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로뇨~나헤라_29.6km
Logroño~Nájera
삐에트라강이 아니라 에브로강에 삐에트라 다리가 있었던 로그로뇨는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였으나 데카트론 매장을 다녀오면서, S군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한 외에는 돌아보질 못했었다.
헤드랜턴을 무기로 새벽 5시에 길을 나서면서 이쁜 골목들과 대로변, 공원을 지나치고 도시를 완전히 빠져나가기까지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도시를 나오니 아직은 어두운 밤, 헤드랜턴에 의지해 걸으므로 주위풍경은 깜깜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왼쪽으로 나무다리를 건너니 호숫가다. 호수를 따라 난 길을 걷는 동안 여명이 불거져 온다.
호숫가에서 맞이하는 일출이 황홀하다.
-정체몰랐던 호수는 그라헤라 저수지란다- 누군가는 길에서 누군가는 산 위에서 저 일출을 맞고 있겠지... 까미노에서 좋은 점이 하나 늘었다. 거의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
일생동안 근 한달을 매일 다른 장소에서 일출과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까미노가 주는 은총이 차고도 넘친다.
중간에 휴식겸 아침으로 어제 사두었던 대저토마토 세개를 먹고는 긴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 거의 8시가 되어서야 첫 마을 나바레떼에 도착한다.
도시 입구에는 순례자병원과 유적지가 있다. 다시 한참을 걸어서야 도시에 들어서니 골목마다 원형바닥장식이 아름답고 고풍스런 건물들에 복원 공사중인 성당이 있다.
까미노를 걸으면서 보니까 큰 마을을 빠져나오면 대체로 공원묘지가 있다. 큰 십자가상 아래 작은 십자가들로 빼곡한 묘지가 왠지모를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주마다 다른건가. 라오하주에 들어서니 의자 인심이 후하다. 나무는 물론이고 석재 벤치들까지 앉을 곳이 풍성했지만 그 많은 의자들 중 묘지공원 앞 석재의자에서 잠시 휴식, 신발벗고 겉양말 벗고 잠시 또 발을 말린다.
발바닥에 열이 나도록 걸으니 쉴때마다 말려주지 않으면 땀으로 젖어서 물집이 생겨버릴터라 쉴때마다 주의해서 말려준다.
양옆으로 포도밭을 낀 까미노길을 오래도록 걸어서 벤또사 마을로 들어서는데 마을 입구까지의 야외전시장이 흥미롭다.
독특한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밴또사에서 오늘의 종착지인 나헤라까지는 딱 10km, 힘들지는 않지만 지루한 길이다. 약 3km 남은 지점에 벤치밭이 있길래 쉬어가려고 앉았는데 계속 절룩거리며 걷던 스페인 남성이랑 키가 큰 독일 남성이 옆에 앉길래 사과 반 쪽씩 나눠먹고 일어서는 길, 론세스바예스부터 몇번 같은 침실을 공유했던 이태리 남성이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간다.
이분과는 또다시 오늘 숙소에서 만났는데 나보고 에너지 넘친단다. 너한텐 그렇게 보여도 고철이 된 고액카메라가 든 내 배낭은 죽을 맛이란다.
나헤라 입구부터 쫓아온 프랑스남은 내가 예약한 숙소까지 와서 체크인하고는 나보구 좋은 숙소를 오게 해줘서 고맙단다.
고마우면 밥이라도 사던지, 오늘 남자 꼬이는 하루라 피곤하네 참⁉️
공교롭게도 같은 숙소로 Y군 Y양이 들어오고 전도사님과 한께 온 학생들도 들어와서 한국인만 예닐곱명이다.
두 친구와 중식당을 가기로 하지만 저녁 오픈이 8시라 기다리는 게 죽을 맛이다.
그래도 간만에 중식당가서 젊은 친구들과 수다떨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한가롭게? 아니 치열하겔까, 까미노를 걷고 있지만 고달픈 청춘들이다.
저 나이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나헤라의 밤이다.
숙박 16
©️저녁 67.6 중식당. Y군 Y양
마트 7 바나나 납작복숭아
합계 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