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거

5장. 거짓말

by 송희애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앞뒤가 안 맞거나, 묘하게 부자연스럽다거나.

대놓고 팩트와 상충한다거나.


나쁜 마음으로 나를 속이려는 거짓말도 있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의 거짓말도 있다.


그래서 가끔, 나는 누군가의 거짓말을 듣고도
그게 거짓이라는 걸 알아챘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괜찮다”는 그 말이
사실은 “도와줘”라는 걸 알아도,
그 사람이 그 말 뒤에 숨어야 했던 이유를 상상해본다.

법과학자가 일터에서 거짓말을 들추는 게 중요하지만,
일상에선 그걸 말로써 들추지 않는 게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말'에 무게를 두지 않다는 것.

증거물의 상태와 양상, 성분과 형상이 전해주는 진실을 찾듯이
상대방의 말보다
그 사람의 눈빛, 손의 움직임, 침묵의 길이 등을 보면서 진실을 찾는다.

“이 사람이 지금, 왜 이 말을 택했을까?”


그리고 판단한다.

감정서 쓰듯 거짓말을 들추고 진실을 꺼낼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할지.

어느 쪽이 배려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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