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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하 Feb 22. 2024

백자청화용무늬항아리

내가 사랑했던 푸른 용


<백자청화용무늬항아리>  비단에 채색, 안채, 석채





태초에 포효하던

네가 비단에 갇혔다고 했다


온갖 상상을 하며

포효하던 네가 질식하지 않도록

서둘러 구하자고 했어


보라로 너를 감싸는 동안

너는 거기에 보이지도 않았지

나는 애가 탔어


내가 백자를 만들고

백자에 곱게 색을 올리는 동안

너는 어떻게든 살고 싶었는지

이빨을 살짝만 보여주더군


그러나 아무리 공을 들여도

너는 그리움에 파묻혀서

흘깃 안갯속으로 사라지기만 했어


네가 그리운 나는

심층 안갯속으로 들어가서

너를 더듬더듬 만져야 했어


사랑 사랑 내 사랑,

비늘 하나에 내 사랑,

비늘 두 개에 내 사랑,


사랑은 제곱근을 더하여도

너는 형태는커녕

꼬리도 내게 보여주지 않더군


아아, 내 사랑,

포기할 수 없는 그리움,

너의 온몸을 수백 번 수천번

사랑하였더니

마침내 드러나는 너의 실체,


어머낫,

나는 푸른 용을 사랑했던 거야







*18세기에 만들어진 백자청화용무늬항아리를 비단에 그리고 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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