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헬렌켈러

by 이손끝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헬렌켈러의 말을, 나는 오랫동안 믿지 않았다. 그저 듣기 좋은 명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지 않았다. 닫히는 문 앞에 서 있는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그 말은 너무 쉽게 던져지는 위로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문이 닫히는 순간의 공기는 차갑고, 손잡이는 여전히 따뜻한데, 그 문이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먼저 찾아온다. 그때 “다른 문이 열릴 거야”라는 말은, 마치 아직 보이지도 않는 출구를 향해 웃으며 걸어가라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내가 운영하던 굿즈 제작 사업도 그렇게 닫히는 문 앞에 섰다. 한때는 승승장구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을 하고, 제작을 연결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성과도 났다. 하지만 불경기는 예고 없이 찾아왔고, 네이버 플랫폼에 의존하던 홍보 구조는 로직 변경 한 번에 무너졌다. 잘 되던 순간에도 늘 불안했던 그 일이 현실이 되었다. 글의 노출이 줄자 신규 고객과의 접점이 끊겼고, 사업은 점점 기존 고객들의 반복 제작으로만 유지되었다. 직원은 나갔고, 블로그는 외주 인력으로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 그 문 앞에서 나는 오래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디서 잘못된 건지, 다시 열 방법은 없는지. 닫힌 문을 오래 바라볼수록 시야는 점점 좁아졌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해오던 제작 사업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적었고, 늘 고객과 인쇄 공장 사이에 있는 ‘중간 다리’에 불과하다는 걸. 사고가 터지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었고,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다른 길을 고민해 왔다. 내 경력을 살릴 수 있고, 내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일. 그 답은 ‘교육’이었다. 글을 쓰고, 경험을 정리하고, 누군가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일. 사업이 흔들리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나는 다른 문을 찾아야만 했다.


처음 전자책을 기획할 때는, 솔직히 말해 두려움이 컸다. 이 문은 잠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잘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시장, 나 같은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의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잡이를 잡고 밀자 문은 열렸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전자책을 쓰고, 다시 서비스를 기획하는 동안 나는 오래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았다. ‘내가 주도하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이 길은 내가 선택했다’는 확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이어졌다. 인플루언서 합격 소식, 브런치 에세이 크리에이터 승인. 그저 한 시기에 겹친 우연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신호처럼 느꼈다. 이 문을 더 열어도 된다는, 아니 더 열어야 한다는 신호. 그리고 오늘은 크몽에서 전자책 승인 알림이 왔다. 판매가 시작되었다는 짧은 문장이, 이상하게도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하던 마음에, 오랜만에 설렘이 들어찼다.


물론 이 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전문가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 내가 들어가는 일이다. 비교하게 될 것이고, 흔들릴 날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번만큼은 내 직감을 믿어보려고 한다. 늘 그랬듯,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계산보다 감각이었으니까.


헬렌켈러는 말했다.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그리고 우리는 닫힌 문을 너무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고. 이제 나는 안다. 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내가 손잡이를 잡고, 밀어야 열린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닫힌 문에서 시선을 거두게 된다는 것을. 지금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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