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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선 Jan 06. 2020

사람을 끌어모으는 공간 크리에이터

성수동 '할아버지공장' 만든 홍동희 작가

건축과 가구에 원목을 사용한 1세대 건축 디자이너, 건축에 ‘아트월’이라는 장르를 처음 정착시킨 설치작가, 대림창고를 성공시킨 크리에이터이자 기획자… 서울 성수동에 카페 겸 갤러리 ‘할아버지공장’으로 화제를 모으는 홍동희 작가의 프로필이다.


지금은 대림창고와 할아버지 공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그는 사실 자연물의 질감이 살아 있는 건축의 스킨 텍스추어를 디자인해온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스킨 텍스 추어' 혹은 '아트월'이란 건축의 일부분을 독특한 질감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그 건축물 공간의 핵심 혹은 일부를 독창적으로 연출하는 일이다.


서울 명동의 스테이트 타워 로비 담벼락을 장식한 ‘시간의 결’을 비롯해 경기도 이천 알로에 마임 연수원의 돌집, 아모레퍼시픽의 제주도 오설록 티 뮤지엄 티스톤 벽면 아트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알도코폴라, 청담동 일식 레스토랑 ‘도쿄사이카보’의 아이콘인 공중에 매달린 바위 등이 그의 대표적 작품.


홍동희 작가는 1세대 건축 디자이너로 '아트월' 장르를 개척했다

건축에서 자연 질감 활용한 ‘아트월’로 유명 


철 나무 흙 돌 등 자연의 소재를 활용하는 그의 디자인 작업은 주로 건축가들과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독특한 소재와 디자인의 아트월 작업은 공간의 완성도와 감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멋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인해 건물의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틈새’라 할 수 있는 이런 작업은 그가 창조한 세상이기도 하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가 시간강사와 설치미술을 병행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배고팠던 시기’를 보내면서 건축가, 디자이너들에게 연락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시작한 것이 이 작업의 출발이다.


“당시 이런 장르가 없었기 때문에 건축가를 찾아다니면서 작업을 했어요.” 거절받기를 거듭하다 단 한 명의 건축가가 첫날 미팅에서 포트폴리오를 10분간 보더니 당시 진행하고 있던 공간 디자인에 대한 설계도면을 주며 한번 풀어봐 달라 했다. 상상력이 왕성하던 때라 펜으로 스케치해서 건네준 그의 아이디어가 빛을 보게 된다.


서울 명동 스테이트 타워 ‘시간의 결’ 등 대표작


설치미술을 오래 해온 그에게서 현대 공간과 접목할만한 재미있는 영감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보통 건축 인테리어는 재료의 한계가 있지만 그에게는 그런 한계가 없다. 다양한 재료 아이디어에 건축적 내구성을 가미해가는 그 모든 작업이 그에게는 즐거운 과정이었다. 이런 장르가 존재하지 않던 20년 전, 그림과 건축을 융합해서 그는 삶의 이유를 찾았다.


한정돼 있는 건축소재의 세계에서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거나 기존 소재를 재해석해 또 다른 미적 요소를 만든 그의 시도는 신선했다. 건축에서는 아무도 쓰지 않고 상상하지도 못한 소재인 검은흙과 돌기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협업은 비용도 많이 들고 생각도 맞아야 하므로 아무 디자이너, 건축가와 일할 수는 없다.


“7, 8명 손에 꼽히는 분들만 같이 작업합니다. 비용이 들어가고 건축가도 힘이 있어야 하고 클라이언트도 그 작업을 이해해야 하므로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니까요. 이런 것을 아는 분들과만 일합니다. 건축뿐 아니라 뭔가 포인트가 필요한 디자인 공간에도 협업합니다.”


