삶과 통(通)하는 수학(반은섭)>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14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