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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Apr 10. 2017

#11, なぜ、ごの辛いごとしているの?

왜 이 힘든 일을 하고 있냐구요 (for #26~#27)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짱나게 맑음


4km - 26 金剛頂寺(Kongōchōji) - 22km - 타노역 미소노 - 8km -  27 神峰寺(Kōnomineji) - 4km - 도노하마역 - (전차이동) - 타노역 미소노


코우신노야도의 젊은 안주인께서는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일하러 나가고 할아버지와 아침을 먹는 데 이 할아버지는 식사는 거의 안하고 술이 주식 인 듯하다.

아침이랑 후식으로 감까지 먹고, 안주인이 안계서서 내가 먹은 설겆이까지 한 후에 숙박비를 치루고 길을 나서려 한다. 지갑을 뒤지니 소액권이 천엔권 한 장 뿐이라, 만엔권을 건네드리니 천엔만 가져가시면서 그것으로 됐단다. 만엔권은 극구 사양하시길래 할 수 없이 동전까지 뒤져서 500엔을 더 드리고 사진도 한장 찍어드린다. 

대문까지 따라나와서 골목길을 다 돌아나가도록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아보면 서 계시고 돌아보면 손을 흔들어 주신다. 

따뜻한 마음으로 26번 곤고쵸지로 향한다. 

곤고쵸지까지는 약 4킬로, 55번 국도의 이면도로를 따라 걷는다. 한산한 주택가가 이어진다. 

30분쯤을 걷다보면 오른쪽에 이와토신사가 보이고 조금을 더 걸으면 다리가 나온다. 그 모토강을 건너 민슈쿠 우라시마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쭉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지면 완만한 경사로, 그리고는 야트막한 등산로를 걸어 곤고쵸지에 도착한다. 

니시데라라고도 불리는 곤고쵸지는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사찰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사찰의 녹나무에 악귀가 살아 수도승들을 괴롭혔는데 코보대사가 악귀를 쫒아내고 나무 줄기에 자신의 형상을 새겼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악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27번 고노미네지(神峰寺)까지는 약 30.5킬로, 오늘 예약한 타비노야도 미소노(金剛상의 지인 야마모토상이 운영하는 그 집이다)는 고노미네지까지 중 3분의 2 지점에 위치한 듯하다. 숙소까지만 걷기에는 좀 짧을 듯해서 일단 걸어보기로 한다. 일찍 닿으면 배낭을 두고 고노미네지에 다녀와도 되겠지.


역시나 55번 국도를 쭉 따라가는 노선으로 오헨로미치는 55번국도와 그 이면도로를 들락날락 이어진다.

숙소까지의 20여킬로도 짧은 거리는 아니어서 모자와 반다나로 가린 얼굴을 숙이고 수행처럼 오래도록 걷는다. 쉬엄쉬엄 4시간 쯤 걸었을까, 왼쪽으로 거대한 목재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규모기도 하고 무수히 쌓여있는 목재의 나이테를, 원형패턴을 카메라만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서라도 담아보고 싶은 데 그냥 구경만 하고 만다. 

타노역(田野)이 가까운 미하리쵸로 들어설 무렵 다시 기타야마상을 만난다. 기타야마상도 타노역 근처의 숙소에 짐을 맡기고 27번 고노미네지까지 다녀올거란다. 만날 때마다 '이상, 하야이네~ 겡끼네~' 한다. 나 여성스럽고 연약한 여잔데 일본에서까지 건강하단 소리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타노역 뒤 쪽에서 타비노야도 미소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맞는데 어느 집인줄을 모르겠는거다. 지나가는 학생들한테 미소노의 명함을 보여 주며 물어봐도 모르겠단다. 다시 미소노로 전화를 두번쯤은 해서야 맞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큰 길에서 바라보이는 집의 후면, 논과의 사잇길로 들어가서는 출입구가 없고 그 반대편 라인의 골목으로 들어가야 입구가 나온다.

집에는 아들인 듯 보이는 사람만 있어서 배낭맡기고, 시원한 물 얻어마시고 납경책만 챙겨서 집을 나선다.  1시 반이 안되었으니 8킬로를 더 가는 건 어렵지 않겠으나 사실 고노미네지까지도 후반부 3.4킬로는 등산로라 부담이 안되는 건 아니다. 힘들면 돌아오는 길은 기차를 타려고 기차시간까지 확인해서 출발한다.