성수동 '할아버지공장' 내부

건축서 쓰지 않는 소재 재해석, 아트+ 내구성


검은흙의 경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땅을 판 지층의 결을 보면서 그것이 아름다워 건축에 쓰고 싶다 생각했던 것이 무모한 작업의 출발이다. 돌기와 경우 하나에 두께 7mm가 채 안 되는 돌(적판암)을 켜켜이 쌓아붙여서 33m 이상 높이 건물의 아트월을 완성한다. 돌을 모두 해체, 블록화해 습식 건식을 반복해 다시 하나하나 붙여 거기서 오는 색감의 변화들로 아트 건축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탄생한 것이 서울 신사동의 알도코폴라 안과 밖을 장식한 벽면 아트월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는 확신했다. 완성하고 나니 센세이셔널했고 알도코폴라의 외부와 내부 돌기와 월은 지나가는 할머니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제주도 너와를 넣어서 건축물을 만들고, 철, 이끼 돌담을 실내로 들여놓은 것도 그가 했던 대표적인 작업들이다.


“모든 인간의 정서는 자연소재에 대한 향수 본능이 있어요. 인간은 흙으로 돌아감을 알고 있어서 자연소재를 가장 가깝게 느끼고 지루해하지 않아요. 인공소재는 금방 지루하고 지치지만 자연소재는 시간이 갈수록 친근해지지요.” 산골 흑집에서 살던 기억, 돌담의 기억들을 모던화해 현대라는 시대성에 맞춰서 작품화한 것이다.


‘알도코폴라’ 검은 흙벽, 지층의 결 보고 착안


그는 이 모든 삶의 이유를 어린 시절과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45살 때 혼자된 홀어머니가 충청도 산골짜기에서 나물 장사로 8남매를 키우셨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초가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해 먹던 집이었다. 형 누나들이 모두 공부하러 도시로 나간 후 그는 어머니가 산에서 밭을 일굴 때 커다란 바위 사이에서 혼자 놀았다.


이끼 돌나물 등을 만지면서 세상을 바라보던 정서가 바로 그가 삶을 살아가는 가장 큰 에너지라고 했다. 뜨거운 땡볕에서 혼자 밭을 일구고 일하던 어머니,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입고 머리에 나물을 이고 걷던 고운 엄마의 기억이 지금도 그의 뇌리에 선명하다. 그 손을 잡고 30리 40리 길을 걸어 다녔던 기억들이 그의  삶과 작업에 있어 너무나 위대한 유산이다.


이런 어머니와 어린 시절 덕분에 그의 형제들은 모두 아트와 관련된 삶을 살고 있다고. “서점을 운영하는 형, 피아니스트 누나, 글도 쓰고 사과 농사를 짓는 과수원 누나도 아름답게 자신의 삶을 살아요. 삶에 철학이 있으니 그 자체가 예술이지요."

(위 왼쪽부터) 서울 명동 스테이트타워(1,2), 알도코폴라(3), 남해 사우스케이프 아트월(4), 아라솔CC(5,6,7), 이니스프리 제주(8), 제주 오설록 티스톤(9)

어린 시절 어머니와 산골 정서, 에너지 원천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에 그는 진달래꽃을 가장 좋아한다. 진달래를 보면 산에 들에 다니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감성들이 그의 상상력과 모든 작업, 자연의 소재, 섬세함 등의 원천이 된다. 초등학교 4학년에 서울로 이사 온 이후 예고와 미술대를 다니면서 그는 미친 듯이 그림에 몰두한다.


“홍대를 다니면서 미술작업에 거의 미쳐서 살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행복해서 새벽 4시 반에 학교에 갔고 예술제 때는 38개 출품작품을 혼자 그렸지요. 틈만 나면 서울에 있는 전시장들을 싸돌아다녔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야외스케치를 다녔어요. 제 정서나 삶의 밑바탕이 그 당시에 다 이뤄졌어요.”


