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를 함께 채우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조각난 수업 대신,
하나의 큰 강물처럼 흐르는 교육을 꿈꿨다.
아이들이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며 마주하는 파도를
스스로 넘어서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 고민의 끝에서 목공이라는 도전을 선택했다.
교과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가치를 오롯이
녹여낼 수 있는 살아있는 수업. 준비 기간 내내
설렘으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목공 프로젝트 첫날, 미술실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이들의 시선은 책상 위 매끄러운
합판과 낯선 도구들에 머물러 있었다.
직접 톱질을 해야 한다는 말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날카로운 도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공기를 출렁이게 할 때,
나는 나지막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벤치와 탁자가 완성되면, 예술제에 오시는 손님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될 거야. 누군가에게 편안한 자리를 선물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 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변했다.
단순히 교실 구석을 채울 결과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휴식을 내어주는 환대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렇게 6개월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목공은 단순히 나무를 만지는 일이 아니었다.
생소한 공구의 이름을 익히고 소통하며 국어를 배웠다.
치수를 재고 각도를 맞추며 수학을 익히는
혼자 들 수 없는 상판을 함께 옮기고,
난관 앞에서는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칠판 앞에서는 지루해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나무 향기 가득한 작업실에서는
보석처럼 반짝였다.
특히 공을 들인 것은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특수학급 학생 1명당 비장애 학생 2명을 매칭했다.
장애 학생이 성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당당히 자기 의견을 내는
사회의 일원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내가 못질할게, 너희가 좀 잡아줘."
장애 학생이 먼저 손을 내밀면, 비장애 친구들은
서툰 망치질을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위험한 공구를 다루는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땀방울 섞인 작업실은 어느새 "조금만 더 왼쪽으로!", "우와, 진짜 벤치 같다!"라는 활기찬 응원으로
가득 찼다.
목공 작업은 정직했다. 대충 사포질을 하면
나무는 여전히 거칠었고, 치수가 틀리면 구멍은
맞지 않았다. 정직한 고생 뒤에 찾아오는 성취감은
아이들의 영혼을 매끄럽게 다듬어 놓았다.
마침내 완성된 2인용 벤치와 탁자.
18명의 아이는 직접 만든 가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완성을 축하했다.
가구 귀퉁이마다 새겨진 18명의 이름 위로
나도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예술제 당일, 전시회 한가운데 놓인 벤치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었다. 관람객들이 머물며
담소를 나누는 진정한 쉼터였다.
"이걸 정말 학생들이 만들었나요? 대단하네요."
사람들의 찬사 속에서 바람을 작게 말했다.
훗날 이 아이들이 고된 노동에 지치거나
편견의 벽에 부딪힐 때, 서로를 붙들어주며
나무를 깎았던 그 온기를 기억하기를...
그날의 성취감이 아이들의 삶을 영원히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