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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c Sep 05. 2015

감 도둑

아빠 미안해.

송 경호는 미국 캘리포니아 모 대학에 컴퓨터 사이언스 계통 박사 과정에 있는 유학생이다. 그는 컴퓨터 분야에서 일 하지만 바이올린도 수준급이서 매우 인기가 많은 학생이다.  그가 이끄는 어떤 주민 모임이 있다. 그 모임이 끝나자 그 집의 주인 되시는 분이 감을 한 봉지 송경호 에게 준다. “누구한테 들었는데 송선생님은 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아이구 아녜요, 잘 먹어요. 누가 뭘 주시면 저는 잘 받습니다. 감사 합니다."감봉투를 두 손으로 받으며 송 경호는 인사를 한다. 송 선생은 감을 한 동안 먹지 않았다. 요즘은 잘 먹는 편이다. 남이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그냥 엉뚱한핑계를 대곤 했다. 송 경호 선생이 감을 좋아하지 않았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 

이 이야기는 오래 전 경호가 초등 학교 다닐 때 일어났던 일이다. 경호가 초등 학교 3 학년 때였다. 경호네는 신촌에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신촌은 정말 촌(村) 이었고 수도라는 것도 없이 우물에서 물을 가져다 먹던 그런 때였다. 경호네 집 마당에 우물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경호네 집으로 물을 가지러 오곤 했다. 경호는 우물 집 아이 혹은 경호 아버지의 직업을 따서 누구 집아이 등으로 불렸고 어른 들은 그런대로 공부도 잘 하고 큰 말썽은 부리지 않고 자라던 경호를 꽤 좋게 평가 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물을 가져 가는데 좀 덜 미안한 것도 있었을 테지만.


경호 친구들이 가끔 경호 때문에 야단을 더 맞을 때도 있었다. 친구들의 부모들은 경호의 친구와 경호를 비교해서 경호의 친구를 더 호되게 야단 치곤 했다. 부모가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나무라는 것이 그 아이를정신적으로 거의 죽이는 것을 그 당시에 많은 부모님들이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 먹고 살 걱정이 태산같던 그때에는 부모님들이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경호가 어떤 잘 못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그런 일이었다. 공부도잘 하고, 잘 생기고, 말을 잘 들고, 욕 한마디 하지도 않고, 또 욕 먹을 짓을 하지도 않고, 코도 흘리지 않고...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정말 코를흘리는 어린아이들이 꽤 있었다. 요즘 말로 모범적인 천사 표 착한 어린이였다.  그런 경호에게 경호 자신도 믿지 못 할사건이 터졌다. 


경호는 학교에서 집에 올 때 동네 아이들과 함께 오곤 했다. 경호 친구 한 녀석이 주머니에서 밤을 꺼내서 먹기 시작하면서 밤을 따러 갔던 이야기를 아주 자랑스럽게 한다. 순식간에 친구 아이들이 그 아이가 말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 아이 중심으로 둘러 쌓였고 그 녀석은 밤의 껍질을 입으로 벗기며 자기와 형이 어떻게 어떻게 해서 밤을 땄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한다.  


경호는 이상한 흥분에 싸이게 되였다. 경호네 집에서는 다른 사람의 산에 밤을 따라 간다는 것은 생각 조차 할 수도없고 남의 집에 배달된 신문에 나온 만화도 못 보게 했다. 경호는 아무도 없는 산에 누렇게 익은 밤이 주렁주렁 열려 있을 것을 상상 하니 정말 한번 가보고 싶었다. 


보모님께 이런이야기를 하면 물론 허락도 나지 않을 뿐 더러 천사 표 어린이로 알고 있는 부모님들께 큰 실망을 줄 것 같아서 전혀 엄두를 내지를 못했다. 그래도 경호의 마음 속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그 산에 주렁 주렁 열린 밤을 한번 딸 수 있었으면 하는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경호 보다 두 살이 많은 신촌 로터리 근처에 사는 양옥집에 사는 형이 경호한테 와서 은근히 묻는다. 너 밤 따러 연세대 뒷산에 가지 나하고 같이 안 갈래 하는 것이다. 야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하고 경호는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찜찜했다. 좀 생각을 하다가 경호는 가겠다고 말 했다. 


교회에서나 집에서 배울 때는 다른 사람의 것을 가져오는 것은 나쁜 짓이며 하면 안 된다고 배웠지만 다른 아이들이 다 한다니까 경호도 정말 한번 해보고 싶었다. 5 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였는데 모두 경호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 이였고 경호만 제일 아래 학년이었다. 밤 따러 가는 아이들은 하나 같이 저 집 아이들은 저런 나쁜 짓 안 하지 하고 칭찬 받는 아이들만 모이게 되었다.  


경호보다 두 살이 위인 이웃집 형이 연세 대학교 뒤 산의 지리를 잘 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누구도 몰랐지만그 형의 아버지가 연세대 교수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믿고 그를 그들의 안내자로 삼았던 것 같다.

토요일 학교가 끝나면 신촌 로터리 나무 있는 데서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이 되었다.경호는 형들과 같이 밤을 따라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집에 책가방을 팽개치고 먹으란 밥도 한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신촌 로터리 가운데 나무가 있는 데로 뛰었다. 길이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뾰죽 튀어 나온 돌에 발이 걸려 넘어 질 뻔 했지만 그래도 마다 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무슨 유행가가 나오고 있었다. 경호는 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듯 신촌 로터리 중앙에 나무가 있는 데로갔다.