이런 초 집중의 시간으로 그는 단단해졌다. 사실 매번 건축 작업의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히 함께 하는 공동 작업에서 자신의 창조물을 조율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힘들지만 행복한 과정이기도 하다. 고난도의 작업으로 실패와 도전을 계속하기도 하지만 완성됐을 때의 충족감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림에 미친 듯 몰두하던 예고, 홍대 재학 시절


킨텍스 슬로푸드 대회나 코엑스 전시작업의 총괄 디렉터를 맡아하면서 그의 작업은 점차 전체 공간으로 확장됐고 대림창고 등 F&B중심의 복합 문화공간 작업을 하면서 점점 더 진화해간다. 대림창고도 할아버지 공장도 그는 첫눈에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무언가를 만들면 사람이 채워지는 모습이 상상돼요. 이런 느낌이 오니까 설치미술에 문화를 넣고 F&B(Food & Beverage, 식음료)를 넣게 됐어요. 처음부터 카페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공간을 유지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계속 움직일 수 있는 커피 음식 문화 아트 등의 장르가 믹스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공간 연출에서 시작하지만 어떻게 해야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영감을 받을까..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렇듯 그의 작업의 가장 밑바탕에는 늘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 들어올 때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감, 미소 짓게 하는 것들을 많이 고민한다.


성수도 '할아버지공장' 내부

공간 경제 활성화 위해 F&B 카페 아트 믹스


협업으로 작업을 많이 하다가 온전히 집대성된 공간 작업이 대림창고다. 이를 더 집약하고 군더더기를 없애고 지속 가능함과 롱런할 수 있는 콘텐츠까지 밀도감을 높여 진화한 게 할아버지 공장이다. 아주 오래된 염색공장을 2세가 물려받은 이곳은 지난 17년간 자동차 공업사에 임대해 기름때가 묻고 지붕도 슬레이트였던 드라이한 공간이었다.


"공장을 헐고 뼈대만 남아있어 임대가 잘 되지 않던 이 터를 보는 순간 5초 안에 완성된 모습이 떠올랐어요. 저는 항상 공간을 보면 미래 그림이 그려지는데 지금 완성된 모습이 바로 그 머릿속 상상이 구현된 것입니다.” 지붕을 다듬고 쓸어내고 보강하고 50년 된 나무 골조는 고스란히 살렸다.


"그냥 지나치면 평범한 빌딩이었을 그곳에서 아름다운 공간과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면 무조건 땅 주인을 설득해서 작업을 이뤄내요." 그는 한겨울 7개월 동안 영하 18도 19도 내려갈 때 불을 때 가면서 작업했다. 매력적인 공간에는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서 확신을 갖고 일했다. 결과 거의 쓰러져가던 폐허는 드라마틱하게 변화됐다.


할아버지공장, 염색 공장터 드라마틱한 변신


그가 하는 공간에는 왜 사람들이 모여들까? “아름다우면 통한다 생각해요. 저는 어린 시절 자연에서 살았고 성인이 돼 그 자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섬세함,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배웠어요. 그래서 늘 공간을 풀 때 사람을 우선으로 합니다. 사람들이 왔다 가면서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뭔가 영감을 얻기를 바라요.”


군더더기 없는 공간의 톤, 반발짝 앞서가는 자연스러움과 함께 그 안에 풀어주는 소재들도 차갑고 딱딱한 철이 있으면 사이사이에 대비되는 따뜻한 통나무들을 갖다 놓는다. 서로 다른 소재를 놓아서 전체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풀어주고 공간이 서로 소통하게 해주는 것이다. 천정에 붙어있는 대형 선풍기도 25년 동안 그가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사물들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서 관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수십 년 동안 자연에서 얻은 경험과 0.1%를 만족시켜야 살아남는 치열한 건축의 세계에서 실패 없이 작업해오면서 그가 터득한 결과이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할아버지공장의 트리하우스와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마당

자연의 현대적 해석, 공간 풀 때 ‘사람’ 우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느끼는 게 아니라 시선에 흡수돼 자연스러운 동선 속에서 총체적으로 느낀다. 마당에 심은 다양한 식물들도 작은 감성들을 건드려준다. 여름에 포도 나무에 포도가 열리면 그 작은 느낌이 더욱 각인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때문에 그가 작업한 공간은 화두가 되고 화두가 되면 또 재방문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오게 된다. 한번 온 고객들은 스스로 이 공간의 마케가 된다. 할아버지공장을 다녀간 관객들이 스스로 행복했던 기억을 얘기하다 보니 오픈 3개월 만에 인스타그램에 5000개 이상 포스팅됐다. 그게 바로 홍 작가의 에너지다.


