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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딱선이 Jun 26. 2023

의식의 흐름대로.

4년 5개월 3일째.

오늘은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4년 5개월 3일째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장마가 시작되었다. 주룩주룩 비가 온다. 자기 전 창문을 열어 동네를 내려다본다.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아련함을 느낀다. 아련하고 쓸쓸하다. 저 가로등 불빛에 비춰 펄펄 내리는 하얀 눈을 상상해 봤다. 그럼 덜 아련하고 덜 쓸쓸하려나.

어찌어찌 흘러 나는 태어난 곳을 떠나 이곳까지 왔다. 흘러왔다 표현하지만, 실은 살면서 내가 선택한 일들의 연속일 거다. 문득 이런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는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의미를 찾고자 질문하는 게 아닌, 정말 질문 그대로 사는 게 무얼까 하는 궁금함. 요즘 몸도 마음도 비교적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사는 건 그냥 그런 것 같다. 순간의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그렇게 자연스레 감정을 흘려 보내며, 결과야 어찌 됐든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름의 애를 쓰며 지내는 것. 그런 게 아닐까.


다시,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에 초점을 맞춰본다. 잠자리에서 이렇게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침대 옆 창문을 열어 비 오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것, 사랑하는 남편, 사랑하는 아이와 한 집에 있는 것, 당장 다가 올 내일이 두렵지 않은 것. 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구나.


비 오는 날에,

잠들기 전,

의식의 흐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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