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자신을 위해 쓸 때 자유로워진다
매일 브런치 글을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브런치 플랫폼이 대중적이지도 않아 기껏 힘을 들어 올린 글에 돌아오는 거라고는 몇십을 왔다 갔다 하는 조회수뿐이니 말이다.
누가 나에게 돈을 주고 글을 쓰라고 한 적도 없고 협박을 하며 글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직 내가 하고 싶어서, 그저 열정 하나로 버텨야 하는 게 브런치이다. 열정 페이 조차 없이 말이다.
차라리 이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든 경제 공부를 하든 뭐라도 하면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혼자 글을 쓰는 일은 망망대해에 외롭게 노를 저어 가는 일 같아 힘들다.
글을 쓰는 일은 흡사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쳐두고 하기 싫은 글을 쓰는 일은 수련을 하는 수도승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이 매일 글 쓴다. 매일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다. 어느 날은 뭐에 홀린 듯 글이 술술 나오다가도 그다음 날은 어떻게 자세를 고쳐 앉아도 도통 글이 안 나온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0 또는 마이너스 1, 어쩌다가는 또 20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바로 매일 글쓰기이다.
그러니 도를 닦는다는 생각 없이 글을 쓰다가는 번뇌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글을 써보자고 생각한다.
그게 스스로에게 가장 큰 짐을 덜 수 있는 길이다. 글은 원래 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보면 한결 글쓰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글은 원래 보라고 쓰는 것이다. 타인과 나를 이어주는 소통 도구가 바로 글이다.
공감하고 공감받기 위해 인간이 하는 많은 행위, 예술(art)에 글쓰기도 들어있다.
혼자 끄적이는 일기도 있겠지만 일기 조차도 ‘안네의 일기’처럼 책으로 출판되는 날에는 타인과 공감하는 매체가 된다.
글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누구든 해독이 가능한 문자이며, 해독을 넘어 읽는 행위는 공감 또는 비공감 등 감정을 이끌어 낸다.
이것을 알기에 글을 쓰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쉽지가 않고, 글을 쓰며 솔직해지기 힘들다.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객관화를 하기까지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수련하는 수도승처럼.
글은 자신을 위해 쓸 때 자유로워진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글을 쓰는 게 힘들어도 어쩌겠는가. 누가 본다고 생각하면 힘이 들어가 버리는 것을.
결국 자신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
글을 쓰고 사람들의 반응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음에 쓸 글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
무슨 글을 쓸지 고민하고 즐거워하고 설레는 것이 더 좋을 것이란 말이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 일에 남의 반응을 살필 여유는 없다. 그러기 위한 글쓰기보다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에 더 집중을 하고 자신이 글을 쓸 때 느끼는 환희에 의미를 두고 글을 써보자.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그럴 거면 뭣하러 글을 쓰냐고, 자기만족을 위해 이 힘든 걸 해야 하냐고.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대중만을 바라보고 그들 입맛에 맞는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글을 꾸준히 쓰는 일을 도중에 그만 둘 지도 모른다.
우리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이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 둘의 관계가 미묘하지만 그래도 어느 게 먼저일지는 판단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늘 생각만 할 뿐, 아직 이야기가 완벽하지 않다며 아이디어 노트만 늘어갈 뿐이다.
그러다 Ted 강연을 우연히 봤다.
자신의 인생에 늘 하고 싶었던 것을 생각한 다음 30일간 해보는 것이다.
맷 커츠는 그중 하나로 소설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제 책이 미국 걸작 소설에 들어갈까요?
아니요, 한 달 만에 쓴 거예요. 끔찍하죠.
하지만 자신은 어디 가서 소설가라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도해보는 것이다.
누군가의 평가나 세상에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걸로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 글쓰기는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쓸 때 30일 쓰는 것도 거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보기에도 끔찍한 소설 한 편 써봐야겠다.
<더보기>
Ted 강연 :: 맷 커츠의 <30일 동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