아이들은 다모였고 작당은 시작 되었다. 그 나이에 어디에서 그런 발상이 나왔는지 묘한 이야기들을 한다. 키가 제일 작은 경호는 다른 형들이 결정 하는 대로 따르기만 했다. 그런데그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 가운데는 "산지기 아저씨 한데 붙잡히면 어떻게 하고..." 그런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  경호는 참 이상 하다고 생각 했다. 경호친구 이야기로는 아무도 없는 산에서 밤을 땄다고 하던데 지금 가는 곳은 산지기 아저씨가 있는 데로 간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 했으나... 경호 혼자만 특별 나게 구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 갔다. 5 학년혹은 6 학년 형들이 3 학년인 자기를 따라가게 붙여 준것 만도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갔는지모르나 형들 뒤만 졸졸 따라 가니까 정말 밤 나무가 있는 산에 도착 하게 되었다. 연세대 뒷산이었다. 그곳 주변을 보니까 경호네뿐 아니라 학교에서 아는 형들의 얼굴도 보이고 아는 다른 반 아이들의 얼굴도 보였다. 


경호 그룹의아이들은 두 패로 나누었다. 이것이 그들의 소위 작전 이었다. 너무 많이 몰려 다니면 산지기 아저씨에게 붙잡히기가 쉽기 때문에 소규모로 나누어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쯤 해서 어디서 만나자고 했다. 경호는이 산에 처음 와봤기 때문에 경호가 아는 형이 경호를 책임지고 데리고 다니다가 그 곳에 모이기로 했다. 정말 밤나무에 밤 송이가 주렁 주렁 달여 있었다. 그러나 밤 송이에 가시가 있어서 따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떤 나무에는 밤이 하나도 없었다. 누가 이미 다 따간 것이다. 


나무 가지를 꺾어서 밤송이가 붙은 가지를 치기고 하고 높은 나무에 있는 밤은 돌을 던져 따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밤을 줍기도 했다. 밤은 가시가 많아서 발로 밟고 칼로 째야 만 밤이 나오는데 그 작업이 어린 경호에게는 그리 쉽지 않았다. 떨어져 있는 밤들은 거의 쭈그렁탱이였다. 아이들은 열심히 모았다. 아이들은 모여서 작당 할 때 밤을 따고 나면 5 명이 똑 같이 나눈다는이야기까지 했다. 공동작업 공동 분배였다. 얼마나 똑똑 한어린이들 이었던가?


가끔 호루라기부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산지기 아저씨가 정말 있는 모양이다.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숨거나나무에서 내려와서 도망 갈 준비를 한다. 경호는 이리 저리 살펴 보고 한군데에 오래 있지 않는 둥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어 움직였다. 


가끔 남녀 대학생들이 데이트를 하며 산 속을 거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들을 보니 참 멋있게 보였다. 경호네 패거리는 비록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 아이들이지만 지금 도둑질 하고 있고 그 사람들은 나이가 비록 많은 대학생들 이었지만 친구와 정답게 그리고 자유롭게 숲 속을 거닐고 있다. 그 대학생들은 호루라기 소리가 나도 주변을 두리 번 거리지 않아도 되지만 경호는 겁이 났고 몸을 숨겨야 했다. 마음은 보통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심장 소리가 쿵쾅거렸다.


괜히 따라 왔나 이게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등 이런 저런 마음의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을 깊게 생각할 어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하던지 산지기 아저씨한테 들키지 않고 밤을 많이 따서 집합 장소에 모이는 것이 경호의 최대의 관심사였다. 점점 배가 고파 왔으나 참았다. 경호와 같이 있던 그 형이 주변을살피더니 밤을 하나 깎는다. 경호도 하나 깎아 먹어 보았다. 집에서먹던 밤은 맛이 있었는데 왠지 떫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2 -3 개 정도는 먹고 다시 밤을 모으기 시작 했다. 


한 참 동안 밤을 모았다. 지나가던 어떤 순해 보이는 대학생에게 시간을 물어 보았다. 모일때가 다 된 것을 안 경호네는 서둘러 그 장소로 갔다. 그 곳에 가보니 다른 패거리들이 와 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보니 반가웠다. 두 패거리가 모두 무사 한 것을 기뻐하면서 가져온 밤을 다 내놓았다. 꽤많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리 많지가 않다. 


밤을 다섯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중에 키가 제일 크고 몸집이 큰 경찰서장 집 형이 경호의 몫은 적게 하고 나머지 자기 반 아이들은 똑 같이 나누자고 우겨 댓 기 때문에 경호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똑같이 나누기로 하고선...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는 치사한 놈.) 경호는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그 뚱뚱하고 키가 큰 형이 막 억지를 피우기 때문에 꾹 참았다. (할머니는 항상똥이 무서워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하셨는데 이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 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누어 주기만 기다리고있었다.)


경호를 데리고온 형이 치사 하게 처음에 한 약속을 어기냐고 항의를 하고 했으나 역시 그 형도 뚱뚱한 그 형 한테는 역 부족 이었다. 잘 못해서 싸움이라도 나면 그 경찰서장님 형 한데 다 맞는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경호가 오히려 그 형에게 괜찮다고 위로를 해 주었으나 경호의 마음속에는 너 같은 놈들 하고는 다시는 놀지 않는다라는 결심이 굳어 있었다.


(약속도 지킬 줄 모르는 너, 뚱뚱하고 가죽 잠바 같은 것 입은 너, 네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어깨에 무궁화 계급장 달고 일 한다고 자랑하면서 어째 너는 그리 약속을 지키지 못하냐... 치사한 놈, 추한 놈, 머저리같은 놈, 그러니까 그렇게 뚱뚱한 거야 너 그거 알아? 나는너하고 다시는 놀지도 않고, 우리 집에도 못 오게 하구.. 물도 못 가지려 오게 할 거구..  죽는날 까지 너 하구 놀지 않는다 두고 봐라. 너 내가 화 나면 무서운 거 모르지? 겉으론 이렇게 착해 보여도 내가 화 나면 무서운 거 우리 집에서 다 알아. 너그거 알아? 그것 봐 그런 것도 모르니까 그 흔한 우등상 한번 못 타구 니 엄마한테 매일 야단 맞지.. 이 병신 같은 뚱뚱이 바보 놈아!)  


