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1
*사진 : 김씨의 시네마 블로그에서 퍼옴
평소 내가 좋아하는 영화스타일은 아니기에 볼까 말까 했다.
이런 어두운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근데, 무뢰한 영화가 마니아가 많은 게 궁금해서 참고 봤다.
조금 무게감도 있고 자극적이기도 한 이 영화를 다 보고선 눈물이 흘렀다.
김혜경(전도연)의 감정선이 잘 느껴지는 영화였다.
또한 정재곤의 감정은 사랑인 듯, 아닌 듯..
모호하다..애매하다.
왜 제목이 '무뢰한'이지?
국어사전에 그 뜻을 찾아봤다. 나의 언어력이 여기서 들통이 난다. 느낌은 '불한당'같은 느낌의 단어
뭐, 비슷한 뜻이다. 불량한 사람이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뢰한이다.
주인공 김혜경, 정재곤 역시 무뢰한이다.
뇌물 먹고 옷 벗은 선배형사, 최음제 이용해서 수사하는 형사(곽도원), 살인한 박준길(박성웅)
정재곤은 직업이 형사임에도 사고(?)를 치기도 해서 선배가 빼내주기도 하고 뒷돈도 받기도 하고,
솔직히 도청도.. 불법 아닌가?
신분을 숨기고 김혜경에게 다가갈 때도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살인자를 잡기 위해서 저렇게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경은 사회에서 불량한 짓(유흥업소 종사자)하는 사람이자, 살인자의 애인
정재곤이 박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서 김혜경(전도연) 주위를 맴돌다 박준길(박성웅)과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그렇게 가까이 김혜경을 들여다본 정재곤은 결국 그 여자에게 마음을 쓴다.
가엽게 여긴다.
정재곤의 시선에 김혜경의 술집 밖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술집 밖으로 나와 평범한 여자(?)처럼 소박하게 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 그 장면을 보던 나는 아마 정재곤의 시선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 술집에 나가는 게 아니라면 저렇게 평범하게 살았겠지?
만약 그녀의 술집 밖의 모습이 명품 쇼핑하러 다니거나, 유흥을 즐기는 모습을 봤다면, 정재곤이 그녀를 애처롭게 여겼을까?
김혜경의 소탈한 모습에 아마 정재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소탈한 김혜경을 관찰한 뒤 정재곤은 술집으로 들어가서 술집 안에서의 김혜경을 지켜본다.
김혜경의 술집 안에서의 모습, 고단한 삶까지 지켜본 정재곤은 마음이 쓰인 게 아닐까.
술집 여자의 모습인 김혜경은 무척이나 고달프다.
김혜경은 박준길에게 미안함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위해 살인까지 한 그 남자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어려웠을 것 같다. 돈을 자꾸 요구하고, 이래저래 빚을 진 그녀는 삶이 고단 했을 텐데 더욱 강하게 자신을 쥐어짜 낸다.
술값을 받으러 가는 그녀의 모습은 당당했고, 자신의 이름만을 외치며 상대를 압도시킨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자신의 고단함을 지켜보단 정재곤은 그 고단함을 알아챈 유일한 사람이다. 그 고단함 가운데 정재곤에게 감정이 생기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하룻밤을 둘이서 보낸 뒤에 요리하는 그녀의 뒷모습과 정재곤이 그녀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주 잠깐 나오는데..
소탈한 그 순간,
그 찰나를 정재곤도 느꼈다고 생각한다.
준길이 돈 줘서 보내버리고 나랑 같이 살면 안 될까?
정재곤은 불쑥 올라온 감정으로 김혜경에게 툭 던진다.
툭 튀어나온 진심에
괜스레 그 말을 장난스레 거둬들이지만
그때 한 말은 잠깐은 '이대로 좋은데..' 이런 생각이지 않을까?
이때 김혜경의 눈빛을 잊지 못하겠다. 그 찰나에 그녀의 눈빛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나 정말 사랑하니?날 원하는거니?'가 담긴 눈빛이였다.
차에 올라탄 김혜경은 그 말을 믿고 싶었고, 정재곤에게 "진짜같아"라고 한다.
진짜이길 바란 김혜경, 진심을 내보이지만, 정재곤은 '믿지마'라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마약사범을 케어하며 살아가는 김혜경을 찾아가서
폭력으로 범죄자 잡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기 본래 이름을 말하곤 미치갱이같이 웃는데
그 감정이 너무 과하달까?
자기의 죄책감을 덮기 위해서 애써..' 내가 하는 게 이런 일이야 '보여주려는 것 같기도 했다.
잘 들어. 난 형사고 넌 범죄자 애인이야. 난 내 일을 한 거지 널 배신한게 아니야
자긴 형사고 넌 범죄자애인이라 말하는 정재곤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 널 배신한게 아니야'라고 말하는데
흠... 변명인 건가?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김혜경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배신을 한 게 못 견뎌할 만큼이면..
이건 단순한 죄책감일까... 사랑일까...
애매모호하다.
자기는 형사, 넌 범죄자 애인이라 선 긋지만 또 바로 뒤엔 널 배신한게 아니야..
마지막 부분에서의 정재곤의 행동은 사랑의 감정보단 자기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으로 밖에 안보였다.
만약 정녕 사랑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그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자기 이름을 알리지 않았을 것 같다.
이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자체를 사랑이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나의 죄책감을 느껴 행동하기보다는 상대에게
내가 한 행동이 널 배신한게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네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이게 사랑 아닌가?
정재곤에게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아마 수치심이겠지? 끝까지 자신의 바닥인 모습까지 확인한 정재곤을 향해 칼을 꽂는데, 칼이 꽂힌 채 정재곤은 뒤돌아 그녀에게서 멀어진다.
경찰 동료를 부를 수 있음에도 손짓으로 돌려보기도 하는 그의 행동은 죄책감 덜어내고 후련하게 담배를 피우며 이 말을 한 것 같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아라 씨발년아
청초하고 수수한 전도연의 모습, 그리고 찰나의 그녀의 표정에서 사랑에 다시 한번 희망을 품었던 모습이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왜 마니아가 많은지 알 것 같은 작품이다. 여기에 나오는 설정, 무뢰한들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만, 여기서 나오는 감정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보이는 그런 감정들이라 그런 듯 싶다.
실상은 우리가 영화를 보고 마음이 동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 보였기 떄문이 아닐까.
앞으로 나도 종종 이 쓸쓸한 무뢰한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연재를 위해 재발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