“인간은 자연에 대해 거부감 없는 편안함이 있어요. 젊은이들은 다른 데서 보지 못한 새로운 감성을 재미있어하고 포도넝쿨과 트리하우스에서는 잊고 살아온 동화 속 행복한 기억을 회귀하게 됩니다. 저녁 무렵에는 여행 온 느낌 속에서 미술 작품과 낡은 조명, 거울이 하나하나 사람들의 감성을 노크하고 깨워주는 거죠.”


동화 속 감성, 오픈 3개월 인스타 핫플 등극


그가 한 작업 중에 또 의미 있는 것은 대림창고를 통해 갤러리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다. “처음 과연 공장지역에서 갤러리를 가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에서 시작했어요. 커피 한잔 마시고 편하게 좋은 작품을 보게 하자. 무명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게 해서 장르 나이 불문 작품을 보내주면 전시의 길을 열겠다 하니 일주일에 수십 건 이상이 들어왔어요.”


포트폴리오를 보고 작품성과 시대성을 보고 초청해서 한 달 정도씩 돌아가면서 대림창고에서 전시를 했다. 세상에 노출시키고 소개도 하고 그림을 대신 팔아주기도 했다. 팔 때 수수료는 일반 갤러리가 50;50을 받는다면 그는 무명작가에게는 100% 돌려주고 아니면 80;20으로 하는 등 작가 중심으로 진행했다. “무명들은 작품 두세 개가 팔리면 그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돼요. 지금 할아버지공장도 같은 개념으로 합니다.”


할아버지공장에서는 특히 젊은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주목한다. 지금 매장에 걸려있는 ‘재’ 작품(아래)은 영국에서 공부한 22살 젊은 작가 홍단의 것이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과감하고 강렬하다. 버려진 박스를 태우기도 하고 페인팅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업하는 설치미술 작가로 그의 작품세계는 아주 철학적이다.


홍 작가가 발탁해 데뷔 시킨 젊은 설치작가 홍단의 작품 '재'

‘재’ 홍단 작가 등 젊은 아티스트 컬래보 주목


할아버지공장 내 작은 액자의 드로잉과 거울의 페인팅도 그가 진행했다. 다양한 재능과 영한 상상력을 갖고 있어 작업을 계속해보려 한다. “홍단의 경우 모델도 하고 연기를 희망하는 등 다재다능하고 다양한 장르의 끼를 갖고 있어요. 이렇듯 젊은 작가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마당은 아마추어 밴드나 어쿠스틱 생음악 공연 공간으로 활용된다. 성수동이 홍대 클럽처럼 많은 밴드나 다양한 장르들이 공연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희망사항. 강승원 밴드(유희열 음악캠프 현역 PD이자 유희열 ‘서른 즈음’에 작사 작곡자)의 공연과 함께 아마추어 밴드지만 실력 있는 ‘이창훈 밴드’도 인기였다. 계산된 기획이거나 돈이 오가는 게 아니라 차 한잔 하러 온 손님들에게 선물하는 개념인 것이다.


요즘 그에게 공간에 대한 수많은 제안이 들어오지만 그가 지금 가장 몰입하고 있는 테마는 ‘도시재생’이다. 속초와 춘천이 그 시작점으로 두 도시 모두 지자체에서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그와 연결됐다. “지방을 여행하면서 손을 보면 부가가치가 올라갈 버려진 건물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무조건 밀어내고 새것만 짓는 것이 아니라 신구의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함을 만들고 싶어요. 아름답고 북적이는 공간에서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게 해 주고 경제가 돌아 도시가 부흥하게 되는 그런 공간들을 만들고 싶어요.”