경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기가 할 줄 아는 욕은 다 퍼 부었다. 마음 속에서는 이렇게 부글 부글거리고 있었지만 경호는 그 귀공자 같이 생긴 그 하얀 얼굴에는 아무도 모를 그런 잔잔한미소를 짓고 있었다. 경호에게 온 몫은 다 쭈그러진 것 과 작은 것만 왔다. 경호는 그때 그 뚱뚱한 경찰 서장 집 아이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다. 교회에서는 미워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그 때는 정말 그 자식을 죽였으면 좋을 것 같이 느껴졌다. (화가나니까 교회에서 배운 것은 다 도망 가 버리고 경호 마음속에 깊이 잠자고 있던 악한 마음이 경호를 휘어 잡고 있었다.)


밤을 나눈 뒤 아이들은 다시 뿔뿔이 2~3 명씩 짝을 지어 헤어졌다. 같이다니면 같이 붙잡힐 수 있다는 노우하우를 이 어린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경호를 데리고다니는 형이 자기 몫에서 밤을 몇 개 꺼내서 경호에게 주었다. 경호는 됐다고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너무 좋았다. (와, 이 형 정말 멋있는데... 두 살 차이지만 어른스러워 보이고 정말 존경 하고 싶었다. 늘따라 다니고 싶었다. 믿음직하게 보였다. 나도 이런 경우가생기면 동생들에게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호와 그 이웃 형은 조금 가다가 밤을 몇 개 더 까서 먹었다. 아까 먹을 때 보다는 좀 맛이 있는 듯 했다. 좀 덜 위험 해서였을까?  밥을 먹을 때는 개도 때리지 말라고 하던데 혹시 먹는 것과 정신적인 것이어떤 연관이 있는 것 아닐까?   경호를 데리고 다니는 형이 경호에게 제안을 한다. 밤을 가지고 내려 가다가 산지기 아저씨한테 걸리면 연세대 뒷산에서 밤을 딴것이 증명 되니까 다 먹고 가야 한다고 했다. 경호도 그 의견에 찬성은 했지만 자기 친구들에게 밤을따러 갔다 왔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2 개 정도를 주머니에 살짝 남겨 두기로 했다. 


경호는 나머지 밤을 다 까서 먹은 뒤에 천천히 산길을 걸어 내려 오는데 저 아래에서 아이들의 깩깩 소리를 지르며도망 가는 소리가 들인다. 또 저 놈들 잡아라 라는 어른 들의 소리가 들린다. 산지기 아저씨들이산에서 내려 오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아이들이 밤을 땄는지를 조사 하는 것 같았다.


도둑이 제 발이 저리다고 경호와 그의 친구는 급하게 오던 길을 다시 올라가 왼편 쪽으로 난 길로 무조건 도망쳤다. 한참 가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숲과 나무가 무성하다. 경호를 인도 하던 그 형이 자기도 이제는길을 모르겠단다. 겁이 났다. (누구를 인도 하는 사람은죽어도 모른다는 소리를 안 해야 하는데... 자기가 모르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야 이거 큰 일인데... 산에 호랑이도 있고 여우도 있다고 하던데... 뱀도 있을지 모르는데... )집에다 엉터리로 말하고 이곳에 따라온 것이 막 후회가 되었다. 


배가 점점 고파온다. 고프다 못해 막 쓰라리다. 쭈그렁탱이 밤 열 댓 개먹은 것으로 통 배가 차지를 않는다. 둘 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되었다. 밥이라도 좀 먹고 올걸…......한참 내려 가니까 어떤 아주머니둘이 바구니를 들고 올라 온다. 무슨 나물 같은 것을 하러 산으로 가는 모양이다.  길을 물으니 어떻게 어떻게 가라고 길을알려 준다. 알려 준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니 정말 저 멀리 동네가 보인다. 야 이제는 살았구나. 야 빨리 집에 가서 발 씻고 밥 먹어야지 집이최고야.. 집을 떠나면 고생이야…... 밤 따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 있지가 않네….....이런 생각을 하며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이 내려 갔다. 


산에서 내려와 마주친 동네는 지금 연희동 근처였던 것 같다. 족히 오후 4~5 시경은되었을 것이다. 해가 벌써 산 등에 걸리기 시작 한다. 그동네에 들어가니 너무나 깨끗한 느낌을 받는다. 동네 길은 누가 쓸었는지 몰라도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고길 옆으로 채소 밭이 있고 초가집 기둥에 연기가 모락 모락 나는 것이 정말 크리스마스 카드서 본 것 같은 전통적인 한국 촌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너무 조용한 동네다 싶었다. 경호와 친구 둘은 조심스럽게 두리 번 거리며 그 동네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저 앞에 누렇게 익은 감들이 주렁 주렁 달린 나무가 몇 개 보인다. 나무에는 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지 파란 하늘에 누렇고 빨갛게 익은 감들이 탐스럽게달려 있었다. 그 실과를 보니 정말 보임직도 하고 먹음직도 했다.  눈으로 이것을 보니까 따 먹고 싶어지는 구나. 배도 고프고. 


형이 경호를툭 치면서 손가락으로 감나무를 가리킨다. 그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말은안 했지만 형이 감을 따자는 뜻이었고 경호는 거기에 동조 했다. 경호 보다 키가 큰 그 형이 나무 가지에올라가 감을 따고 망을 보던 경호에게 던져 주었다. 감을 두 개 땄다.가슴이 쿵쾅거린다. 아까 밤을 딸 때 보다 더 무섭다. 


