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레이~까스뜨로마이오르_28.1km
Vilei~Castromaior
조식이 대체로 7시라 이제껏 숙소에서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 숙소는 6시라길래 까미노에서 처음으로 아침이란 걸 먹어보려고 5시반에 일어나서 배낭 다 챙겨놓고 5시 55분쯤 식당으로 갔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6시가 되서야 직원 3명이 식료품 봉지들을 들고 출근한다. 10분을 더 기다려서야 겨우 까페라떼와 토스트를 주문하고 나오자마자 급하게 먹는다.
어제의 웽이 같이 걷자고 해서 우린 아침먹고 빨리 따라가겠다는데도 굳이 기다린다 하여 맘이 급하다. 어두운 새벽에 혼자걷기 싫은 그 마음도 이해하는지라 그녀가 있을 1킬로 정도를 잰 걸음으로 가니 역시나 그녀가 헤드랜턴을 낀채 기다리고 있다.
다시 셋이 걷는 길이다.
새벽이라 묵묵히들 한참을 걷는데 동이 터오는 하늘이 정말 예술이다. 자꾸자꾸 뒤돌아보며 산위에서, 나무들 사이로, 옥수수밭 위로 붉은 하늘을 담는다.
마을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마을마다 집들이 서너채나 될까말까한 작은 산골마을들이다. 며칠째 지뢰와 같은 쇠똥을 피하려고 요리조리 걸음 옮기기도 참 번거롭다.
8시쯤 잠시 쉬어가려고 밴치에 앉았는데 웽이 갑자기 울상이다. 배낭을 동키서비스로 보내려고 신청했는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사리아 이후에 작은 마을에만 숙소를 정하다보니 동키가 여의치 않은 것도 같고, 비싸기도 한듯.
나는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도 계신데 내 배낭 하나조차 감당못해선 안되겠단 생각 위에 이번에 새로이 장만한 꿈의 바디 핫셀블라드 905swc를 비록 사용은 못하고 있지만 친해지는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그 아이를 함부로 굴릴 수 없어서 동키없이 까미노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또 그런대로 이 길을 동키가 아니면 걷기 힘든 사람들이 그걸 이용해서 걷고 있는 것에도 무한 박수를 보내는 입장이다.
그래도 웽에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쉬는 시간이 30분을 넘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짜잔! 궁금했던 Y양과 Y군이 초반에 자주 만났던 대만인 남여와 같이 나타난다. 발도 다 나았다하면서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 너무 보기좋다.
대체로 31일에 산띠아고에 도착한다고, 밥이라도 같이 먹자는 분위기다. 까미노 첫날부터 만나서 같은 날에 산띠아고 입성이라니 이런 인연이 따로없다. 수차례 제주 올레길도 걷겠다 했으니 제주에서 뭉쳐봐도 좋겠다.
초반에 자주 보던 얼굴들이 자꾸 나타나서 롱타임노씨한다. 무사히들 까미노를 마무리하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9시반쯤 아페나 A Pena 마을에서 드.디.어 산띠아고까지 100km 표지석을 만난다. 감격이다. 정말 며칠 남지 않았으니 센치해지기도 한다.
오늘 늦게 출발한 탓에 중간에 복숭아 한알 먹을 정도의 휴식만 취하고선 급하게 걸어 11시 반쯤 뽀르뚜마린에 도착한다. 큰 강을 건너기전 뜬금없지만 자유의 종도 울려보고 숙소의 마을이 아주 작은 곳이라 점심을 먹고 가려는데 또 시에스타라 대부분의 식당이 1~2시 사이에 오픈이란다.
하는 수없이 생맥주 한잔만 들이켜고는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다시 출발하려는 찰나에 열린 식당을 발견한다.
잠시 고민하다 저녁 대신으로 먹고 가기로... 웽은 배낭 걱정으로 먼저 숙소로 가보겠단다.
식당은 직원들의 불친절 외엔 괜찮다. 불친절한데 괜찮을리가 있겠냐만 워낙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체념이 되나보다.
메뉴델디아, 오늘의 메뉴로 보면 되고 대체로 3코스에 와인 또는 물이 제공되며 순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셋트메뉴다,로 빠예야와 어제에 이어 뽈뽀에다 티라미슈케익에 맥주를 마신다. 한잔으로 부족해서 두잔까지 마시고 다시 걷는다.
결과적으로 까스뜨로마이오르까지 남은 10킬로를 너무 힘들게 걷는다.
2시 이후에 걸어본 적이 없지만 이젠 날씨도 선선해졌다 싶었는데 웬걸, 오늘따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지 뙤악볕 아래를 두시간이상 걸으니 기진맥진에다 물 부족 사태다. 500밀리 생수 한병을 다 마시고도 계속 목이 마르다. 갈증을 참다참다 못해서 겨우 1킬로 남은 지점에서 예약도 하지않은 알베르게에 들어가서 물을 청한다. 주방에서 받아가란다. 대체로 생수는 사마셔 왔는데 이 갈증 앞에선 수돗물이 무슨 대수랴. 반병을 받아서 일단 마시고는 한병을 받아서 인사하고 나온다. 너무 고마운 알베르게다.
물을 마시니 안보이던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뙤약볕 아래서도 나무들은 꿋꿋하다.
아침 5
맥주 3.8
점심 27.5
숙소 25
간식 2.75
합계 64.05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