역시나 400미터급 산 중에 있는 고노미네지도 나름 헨로고로가시다. 웬일인지 배낭을 메지 않고도 500미터급이었던 20~21번 가쿠린지, 다이류지보다도 더 힘들게 느껴진다. 30킬로를 걸은 후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로 경사가 급한 고노미네산의 산정 부근에 위치한 때문이다. 

올라가는 길에 기타야마상도 다시 만나고, 엊그제 도쿠마스 민슈쿠의 그 젊은 오헨로상도 만난다. 기타야마상은 그래도 몸이 가벼우니 많이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데 젊은 남은 몸이 비대해서인지 정신줄을 놓을 만큼 힘들어보인다. 발에 물집이 잡힌 듯 걸음은 절뚝절뚝, 올라가는 등산로에서 바지는 흘러내려 엉덩이가 나올 지경에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다.


기타야마상이 이 힘든 일을 왜 하고 있는가고 내게 묻는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어제의 金剛 할아버지의 말을 빌리면,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자신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겠냐고 했는 데 그 말을 빌어 답하면서도 자신을 찾는 일이 오헨로미치에서만 가능할까 싶다. 아니, 평생을 걸려서도 답을 못 찾을 수도 있지 싶다.


고노미네지의 경내에는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이 가꾸어져 있다. 높은 산중이라 교토에서 주로 보았던 인공식 정원이 웬지 낯선 느낌도 든다. 절에서 400미터를 더 오르면 고노미네 신사도 있지만 더 오를 여력은 없다.

미쯔비시의 창업자 이와사키의 어머니가 이 절에서 아들의 성공을 기원했으며 후에 미쯔비시 회사도 이 절을 후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기차를 타더라도 하산로는 거쳐야 할 터, 등산이든 도보여행이든 갔던 길로 되돌아 오는 걸 싫어하는 데 고노미네지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길이 없다. 

도노하마역에서 타노역까지 기차로는 두정거장, 10분이면 족하다.

미소노의 이다도시여사같은 야마모토상이 타노타노온센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도 다시 픽업을 해주는 데, 미소노에 묵는 사람은 일본인 오지상 2명, 키가 190은 될 것 같은 인도남자 한 명, 그리고 여자는 나 뿐이다.

온천 후에 타노타노 온천 로비에서 인도남자와 함께 야마모토상이 픽업 오기를 기다린다. 이 남자 일본어 한 글자도 모르면서 지금까지 잘도 오헨로미치를 걷고 있다. 그것도 젠콘야도 위주로 저렴하게 걷고 있다니, 남자로 태어난 게 부러울 뿐이다. 실내에서 신발 벗는 문화가 익숙하질 않는지 온천의 직원이 계속 신발벗고 실내 슬리퍼를 신으라고 해도 이해를 못한다. 

짧은 영어라서 끼어들기 싫은 나, 의사소통 안되는 두 그룹의 무언극을 관람하다가 시크하게 내가 신고 있는 슬리퍼를 인도남자한테 일깨워준다.


이다도시 아줌마의 진가가 발휘된 미소노의 저녁식사는 시끌벅적하다. 

하도 부산맞아서 사진찍는 것도 깜박할 정도! 정말 평범한 일본 가정의 저녁식사로 나쁘지 않다.

여자는 나 혼자라 어느 방을 줄지 고민하던 이다도시 아줌마가 우선 자기 침대방을 사용하란다. 

세탁기에 돌려 둔 빨래를 방안에 널고 하루를 마감한다. 방은 객한테 내주고 아줌마는 어디서 자는 지 자정이 되도록 소식이 없지만 그렇다고 날을 샐 수는 없을 터, 모처럼의 더블베드를 혼자 차지하는 호사를 누린다.




미소노 (2식 포함) 2500엔

점심,음료 800엔

납경 (26~27) 600엔

교통비 (도노하마-타노역) 250엔

타노타노온천 700엔


총 4850엔

이동거리 3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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