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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히르 Aug 25. 2024

8/24 까미노 23일차

비야쁘랑까델비에르소~라라구나_26.1km

Villafranca del Bierzo~La Laguna


오늘도 제대로 걷는다면 오세브레이로까지 28.4km지만 약 20킬로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나머지 구간은 아주 가파른 오르막으로 악명높은 곳이라 오세브레이로보다 2킬로쯤 앞에 있는 라라구나까만 걷기로 한다.


어제, 남은 일정 계획을 새로이, 사리아 이후부터는 숙소 전쟁이라 숙소 예약 가능한 곳으로 예약을 걸면서 8/31 오전에 산띠아고데콤포스뗄라에 닿을 수 있도록 대비를 했으니 사리아까지 약 75킬로를 3일에 나누어 걸으면 되겠다.


여기서 잠깐, 까미노의 가장 큰 맹점은 사리아부터 약 100킬로만 걸어도 완주증명서를 내주는 어이없는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사리아부터 출발하는 수많은 인파로 인해 숙소 전쟁은 물론 바에서 음료 한잔을 사마시려고 해도 2~30분 줄서는 건 기본이라고 하니 나처럼 꼭 완주증명서가 목표가 아닌 순례자들은 솔직히 사리아 이후를 굳이 걸어야 하나 회의도 든다.

숙소 예약은 물론 식사며 여러가지 편의를 희생하면서 그 100킬로만 걷는 사람들한테 치이느니 이 구간을 포기하고 차라리 포르투 여행을 하든 잠시나마 바다가 있는 포르투갈길로 점프하고픈 유혹도 생긴다.

생장에서 800킬로 걸은 사람과 사리아부터 100킬로 걸은 사람이 같은 완주증명서를 받는 시스템이 과연 타당한가 머리가 있으면 좀 고민해서 제도 개선을 하시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여튼 사라아까지 3일동안 평균 34킬로를 걸으면 되겠어서 라라구나까지만, 약 3킬로의 오르막 구간은 다음날로 미루기로...


해도 짧아지고 좀 선선해진 덕분에 5시40분쯤 숙소를 출발하여 시작부터 완만한 오르막을 자동차도로 옆으로,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걷는다.

자동차도로 위쪽으로는 그야말로 하이웨이라 자동차 지나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우르렁거리는 아래에서 계곡물 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점점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마을들은 오히려 고도를 달리 할 뿐이지만 간격이 2~3킬로 내외로 이웃마을과 근접해 있다.

9시 넘어서 도착한 베가데발카르세 마을의 바에서 밤나무맥주에 홀려 또르띠야에 맥주 한병씩을 마시고 다시 걷는 길, 오르막은 점점 가팔라진다.

가파르긴해도 쭉 포장도로였다가 라스헤레리아스부터는 비포장으로 바뀌면서 끝없은 지그재그 오르막이 소인지 말인지 비포장도로에 그득한 배설물까지, 배낭의 무게는 왜 오르막에 훨씬 무거워지는지, 바람이 불고 흐린, 마지막엔 비까지 푸리는 날임에도 땀으로 등이 흠뻑 젖는다.  

레알 첫날의 오리손 못지않은 오세브레이로다. 정말 오세브레이로가 아닌 라라구나에 숙소를 예약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끝나지 않을 것같은 굽이굽이 오르막을 오르는데 라파바 마을 인근에서 들려오는 예초기 소리가 너무 반갑다. 인적이 있으면 그만큼 마을이 가깝다는 반증일 터이므로.

그러나 목적지를 2킬로 이상 남겨둔 라파바부터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이 부슬비라 신발안까지 젖지는 않겠으나 빗발이 굵어지기 전에 서둘러 라라구나까지 도착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땅만보며 오르는데 발목까지 시큰거려온다. 배낭무게를 줄이지 못해서겠지만 버릴게 하나도 없는걸 어쩌랴!

그래도 비가 거세지기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14유로짜리 도미토리룸으로 가려니 10유로씩 더 부담하고 프라이빗룸으로 가는게 어떠냔다. 비도 오고 꿉꿉한데 H양과 둘이서만 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듯해서 방을 보고 결정하겠다 하니 리셉션 직원이 내 배낭을 지고 방을 안내하는데 허걱 배낭 무게에 꽤나 당황한 눈치다.

웃음이 터지려는 걸 표정관리 해가며 프라이빗 룸을 보는데 4인실로 전혀 프라이빗하지 않다. 도미토리룸으로 하겠다니 옆방 6인실로 안내하는데 어차피 2층 침대에 창가 자리라 공간활용은 오히려 나을 정도다.

동양인이라고 봉으로 아나 1인당 10유로나 더 챙기려는 속셈이 얄밉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낭 내리자마다 같이 운영하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와 렌틸콩 스프로 뜨끈하게 속을 달래니 하루의 피로가 녹는 느낌이다.

이래서 날마다 포기하지 않고 걷는다 참!

식사 후엔 다시 날씨가 쨍하고 맑아서 안심이다.

그리고 이날의 덤은 워낭소리‼️

내가 비디오를 담는 사이 다 한번씩 멈춰서서 그 순한 눈으로 날 보는게 어찌나 뒤엽던지...


밤맥주 또르띠야 7

©️숙박 17.3 숙박 14 맥주 3.3

렌틸콩슾 맥주 8.3

저녁 14.5


합계 47.1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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