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진장 많이 내리던 밤이었다. 집에 물이 차오르자 이러다 죽겠다 싶어 맨 몸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모두가 흩어져서 살아서 다시 보자는 말도 못 하고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가다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자 어두웠다. 축축했지만 그래도 단단한 바닥이 밟혔다. 냅다 달렸다. 동굴 같은 그곳에도 물이 찰까봐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희미한 불빛.
온기.
다리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고 살 수 있는 길이 키가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뒤에서 쿠르릉 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의 생존본능으로 어떻게 벽을 타고 올라갔는지 모르겠지만 부르튼 피부가 따뜻하고 마른 바닥을 딛고 나서야 따끔거리던 게 아프면서도 반가웠다. 살았다.
남의 집에 들어갔지만 죽다 살아난 내 몰골을 보면 어여삐 여길 거라고 생각했다.
“저기요…”
여자가 방에서 나오자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꺄아아아아악!
그녀는 뒤 따라 나오던 아이들을 방 안으로 밀어 넣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주변을 재빠르게 스캔하고 길고 무거워 보이는 뭔가를 집었다.
”아니요, 잠깐만요! 저는…“
길고 무거워 보이는 그 뭔가가 내 머리를 후려쳤다.
”엄마 왜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고 겨우 그녀의 말소리가 들렸다.
”꼽등이.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치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