아마도 밤을 딸 때는 숲 속에 묻혀서 땄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볼 기회가 적어서 덜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훤히 터진 동네 마당에 있는 감을 도둑질 하기 때문에 더 쿵쾅 거리는 거 같다. 형이 감을 하나더 따다가 실수를 해서 잡고 있던 그 가지가 뚝 부러졌다. 둘은 동시에 주변을 살폈다. 아직 아무 기척이 없다. 


온 동네가 다비어 있는 듯 했다. (누가 죽어서 장사 지내려 온 동네가 다 묘지에 갔나?)  하나만 더 따면 둘은 집으로 가려고했다. 그때 갑자기 경호의 등뒤에서 누가 "이 도둑놈의 새끼들!" 하면서 경호 어깨 쪽의 옷을 꽉 잡는다. 경호는너무 놀라서 감을 땅에 다 떨어뜨렸다. 앞이 캄캄해 졌다. 이일을 어쩌나........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생인 듯 해 보이는 이 학생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그 형을 내려 오라고 말한다. 아니 뭐라고 막 욕을한다. "이 새끼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엉?"그 형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둘은 완전히 사로 잡힌 어린이 공비가 되었다. 심문이 시작 되었다. 생전 처음 욕을 먹어본다. 따귀를 때린다. 경호는 맞아도 싸다고 생각 했다. 그렇게 생각 하니까 아프지도 않았다. 그 형을 먼저 때리고 신문한다.


 "너 이 새끼들 그저께도 와서 감 서리 해 갔지?"

경호는 전에도다른 아이들이 와서 감을 따갔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학생 아저씨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발길질을 한다. 때리는 것을 피하려고 손을 얼굴 쪽으로 올린 것이 이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든 모양이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마구 찼다. 엉덩이 뼈 있는 데가 얼 얼 하다. 똑바로 서라고 한다. 경호는 태어나서 생전 처음으로 발길질을 당해 본다. 그러나 경호는할 말이 없다. 죄가 있는 주제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새끼들 순전히 도둑놈의 자식이야 이거....... 너의 집이 어디야,바른대로 말해 더 얻어 터지기 전에.. 빨리!"

형네 집은 신촌로터리 근처에 있었고 경호네 집은 거기에서 좀 홍대 쪽으로 내려 가는 쪽으로 있었다. 그래서 주소를 바른대로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정말 잘 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 해달라고 했다. 갑자기 그 고문 하던 학생 아저씨가 우리 주머니를 뒤진다. 우리주머니에서 칼이 나왔다. 경호 주머니에서는 밤도 두 개 나왔다. 


"야, 이 자식들 밤까지 땄네! 야 너 어느 학교 몇 학년이야?"

“창천초등학교 5 학년에요.” 

“창천초등학고 3 학년이에요.”

몇 학년 몇반 이런 이야기는 학교에서 우등 상장 받을 때 이 외에는 들어 본적이 없는 것 같고, 야단 맞고 벌서는것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만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 그게 아니구나. 

경호가 바로그 문제 아이가 되어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은 좋아 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해는 산으로 기울러 산 밑에있는 이 동네가 어둑 어둑 해진다.


"아무래도 너희들 집에 데리고 가서 니네 아버지한테 물어 봐야겠어"

집에 데리고간다는 말이 둘 다 겁이 났다. 둘 다 울상이 되어서 잘 못했으니까 한번만 용서 해 달라고 했다. 그 학생 아저씨는 아이들을 또 한번 때린다. 그 청년은 경호와 그의친구가 하는 간청을 듣는 둥 마는 둥 꺾어서 신고 있던 운동화를 고쳐 신으며 정말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갈 모양을 한다.


"그래이 자식들아, 니네 집에서는 남의 집 감을 이렇게 훔치라고 가리키던? 엉?"


(아니요, 우리 집에서는 거짓말 하지 말고, 도둑질 하지 말고, 남을 도와 주고, 특히 나보다 못한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 주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 무시 하지 말고 숙제도 같이 해주고 좋은 친구가 되라고 가르쳤어요... 이 학생이 내가 잘 못 한 일을 가지고 우리 집에다 갔다 대니까 마음속에서 강한 반발의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 생각은 감히 소리로 되어 나오지 못했다.)


"니네 아버지는 뭣 하는 사람이야!  바른대로말해! 만일 거짓말 시키면 알지!"

그 형에게 욱빡지른다. 야 이건 더 큰일났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형이 경호를 한번 쳐다 보더니

"우리아버지는 신촌 시장에서 장사해요…….."


(야그것 좋은 생각이다.  경호는 묻지도않았는데 따라 말했다.)

"우리아버지도 같이 장사해요…….."


그 청년이 경호와그의 친구를 아래 위로 쳐다 보더니 따귀를 세게 한대씩 올린다. 

거짓말 이라는것이다.

"정말이예요, 장사 한 단말이에요…….."

"무슨장사야?"

"......"


할 말이 없다. (거짓말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머리가 잘 돌아 가는 사람이 할 수 있지 이처럼 꺼벙이 어린아이들은 할수가 없는 것을 이 어린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빨리대답해 이 놈의 쌔끼들!"


(태어나서다른 사람에게 "새끼" 또는 "자식" 이란 말 한마디도 못하게 하는 집에서 자라 욕도 안 먹고 매 한번 맞아 보지 않고 자랐건만…... 이게 무어람. 너무 기가 막힌 노릇 이였다. 더욱이 아버지가 목사이며, 대학 교수란 말을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그것을 알게 되면 이 청년인지 학생인지하는 사람이 목사 집 아이하고 교수 집 아이들이 기껏 한다는 것이 남의 밤이나 훔치고 남의 집 감이나 도둑질 해?  라고 떠들어 내면 어떻게 하나? 정말 걱정이 태산 같다.)