다음 작업은 ‘도시재생’ 속초와 춘천이 미션


춘천의 경우 근대 문화유산이자 춘천의 상징인 건물로 128년 된 교회 자리가 그 대상지다. 지금은 미술관인데도 사람의 인적이 거의 끊긴 곳이며 시멘트로 아치 창문을 막아 무미건조하게 서있는 건물이다. 이를 빨간 벽돌과 석조를 쓴 예쁜 건물로 복원, 갤러리는 살리되 춘천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춘천의 상징이 될 인공 디자인 호수를 만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속초는 시 전체를 살리는 더 큰 프로젝트다. 테라로사로 인해 커피의 성지가 된 강릉에 비해 속초는 1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놀 거리가 없어 마이너스 행정이다. 바다를 끼고 물이 좋은 속초를 대한민국의 수제 맥주 메카로 만들고, 속초 젊은이들에게 맥주를 가르쳐 감자 옥수수 농사에 이어 특산물로 맥주를 만들자, BI CI를 멋지게 해 주고 도시 자체를 디자인해보자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이다.


“사람이 없는 공간은 무의미해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움직여야 공간이 살아요. 도시의 상징이 될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인증숏을 찍게 하는 지속 가능한 플랜을 공무원들에게 제안했어요." 사실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고 지자체에서 예산을 내려보내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많긴 하다. 늘어나는 '흉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홍작가는 요즘 도시재생이라는 테마에 푹 빠져있다

新과 舊 조화 속 100년 살아남을 마을을


시청도 구청도 모두 건물을 허물고 무조건 새로운 것을 만들어놓지만 사람은 모이지 않고 관리비만 날리는 곳이 전국에 2만 개라 한다. 예산이 내려가면 지역 사람들과 지역 건축가들에게 배분돼 결국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신구의 조화를 얼마나 아름답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혁신이 만들어지고 이 혁신이 작은 동네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50년 후 100년 후를 생각해야 하는데 모두가 눈앞만 생각합니다. 신구의 조화가 있어야 아름다운데 100년 갈 건물도 다 헐어버려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아무것도 없던 낙후된 소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에 연간 5000만 명이 가는 도시로 탈바꿈했어요. 성수동도 마찬가지입니다. 3~4년 전 주말이면 한 시간에 두세명 지나가던 이곳이 대림창고 이후로 100배 이상 유동고객이 늘었어요. 하나의 공간이 도시와 세상을 바꿉니다.”


솔직히 그의 아이디어가 언제 어떻게 구체화될는지, 과연 실현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는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고 그 아이디어가 진화 발전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시골 작은 마을마다 잘 어우러지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도시재생이 활성화되는데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는 지금 흥분돼있다.


“성수역 3번 출구 계단 지나 왼쪽으로 10m 올라와서 첫 번째 골목에서 300m 올라오면 철문이 보여요” “아이고 저런 저런…죄송합니다.” 할아버지공장을 찾지 못하는 고객의 전화에 연신 응대하는 홍작가. 오늘도 그는 다음 미션을 기대하며 할아버지공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잘 유지하기 위해 그는 생물을 촉촉하게 하는 관리에  매일 첫 번째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사진 : 이정우 Photographer


*홍동희 작가 프로필

건축 디자이너, 아트월 디자인 전문가

홍대 미대 서양화과 졸업, 대림창고 기획 운영, 할아버지공장 기획 운영

대표작품; 서울 명동 스테이트 타워  ‘시간의 결’, 경기도 이천 알로에 마임 연수원 돌집, 아모레퍼시픽의 제주도 오설록 티 뮤지엄 티스톤 내 아트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알도코폴라, 청담동 일식 레스토랑 ‘도쿄사이카보’ 공중에 매달린 바위, 남해 사우스케이프 공간 아트월, 아라솔 CC 외부벽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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