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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May 25. 2021

그는 왜 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까

어쩌다 보니 딩크

딩크족이시구나?

아니요. 하지만 아이는 없네요.



우리 부부는 딩크족은 아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나는 딩크족이 아니다.


하지만 결혼 7년 차이고 아이가 없다고 하면 내가 딩크족일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때 그냥 쿨하게 그렇다고 하고 넘어가고 싶지만 나는 딩크족을 꿈꿔본 적이 없어 그렇게는 또 못하겠다.


그렇다고 불임이나 난임, 뭐 이런 거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산부인과에 임신과 관련해 가본 일이 없어 아직은 모른다.


이쯤 되면 그럼 뭔데?라는 질문이 나온다.


난감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남편은 철저하게 피임을 고수하고 있다. 절대 한치의 오차가 없다.


결혼 초부터 남편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왜냐하면 나도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이 숨어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남편은 결혼을 하기 전부터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조금 비관론자였다.


“나는 아이를 둘 이상은 낳아야 한다고 생각해. 솔직히 능력만 되면 셋도 낳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그저 졸려서 멍했던 눈이 아니라 앞에 앉은 철없는 사람을 보는 어이없는 눈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결혼을 하고 1년이 지나서야 남편은 간신히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는 없이 살아도 된다고 생각해.”


한 번도 아이 있는 삶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그 사람.


사기 결혼이라고 고발이라도 해야 할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짜증을 냈지만 엄연히 내가 확인을 하지 않은 게 더 맞겠다.


연애 시절, 남편은 아이를 가지는 것에 늘 부정적인 말을 했다.


“뭐, 낳는다면 하나?” 이 말을 하나는 낳겠다는 말로 착각한 게 내 실수다.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과 살면 누가 이길까



결혼 7년 차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딩크의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을 설득해서 아이를 가지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만 가끔은 나도 헷갈린다.


아이가 있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사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다.


아마 남편 역시 별 생각이 없이 고민 없이 그저 ‘남들처럼’ 살았다면 우리 부부는 지금쯤 아이 하나쯤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멋모를 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거라 하나보다.


어이없게도 지금 흔들리는 건 나다.


나도 모르게 남편의 생각에 동조를 하고 있다.


솔직히 아이 없이 우리 둘이 사는 삶, 그래 솔직히... 좋다.



이런 삶을 꿈꾼 적이 없지만
결혼이 주는 안정감과 아이 없이 누리는 이 자유가 허락한 행복에
당혹스럽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고민 없이 누릴 수 있는 이 자유가 좋다.


주말에 남편과 할 일 없이 어디 갈지를 생각할 때 우리 둘, 다 큰 어른 취향만 생각해도 돼서 그저 편하다.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지만 그래서 당혹스럽다. 이런 삶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 없이 사는 삶이 지금 당장은 편하고 좋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니 이제는 남편에게 아이를 낳자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없다.


남편 말을 들어야 하나, 그러다 늙어서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을까 머리만 복잡하다.




나도 정리되지 않은 이 감정을 브런치에 남기는 게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래서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좀 다른 길을 가려는 그의 삶과 남들처럼 살려는 나의 삶,
어쩌다 보니 딩크가 된 우리의 삶을 말이다.

자발적인 딩크족과 난임부부만 있는 게 아니라
나처럼 의지와 능력에 상관없이 아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보려고 한다.

이 글은 그 시작을 위한 프롤로그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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