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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청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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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tsbie Oct 11. 202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끄적끄적 일기입니다

인생은 한 없이 가볍다.

내가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내가 꼭 무언가를 이뤄야 할 이유도 없다.


내가 지금 입에 물고 있는 곤약젤리는 입으로 들어가 헛헛한 위를 채워 줄 목적으로 태어난 아이고,  내가 어제 산 블루투스 스피커는 나의 귀를 행복하게 해줄 목적으로 태어난 아이다. 모든 물건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물건들과 달리, 나는 목적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넌 무언가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해준 적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보면 누군가에게 긴 여정의 인사를 고하기도 하고, 누군가와는 영원의 작별을 나누기도 한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요즈음 무언가 강박에 사로잡혀 잠을 자다가도 벌떡 깨기도 했다. 아마 불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 지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다른 이들에 비해 내가 뒤쳐지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함.


근데 그럴 필요 없었다. 적당히 가볍게 인생에 무게를 두고 살아갈 필요가 있었다. 인생이 가벼워지면, 모든 문제가 단순해진다. 모든 게 별 거 아닌 게 되어버린다. 당장 마주해야 하는 시험도, 곧 있으면 닥면하게 될 내 통장 잔액도. 나에게는 시험이 내 인생의 목적도 아니고, 통장 잔액이 내 목적이 아니다. 그냥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게 내 삶의 이유다. 거창한 게 아니다.


인생이 가벼워지면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과 감정에 집중하게 되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게 된다. 실패에 대한 무서움도 덜어진다. 마음껏 도전해보고 단념하기가 쉬워진다. 도전에 대한 값이, 저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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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달 동안 PD를 준비하면서 실패에 대한 시나리오를 수도 없이 세웠다. PD가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가 쌓아온 노력이 무너지는 걸 보면 어떡하지.


근데 뭔들 어떤가. 떨어져도 좋고 붙어도 좋다.

떨어지면  나름대로 실패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되어 좋다. 이런 논리가 세상에 먹히지 않는구나. 하나의 가르침을 안고 가게 된다. 붙으면  좋다.  열망이 실현되는 것이니까. 실패도 인생의 이유가 되고, 성공도 인생의 이유가 된다.


인생에 목적은 없지만 이유는 있다. 내가 당도해야만 하는 목적지는 없지만,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있다. 뭐가 됐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즐거우면 됐다.


아마 나는 PD에 몇 차례고 더 지원해볼 것이다. PD를 향한 내 땔감이 다 소진될때까지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난 또 다른 것을 열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럼 미련없이 또 다른 걸 열망할 거다. 단순하고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것 같지만, 난 그렇게 살아갈거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게 나의 삶의 이유다.


오늘도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채워나가야겠지.

언론고시 준비가 즐거워서 다행이다. 아, 언론고시가 가진 특별함이 하나 있다. 내가 무얼 해왔는지가 더 중요하기 보다,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한 시험이라는 거. 덕분에 나에 대해서 내가 잘 알게 되는 시험이다. 정말 매력적인 시험이다.


짧은 식견이지만,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충분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고 싶다.

충분히 인생 잘 살고 있다. 모두가 청춘이다!


이 글을 읽게 될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본인의 하루를 뿌듯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오늘의 단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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