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구나~뜨리아까스뗄라_23.5km
La Laguna~Triacastela
라라구나부터 오세브레이로까지도 짧지만 강력한 오르막이다. 새벽 산길이라 레알 까미노가 아닌 포장도로로 경유해서 올라가기로 한 게 탁월한 선택같다.
- 며칠 뒤에 들은 여담. 레알 까미노로 걸으신 C선생님은 그날 신발과 반바지가 홀딱 젖고 맨종아리가 풀섭에 쓸려서 만신창이가 되셨다고-
길이 험하고 새벽안개가 짙어와서 시야가 좋지 않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니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안개가 하산, 운해와 겹쳐지며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힘들었던 보상같다.
오세브레이로는 나름 거점 도시라 1400고지 가까운데도 제법 규모가 있어보이나 마을은 아직 어둠에 잠겼을 뿐이다.
오세브레이로부터는 완만한 하산길이 이어질거라 예상했는데 산허리를 타고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라 오늘도 어제와 같은 고난길로 여겨진다.
덤이 있다면 운해에 잠긴 산봉우리가 섬이 된 채로 여명을 받고 있는 신비로운 광경이다.
두번째, 세번째 마을을 지나니 오히려 더 가파른 오르막이 지속된다.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초록의 향연에도 힘든건 힘들뿐 배낭 무게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식식거리며 네번째마을 알또도뽀요에 오르니 쉬어가라는 듯이 문을 연 바가 있다.
간만에 또르띠야와 갓짜낸 오렌즈쥬스 조합으로 아침을 먹으려니 줄서는 것만 20분 가량... 모든 순례자가 쉬어가는 눈치다.
미리 사리아 이후의 여정에 대한 예행연습을 하는 것 같다.
이어지는 하산길에도 몇몇 마을을 지나지만 모두 작은 산속 마을로 농목업이 주류인지라 하루종일 쇠똥냄새를 맡아야 하는 길이다.
목적지인 뜨리아까스떼야에 도착해서야 좀 정길한 골목과 제대로된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며칠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던 미국인 부부와 또 캘리포니아에서 오신 한국분이 식사를 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메뉴델디아 셋트메뉴에다 항상 따라오는 와인 조합으로 빠에야에 스테이크까지, 오늘 힘들었던 길을 이렇게 보상받는다.
그나저나 이제 140킬로 정도 남았으니 순례여행도 종반으로 치닫는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는데 말이다.
또르띠야 쥬스 7
맥주 3
숙박 11
저녁 14
합계 3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