"정말예요, 시장에서 비누 장사 한단 말이에요"

이 어린 아이들은시장 구석에서 비누를 파는 아저씨 밖에는 생각해 낼 수가 없었고 목사와 교수인 아버지들은 졸지에 시장에서 비누를 파는 사람들로 되었다.


웅성대는 소리가나니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든다. 어떤 어른이 왜 그러냐고 하는 모양이다. 경호와 친구는 둘 다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사정 이야기를들은 그 어른이 어린애들이 장난으로 감 몇 개 딴 것 가지고 뭐 그러느냐 라고 하나 보다. 


누군가 경호의입장을 옹호 해주는 소리를 들으니 그렇게 반갑다. (그래요, 우리는겨우 10 살 12 살짜리 어린애들인데……. 누군가 경호네 입장을 동정해 주니 경호와 형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 학생청년이 혼 줄을 내 주어야 다시는 그런 짓을 다시는 안 하게 될 텐데 왜 아저씨는 그렇게 말씀 하냐고 대드니까 그 어른은 귀찮다는 듯이 다시 집으로들어 간다. (어른 아저씨, 제발 가지 마세요. 우리를 좀 도와 주세요…..우린 그렇게 나쁜 애들이 정말 아니예요.. 정말 배고 고파 죽을 거 같아서 감을 하나 따 먹으려고 한 거에요. 제발가지 말고 우리를 도와 주세요.) 


이 청년 학생은윗 어른들 말도 잘 안 듣는 좀 불량 학생인가 보다. 어른이 아이들을 그만 보내라고 하면 그냥 보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시 이 학생이 학교에서 본 시험에 빵점 받아서 우리 에게 화풀이 하고 있는것 아닌가? 이 청년 학생은 그 아저씨가 그만 하라니까 더 화가 난 듯하다.


청년은 경호와그의 친구를 끌고 담벽에 세우더니 자기가 집에 들어가서 옷을 입고 나올 때까지 손들고 서 있으라고 한다. 도망가면 죽을 각오를 하라고 한다. 경호와 그의 친구의 장래를 위해서 라도 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고 마치 교장 선생님이 말씀 하시듯 교훈 조로 말 하며 어떤 대문으로 들어 간다. 둘은 손을 번쩍들고 벌을 서면서 서로를 원망 하기 시작 한다.


그 형이 경호 보고 망을 잘 못 보았다고 한다. 경호는 경호 대로 할말이 없어지자 니가 먼저 감을 따자고 했다고 맞수를친다. (죄는 모든 관계를 분리 시킨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위해서 첫 번째 사람도 그랬다. 언제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이라고 자기의 아내를 생각했지만죄를 짓고 급해지니 너 때문이었다고 원망 했다고 하던데 경호와 그 친구 형이 바로 그 쪽이 되었다.)


조금 있으니까 어떤 다른 청년이 경호네 쪽으로 온다. 또 얻어 터지는 줄 알고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제발 부탁 합니다. 우리는 교회도 한번도 안 빠지고 갔고요.. 헌금도 1000 원짜리로 새것으로 다리미로 다려서 냈구요...어떻게 좀 봐 주세요.)


이 학생 아저씨는머리를 감았는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온다. 그 학생 아저씨가 수건을 목에 두른 채 경호와 친구에게 가까이 와서 골 밤을 한대씩 때린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아프지 않은 골 밤이다. 때리는 척 만 하는 그런 골 밤이다. 그 청년이 큰 소리로 아이들을 야단을 친다.


"이 녀석들 남의 동네 감이나 따러 다니구.. 혼 좀 더 나야 돼! 야, 몽둥이 어디 있어? 이 자식들을 몽둥이로 혼쭐을 내야 돼. 야, 몽둥이 가져와. 뭉둥이어디 있어? 이놈의 자식들이 말이야. 어디서 도둑질이야. 쪼끔한 것들이. "

이 청년은 이렇게큰 소리로 야단은 치면서도 손짓으로는 도망 가라는 흉내를 낸다. 경호는 어리둥절 했다. 어떻게 돌아 가는 판국인지 몰랐다. 아까 그 아저씨가 도망 가면 죽는다고 했는데 도망가면 안 될 거 같은데 이 아저씨는 떠 도망을 가라니.. 이게 어떻게 되는 일인지를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어린 경호는 저 아저씨가 도망가면 죽인다고 했는데 가도 돼요? 라고 물으니 그 청년이 형과경호에게 조그맣게 말한다.


"야 임마, 저 애가 나오기 전에 빨리 도망 가란 말이야! 알았어? 그리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알았지?"

(너무고마웠다.  정말 부처님이나 예수님같은 마음을 가진 학생 아저씨다.)


이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형이 뛰었다. 경호는 아무 말 못하고 그 형을 따라 뛰었다. 100 미터 달리기에 일등은 못했지만 늘 앞쪽에서 달렸는데 오늘은 아무리 빨리 뛰려고 해도 몸이 빨리 나가지않는다. 다리가 막 후들 거리다.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않은 것처럼 느낀다. 얼마나 뛰었을까 한 참 도망 나오니 숨이 차다.


 경호와친구는 길가 숲에 몸을 숨기며 뒤를 돌아다 보았다. 아무도 따라 오지 않는다. 정말 다행이다. 어느덧 해는 지고 주변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경호와 그 형은 논 둑 같은 길을 걸어 가며 지는 해를 본다.

"해는저서 어두 운데 찾아 오는 사람 없어

지는 해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갑자기 이런노래가 생각난다. 


학교 학예회 때 불었던 하모니카 생각이 난다. 그것도 7 살 때 사도신경 주기도문 다 암기해서 하모니카를 상으로 받았었다. 그하모니카로 이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받던 경호였는데 이제 이 노래가 그의 처량한 신세를 대변하는 노래처럼 들렸다. 처량한 생각이 든다. 외롭다. 슬프다. 무섭다.


