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운이 나를 감싸올 그 순간을 향한 다짐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어릴 때는 이 말이 그저 어른들이 하는 흔한 희망이나 넋두리쯤으로 들렸다. 하지만 사업을 하며 맞닥뜨린 현실 앞에서 이 문장은 단단한 철학처럼 내 마음에 박혔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저 매출의 긴 터널은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자본금은 버팀목처럼 나를 지탱해 주었지만, 올해가 끝나도록 매출 회복이 보이지 않자 그 버팀목도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불안은 나의 시간을 잠식하는 또 다른 지출처럼 느껴졌다.
특히 이달 초의 환불 사태는 나를 아주 크게 흔들었다. 단순한 매출 손실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내가 해온 모든 노력이 부정당한 것 같은 기분, 스스로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는 낯선 공포,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환불 사건 이후로 나는 고객 응대 상황과 돈에 예민해졌다. 통장에 찍힌 잔액이 나의 실력과 존재를 평가하는 기준처럼 느껴졌다. 돈이 줄어들면 내가 쪼그라드는 것 같았고, 지출이 생기면 마음이 함께 푹 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돈의 성격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돈에도 성질이 있고, 그 성질이 모여 삶의 방향을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나쁜 돈이 모이면 나쁜 일이 생기고, 좋은 돈이 모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문장. 처음엔 듣자마자 반발심이 들었다. 힘든 사람에게는 그 말이 얼마나 가혹하게 들릴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결국 나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그 말을 바라보기로 했다. 마음을 고쳐 먹는 일은 돈이 드는 게 아니니까.
돈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내가 돈을 바라보는 태도가 좋거나 나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통장에 남아 있는 이 돈은 ‘곧 빠져나갈 돈’이 아니라 ‘내 미래를 지탱해 주는 동반자’라고,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어떤 돈은 정말 금방 사라져버리지만, 어떤 돈은 작고 조용하게 앉아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살리기도 한다. 돌아보니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바로 그 조용한 동반자들에게 의지하며 버텨왔다. 그러니 이 돈은 나쁜 돈이 아니라 좋은 돈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게 남아 있는 이 잔고 역시, 나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자원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신기하게도 불안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잔고는 여전히 적고, 앞으로 써야 할 돈들은 여전히 나를 압박하고 있지만, 마음 한쪽에서 작은 온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괜찮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하고 말해주는 것처럼.
맞다. 돈이 있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모든 게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돈을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없다’라고 느껴지는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있음’이 차곡차곡 다가오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사업을 하며 여러 번 흔들렸지만, 그때마다 다시 자리 잡고 일어섰던 나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분명 버틸 수 있을 거다. 나는 다시, 좋은 기운이 나를 감싸올 그 순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