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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과 May 29. 2019

공룡이 치킨맛이었을거라는 신박한 증거

닭에 이것을 붙이니 공룡처럼 걷더라

브루노 그로시, 오마르 라라크, 마우리치오 캐낼스, 로드리고 A 바스퀴즈, 호세

이리아테-디아즈

Bruno Grossi, Omar Larach, Mauricio Canals, Rodrigo A. Vásquez [CHILE], José Iriarte-Díaz [CHILE, USA]



공룡고기는 치킨맛이라는게 학계의 정설?



세계 최초로 공룡 단백질을 분석하는데 성공했을 때, 세상은 “공룡고기는 치킨맛이래”라는 말로 한바탕 흥분했했습니다. 공룡 단백질과 닭 등 요즘 새들의 단백질이 비슷하니, 맛도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한거죠. 물론 아직 아무도 먹어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단백질이 비슷하다는 건 닭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할머니를 보면 공룡이지 않을까? 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겁니다. 단백질 뿐 아니라, 과학자들은 새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증거를 꽤 많이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거, 걸음걸이는 많이 다르던데요



그런데 공룡의 발자국을 분석해봤을 때, 지금 새의 걸음걸이와는 좀 다릅니다. 두 발로 걸어간다는 건 같지만, 지금의 새들이 쪼그린 뒷다리로 뒤뚱거리며 걷는것과는 달리, 공룡은 곧추선 자세에다, 걸을때마다 날개를 움직이며 늠름하게 걸었다는걸 분석해냈다고 해요. 근데 사람에 따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 조상이나 나나 걸음걸이 좀 다를 수도 있지.’



조선시대 양반들의 걸음걸이를 생각해보면 뒷짐을 진 팔자걸음이 생각납니다. 십일자로 걷는게 트렌드인 요즘과는 좀 다르죠. 둘의 발자국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다를겁니다. 끄덕끄덕.


뭘봐 내가 팔자걸음이라고 x나 무시하냐


그런데 여기에 그냥 끄덕거리고 넘어가지는 않은 칠레의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만약 아직까지도 팔자걸음이 트렌드였다면 조상님들과 꽤 비슷한 걸음걸이를 갖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한거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닭과 공룡의 차이를 보정해주면, 닭도 공룡처럼 걷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공룡과 닭은 트렌드 이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공룡은 꼬리가 있는데, 닭은 꼬리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닭에 꼬리를 달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그냥 단게 아니라, 닭들이 애초에 꼬리를 달고 태어난것 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지극정성을 다했습니다. 이쯤되면 내가 과학을 하는건지, 닭을 키우는건지 현타가 왔다고 해도, 이해할만 합니다.


<실험 방법>

1. 태어난지 2일된 병아리들을 모아서 꼬리를 붙여가며 길렀다
2. 닭이 커지면서 5일에 한번씩 더 큰 꼬리로 갈아줬다.
3. 닭 꼬리는 닭 몸통 길이정도였고, 9cm 로 시작해서 28cm까지 커졌다.
4. 꼬리 무게는 공룡이 그랬던것처럼 전체 몸무게의 15%정도
5. 성숙한 닭의 무게중심이 2cm정도 뒤로간다


그리고 같은 조건에서 차이를 따져보기 위해 무게중심이 그대로인 다른 닭들을 키워서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닭이 3달정도 컸을 때, 걷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분석했습니다.

아, 무게 때문에 아픈 닭이 없다는 것도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합니다.


뜻밖의 늠름함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슬슬 걸어가는 닭들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니, 꼬리를 붙인 닭들과 그냥 자란 닭들의 걸음걸이에 명확한 차이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냥 자란 닭은 일반적인 닭처럼 걸었지만, 꼬리를 붙인 닭들은 공룡처럼 걸었습니다.


보통의 닭이라면, 터벅 터벅 무릎의 힘으로 다리를 들어올려서 걸어가는게 대세지요.


연구진이 찍은 닭의 걸음걸이
연구진이 재연한 닭의 걸음걸이


그러나 놀랍게도 꼬리를 붙인 닭은 발목 쪽이 더 경사가 급하고, 대퇴골이 꼿꼿하게 서있습니다. 그리고 엉덩이로 다리를 끌어올려 위엄있게 걸어갑니다. 영화에서 재연했던 공룡걸음 같죠.


연구진이 찍은 꼬리달린 닭의 걸음걸이
연구진이 재연한 꼬리붙인 닭의 걸음걸이


자라면서 뼈 모양이 바뀌어서 그런거냐고요? X레이를 찍어봤을 때, 뼈 모양은 딱히 변한게 없다고 합니다. 그냥, 꼬리만 달면 닭이 공룡처럼 걷는다고 하니, 뭐에요, 공룡과 닭의 걸음걸이 차이는 고작 꼬리 하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똑같네요!



<참고자료>


Grossi, Bruno, et al. "Walking like dinosaurs: chickens with artificial tails provide clues about non-avian theropod locomotion." PloS one 9.2 (2014): e88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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