그러나 갈 집이있으니 좋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 집에는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날이 어두워 지니 길을 찾기가 힘들다. 연희동을 빠져 나오니 큰 길이 보이고 버스들이 다니는 길을 볼 수 있었다. 둘은큰 길을 따라 터벅대며 연세 대학 앞까지 와서 따로 따로 집에 갔다.


집에 오니 어머니가걱정했다 하신다. 이웃집 형 하구 놀다가 왔다고 거짓말로 얼버 부리면서 엄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발도씻고 세수도 하였다. 아무도 나의 비밀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어휴, 얼마나 다행인가. 정말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정말 나쁜 일이구나정말 혼났다.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지.


그 일은 그런대로 무사히 넘어갔고 학교에서 또 학교에서 오는 길에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자랑도 할 수 있었다. 경호는감까지 땄으니 밤 만 따온 다른 아이들 보나 경호의 이야기가 더 인기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감 따다가들켜서 호 되게 매맞고 엉엉 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내가 감을 따다가 들켰지만 용감하게 잘 도망쳐 나온 줄 안다. 


그렇게 무섭던 악몽의 감 도둑질도 시간이 가니 점점 잊혀 지고 있었다.  그때 연필에 관한 일이 생겨서 감 도둑질에 대해서 쉽게 잊을 수 있었던것 같다. 그 때는 한국산 연필의 질이 그리 좋지 못했다.  연필을 깎고 나서 몇 자를 쓰다 보면 툭 부러진다. 잘 부러 질 뿐만 아니라 글자의 색깔도 매우 흐렸다. 어떤 아이는연필을 침을 묻혀서 글을 쓰곤 했다. 연필의 심에 침을 무치면 더 까맣게 쓰여 졌다.


그때 경호네 집에 물을 가져가는 어떤 아저씨와 같이 오는 누나가 있었는데 이화 고등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얼굴이 하얗고 갸름하고 예쁜 누나였다. 경호를 매우 예뻐 했다. 경호도그 누나가 좋았다. 경호는 형은 있었지만 누나가 없어서 누나를 가진 친구를 보면 늘 부러워했는데 이 누나가 경호를 예뻐 하자 기분이 좋았다. 경호는 자기가 천사 표 어린이라 이 누나도 자기를 예뻐 하는구나라고 생각 했다.


그때는 공부를 아주 잘 하는 학생만 이화 여자 고등학교에 입학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누나가 공부는 하지 않고 하루 저녁에도 2-3 번은 경호네 집 우물가에 와서 왔다 갔다 한다.별로 할 일이 없으면 경호를 붙잡고 공부 잘 하냐고 묻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도 시켰다.

 

어느 날, 그날도 이 누나가 별로 하는 일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파란색으로 칠 해진 연필을 하나 가지고 있다. 경호는 연필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그 연필을 처음에는 좀 보여 달라고 했다. 일본제 연필 이었다. 연필로 글을 써보니 너무나 좋았다. 글씨도 까맣게 잘 써졌고 연필이 쓰여지는 촉감이 그만 이었다. 너무갖고 싶었다. 


경호는 그 누나에게 그것을 어디서 살 수 있는가를 물었다. 누나는 이화 고등 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에서 샀다고 했다. 경호는 어머니에게 돈을 타다가 그 누나에게 주고 한 더즌 (Dozen)사다 달라고 부탁 했다.

그 다음 날부터 그 누나가 올 때 마다 매일 연필 사왔느냐고 물었다.  그 연필은 일제라서 이화 여고 앞 문구점에서 판매를 했는데 그 누나가 가보니 다 팔려서 좀 있어야 다시 온다고 말을 해 주었다. 그래도 경호는 그 연필이 빨리 갖고 싶었고그 누나를 만날 때 마다 연필 사 왔는가를 독촉 했다. 


나중에 안 사실 그 누나는 경호가 귀여워서 라기 보다는 경호 집에 같이 살고 있던 고등 학생 사촌 형들 때문에 경호네 집에 자주 와서 기웃거렸었다. 사촌 형은 키도 크고 눈도 똥그랗고 멋지게 생긴 고등 학생이었는데 대학에 가기 위해서 우리 집에서 1 년 정도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나중에 큰 사촌 형이 서울대에 들어 가고 그 누나는 이화여대에 들어 갔는데 아마도 그 때 서로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그 누나는 경호가 너무 연필을 가져 왔느냐고 물어서일 주일 동안은 오지도 못했다. 드디어 누나가 그 연필을 사가지고 왔다. 경호는 신이 났다. 경호는 일기도 쓰고 셈본 문제도 풀고 무엇 보다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며 신나게 지나고 있었다. 어느덧 그 악몽과도 같던 감 도둑 사건은 이제 거의 잊게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감 도둑질 사건이 다시 경호를 괴롭히기 시작 했다.


경호 아버지는교회의 목사이면서 고등학교의 교목이셨다. 그래서 가끔 학생들이 집에 놀러 오기도 하고 특히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때가 되어 오면 교회 행사 등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 집이 복닥거린다. 특히 외부 교회에서 부흥회를 해 달라든지 헌신예배의 강사로 와 달라고 하면 그 쪽 교회에서 경호네 집으로 와서 부탁을 하곤 했다. 어렸을때부터 그런 것을 많이 보았던 터여서 경호는 학생들이나 교회 사람들이 와서 북적 대도 그런가 부다 한다.


가끔 경호는그 학생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사랑방에 아버지가 학생들과 말씀 나누는 주변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그러면 때로는 보통 때는 잘 먹기 힘들던 사이다, 카스텔라, 쵸클랫 등의 특식이 경호에게 까지 오기도 했다. 경호는 그 날도 어슬렁 대며 이 집 주인의 두째 아들임을 과시 하려고 할 일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머니가 부른다.


