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리아까스뗄라~비레이_29.4km
Triacastela~Vilei
뜨리아까스뗄라부터 사리아까지 가는 두 가지 루트가 있다.
우측 길은 하드하지만 거리가 짧은 반면에 왼쪽길은 평탄하지만 거리가 긴 레알 까미노다.
또한 보통은 거점도시인 사리아에 머물지만 사리아 이후의 숙소 문제로 우린 3.5킬로 더 먼 지점인 비레이까지 가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우측길로 들어선다.
3일동안 단련됐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대수랴!
깜깜한 길에서 오늘은 김광석과 함께 한다. 주옥같은 노래들 중에서 ‘변해가네’가 귀에 꽂힌다.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그 누가 뭐라 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가려했지
그리 길지 않은 나의 인생을 혼자 남겨진 거라 생각하며
누군가 손 내밀며 함께 가자 하여도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고집했지
그러나 너를 알게 된 후
사랑하게 된 후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나의 길을 가기보다
너와 머물고만 싶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지금 상황과 무관해서 더욱 꽂히는건가, 길 위에서라 더 꽂히는건가.
짧은 길을 택한 대신 비포장 오르막과 내리막은 나의 몫이다. 열린 바도 없는 작은 마을을 여럿 지난다.
간혹 누가 묵을까싶은 알베르게가 있기도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농사나 축산업에 종사하는 듯 집집마다 대형 농기계가 두대이상은 정차되어 있고 큰 축사에서 소와 젖소들이 여물을 먹는다.
어제처럼 쇠똥냄새와 퇴비 숙성되는 냄새는 덤이다.
아직은 어둑한 숲에서 필리핀 아줌마 웽을 만난다. 와이즈앱인가 하는 어플에서 표시하고 있는 까미노가 그야말로 등산로를 가리키고 있다. 바로 옆에 까미노 표지석이 가르키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될텐데 앱과 다르니 혼란에 빠진 모양이다.
내가 사용하는 어플은 노란 화살표 방향이다. 이후로 웽과 같이, 뒤따라온 H양과 같이 걷는다.
웽은 22, 21살 딸 둘과 19살 아들을 가진 49살 아줌마란다. 레온에서 시작했으니 열흘쯤이나 걸었겠다.
해가 솟았을 9시 이후에, 어쩌다 열린 바에서 크로아상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오니 마을을 안개가 둘러싸고 있다.
신비로운 광경 속에서 세 여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짧은 대화와 긴 침묵속에서 그리 오래 걸은 것 같지 않은데 어느덧 사리아다. 사리아이므로 사리아의 명물 뽈뽀(문어요리)를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전문 식당을 수소문해서 문어찜 요리에 시원한 맥주로 점심을 해결하고는 다시 걷는 길, 비레이까지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한 오르막을 걷는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면서는 산띠아고에서 기차로 바르셀로나로 간다면 이 길을 지나겠구나 싶다. 이제 5일이면 이 길도 끝나겠고, 열흘후면 제주로 귀환하겠거니 싶은데 실감은 나지 않는다.
커피 빵 3.5
문어 맥주 22
샴푸 2.1
숙박 19.5 숙소15 뺏지3개 4.5
메뉴델디아 14.5
합계 61.1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