마루에서 과일을 깎으시다가 경호에게 사과 접시를 아버지 계신 방에 가지고 가라고 한다. 경호는 그전에도 그런 일을 많이했던 터라 대충 손을 옷에 문질러 닦은 뒤 큰 사과가 든 접시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 우물가 옆에 있는 사랑 방으로 들고 갔다.


"아버지, 여기 사과..."

"오냐, 갖고 들어 온..."

경호는 숨을크게 쉬고 사랑방의 문을 짠 열고 들어 갔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4-5 명의 학생들이 밥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있다. 그때 당시에는 밥상을 밥을 먹을 때도 쓰고 이 처럼 회의 비슷한 것을 할 때도 쓴다. 웃고 있는 학생도 있고 아버지가 말씀 하는 것을 경청 하는 학생도 있다. 한구석에 어느 학생이 무엇인가를 받아 쓰고 있다가 경호가 과일을 상위에 놓으려니 까 밥상 위에 있는 종이들을 치운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서기 인 모양이다.


그 학생이 쓰던것을 중지하고 내가 가지고 온 사과 접시를 받으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경호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몇 주일 전에 경호와 친구가 감 도둑질 하다 잡혀서 두 손 번쩍 들고 벽에 서 있을 때 경호에게 와서 도망 가라고 도와준 학생 아저씨가 거기에 앉아 있는 것이아닌가.


"어..."

경호도 놀랐고그 학생도 놀라는 것 같았다. 경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경호는나의 눈을 의심 하면서도 사과 접시를 놓자 마자 뒤 돌아 뛰쳐나왔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우리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치면서 도망가라고우리를 풀어준 그 학생 아저씨가 바로 이 학생이다. 아니, 그학생이 아버지의 제자라니 …... 세상이 이렇게 좁을 수가 있을까? 세상이이렇게 좁단 말인가……..


이것을 어떻게한다. 방문을 막 닿고 나와 신발을 아무렇게나 신은 채 우물가 옆으로 뛰쳐나왔다.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그때 들어 오며 경호에게 잘 있었냐고 묻는다. 보통때 같으면 천사 표 어린이 경호는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고개를 공손히 숙이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을 텐데 지금은 인사가 문제 아니다.


경호는 너무급해서 아무 것도 생각 나지 않는다. 어머니가 배도 다 깎았으니 가져 가라고 다시 부르신다.  경호는 그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문밖으로 뛰어 나갔다. 야 내 인생은이것으로 끝이다. 그 학생도 경호를 보고 놀라서 어 하는 모습을 보고 나왔는데…... 야 이것을 어쩌면 좋을까….... 


갑자기 소변이보고 싶다. (왜 상황이 급하게 되면 소변을 보고 싶어 질까? 어떤 아이는 숙제를 해 오지 않아서 학생들 앞에서 야단 맞고 매 맞을 때 우리 반에는 정말 오줌을 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오줌 싸게 라고 놀렸는데….... 급해지니까 이렇게소변이 보고 싶어 지는구나….... )


소변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던 할머니 말씀이 생각 났다. 우선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를 생각 해 보았다. 가장 큰 문제는그 학생이 경호가 누구란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문제였다. 그 학생이 경호의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반면에 경호 집에 오는 학생들은 일종의 아버지를 잘 따르는 소위 수 제자들이었다. 존경 하는 스승이니까 스승의 자녀가 좀 잘 못을 했지만 다 좋게 생각을 할 꺼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 따다가 들켜서 매 맞을 때 어떤 아저씨가 한 말씀처럼 나는 아직 어린 소년이니까... 그냥 모른 척 하고 넘어가 줄 꺼야.

이런 생각이들다가도 반대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이 학생이 "선생님의 자녀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것 하구는 정 반대의 일은 하는데 그런 일을 알고 계세요?"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난다.

문 앞에 서성거리다가그 학생들이 집에 가다가 경호와 마주 치면 어떻게 하는 하는 생각을 하고는 집에서 좀 떨어진 시장 입구에 있는 쌀 가게로 뛰어 갔다. 쌀 가게 하는 아저씨네는 경호와 동갑내기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10 살에 벌써 쌀 가게 짐 싣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 


자전거 안장에앉지는 못하지만 한 다리를 페달에 대고 다른 한 발을 썰 매질 해서 달린다. 경호 또래 아이들에게는 그는 인기가 아주 좋았다. 어른들이 타는 자전거를 타고 가끔 쌀 도 배달을 해 주러 가기 때문에 그아이는 경호 또래 아이들에게는 형과 같이 행동했고 경호는 그것이 부러웠다. 경호도 그렇게 해 보고 싶어서 저녁 때가 되어 쌀 가게가 좀 한산 해지면 자전거를 배우려고 그 앞에 가서 그 아저씨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아저씨는 경호를 어린애 취급을 하며 좀처럼 자전거를 배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오늘 왠 일로 경호에게 자전거 배우고 싶으냐고 묻는다. 보통 때 같으면 춤을 출 정도로 기뻐 할 일이지만 오늘 경호는 풀이 죽은 소리로 싫다고 했다. 그 쌀가게 아저씨가 그 대답이 이외라는 표정을 하며 싫으면그만 두라고 한다. 경호는 지금 자전거고 사과고 배고 수박이고 무엇이고 다 싫다. 일제 연필도 싫다. 우등 상장도 싫다. 모든 게 다 싫다. 한가지 경호가 원하는 것은 이 일이 잘 넘어가게 되기만 바란다. (마음의 평화가 없는 세상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경호가 가장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 해 보았다. 그것은 그 학생이 나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서 아버지의 이름이 욕되게 되는 것 인 것 같다. 


경호가 원하는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도 해 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그 학생이 경호의 약점을 알고도 아버지께 말씀 드리지 않는 것이다. 경호는 정말 전신 전력을 다해서 소원(기도) 했다. 제발 저 학생이 부처님 마음처럼 예수님 마음처럼 되어서 나의이 약점을 다른 사람 특히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게 해 달라고.......


아무리 기다려도학생들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저녁을 집에서 먹고 가려구 그러나 왜들 안 가지... 한참 있으니까 학생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가기 시작 한다. 아빠와 엄마가 문 까지 나와서 조심해서 가라는 듯하다. 멀리서 보니 5 명이다. 다 나왔구나. 


혹시나 그 학생이 그 사건을 아빠에게 고해 바쳤을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 먼 거리에서서성거리며 좀 생각 해 보니, 저 학생 아저씨는 경호가 감 도둑질 하다가 들켜서 그 벽에서 손들고 훌쩍이고있을 때 경호에게 와서 도망가라고 우리를 도와준 참 좋은 형인데....... 고맙다는 인사 한번 못하고 도망 쳐 와서 미안했는데 이제 경호가 이렇게 만났는데도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를 아는 척도 하려 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베드로라는 사람도 자기가 급해지니까 자기 선생님도 모른다 구 했다고 교회에서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되고 말았구나...그러고 보니까 내가 정말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구나. 전에 베드로 가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까지 경호를 구석으로 몰고 갔다.)


경호는 자기의 비밀이 탄로 날 까봐 겁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에게 잘 해 준 형을 모른 척 한 것에 대한 미안한과 죄책감까지 덮어 왔다. 경호는 풀이 죽어서 집에 들어 갔다. 그 학생이 아버지한테 이야기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는 평상시 때처럼 저녁 신문을 보신다. 천만 다행이다.


밥상이 들어온다. 칼치 조림에 고등어 등등 맛있는 반찬이 있다. 학생들이 밥을 먹고 가게 될 것을 예비 해서 어머니가 특별히 오늘 시장을 보아온 모양이다. 식구가 옹기 종기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경호네는 밥 먹기 전에 기도를 한다. 다 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코 밑에서 고등어  졸임 냄새가 솔 솔 난다. 아버지가 기도를 마치면 밥을 먹는다.경호 아버지의 식사 기도는 항상 같으시다. 경호도 다 외울 정도 이다.


"오늘 우리에게 좋은 날을 주심을 감사 합니다. 저희들에게 귀한 가정을 주시고 .....또 이처럼 착한 아이들을 저희에게 주시고...일을 할 수있는 직장을 주시고… 늘 일용할 양식을 주심을 감사 합니다.......(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하시는 부분)..... 이 귀한 음식에 합당한 깨끗한 삶, 남을 용서 하는 삶, 나누어 쓰는 삶, 사랑 하는 삶 그리고 질서를 지키는 삶을 살게 도와 주시옵소서……우리를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아멘." 


매일 똑 같이같은 내용을 기도 하시는 아버지의 식사 기도 이였지만 아버지가 우리에게 착한 아이들은 주셨다는 대목에서 경호는 울음이 콱 솟았다.  경호는 아버지가 생각 하는 그런 천사표 착한 어린이도 아니 였고, 아무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거짓말을 수도 없이 했고, 전번에는 밤 도둑질하고 감도 도둑질 한 도둑놈이었다.


감 따다가 걸려서죽도록 매를 맞기도 했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냐고 했을 때 시장에서 장사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사실 그런 분이 아닌데…... 내가 시장에서 장사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 하니 코끝이 찡해 오며 목이 메어져 왔다. 경호는 그냥 울고 싶었다. 그러나 참아 보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했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모든 식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우리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고 들었던 그 예수님 한 테도 참 미안했다.  


아멘 소리가나자 마자 동생과 형은 숟가락을 든다. 경호는 눈물을 글썽이며 배가 아프다고 하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마당 바른쪽 구석에 있는 앵두 나무 곁까지 가서 경호는 왕 하고 울었다.  아니 울지 않으면 무엇인가 가슴에서 터질 것 같았다. 특히 그 고마운 형을 보고도 경호가 모른 척 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아빠, 정말 미안해요 제가 감 도둑질 하다가 들켜서 따귀도 얻어맞고 엉덩이도 발로 채이고 거짓말도 했어요. 그 사람들이 아버지 뭐 하냐고 해서 너무 급해서 아버지를 시장에서 비누 장사한다고 했어요. 나 때문에 아빠를 나쁘게 말한 거 미안해요. 아빠 정말 미안해.


엄마! 나 밤도 따고 감 도둑질도 했어, 나는 엄마가 생각 하는 그렇게착한 아이도 아니고....난 이젠 모범생도 아니야……..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 한데 내가 공부 잘 하구 말썽도 안 부리는 착한 아이라고 그런 말 제발 하지마, 나정말 나쁜 놈이야, 앞으론 제발 사람들한테 내가 착한 아이라고 그러지마........


그 때 나에게도망가라고 도와준 학생 아저씨, 나 정말 아저씨한테 미안해요. 그런데 내가 아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내 맘은 아저씨를 정말 고맙게 생각 하구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앞에서 아저씨를 정말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단 말이에요. 아저씨 정말 미안해요. 나 때문에 우리 아버지까지 형편 없는 사람으로 제발 생각 하지 마세요, 우리아버지는 나 같지 않아요. 우리 아버지는 정말 가르치시는 대로 정직하게 사시고 바르게 사시는 분이에요.  내가 봐도 정말 깨끗하고 훌륭한 분 이란말이에요.


경호는 앵두나무 옆에서 흐느끼고 있었고 경호의 뼘에는 뜨거운 눈물이 계속 흘러 내리고 있었다.


++

이런 일이 있었던 경호는 미국에 와서 까지 감을 먹지 않았다. 감을 볼 때 마다 어렸을 때 감 서리 하다 들켜 혼 난 것이 생각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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