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의 내가 2026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사랑하는 10년 전의 너에게
안녕? 지금 창밖에는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어. 나는 오늘 대학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서재에 앉아, 네가 그토록 고대하던 새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탈고했어. 문득 10년 전 오늘, 사무실에 쌓인 재고 박스 사이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며 멍하니 벽을 보던 네 뒷모습이 떠올라 펜을 들었단다.
손끝아, 그때의 너는 참 많이 울었지. 생존이라는 무거운 짐 앞에서 "엄마이자 아내인 내가 자아실현을 꿈꾸는 건 이기적인 욕심이 아닐까" 자책하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도 했고. 하지만 10년 뒤의 내가 단언컨대 말해줄 수 있어. 그건 욕심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살리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었어.
지금 네가 겪는 그 막막한 결핍들, 당장 돈이 없어 가슴을 졸이고 사업이 예전 같지 않아 밤잠 설치는 시간들 말이야. 그거 사실 내가 우리 인생의 해피엔딩을 위해 아주 정교하게 깔아 둔 '성장의 복선'이었어.
네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시련을 설정해 둔 건 네가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랐기 때문이야. 만약 그때 사업이 너무 잘 풀렸다면, 지금의 '이손끝' 작가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의 꿈을 일깨우는 '이손끝 교수'도 없었을 거야.
손끝아, 기억나니? 지금 너보다 더 힘들어했던 20년 전 방황하던 너의 모습 말이야. 그땐 네 곁에 조금이나마 기댈 수 있는 남편도, 온몸과 마음을 다해 너를 의지하며 안기는 두 딸도 없었어. 주변은 너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있고, 온통 외로움뿐이었잖아. 지금의 너는 그때의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지? "넌 잘 살게 되어 있으니, 맛있는 것 좀 먹고 많이 웃으라"라고 말해주고 싶어 했던 그 애틋한 마음. 지금 내가 너를 보는 마음이 딱 그래.
본래 사람은 지금의 내 아픔이 제일 아프다지. 그래서 와닿지 않을지라도 기억해 줘. 부디 지금의 시련에 지지 마. 이건 네가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작가적 장치'일뿐이니까. 조금만 더 웃고, 조금만 더 행복한 마음을 가져봐.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고 나가는 돈이 많아도, 네 안에는 이미 세상을 감동시킬 글들이 자라고 있거든. 네가 심은 소설이라는 씨앗과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는 반드시 싹을 틔워 우리 집 마당을 가득 채우는 숲이 될 거야.
손끝아,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10년 뒤의 내가 이미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 오늘 밤은 "다 잘 되려고 이러는 거다"라고 주문을 외우며 푹 자렴.
너는 지금 네 인생 최고의 걸작을 써 내려가는 중이야. 부디 끝까지, 멋지게 성장해 줘.
- 2036년의 봄, 네가 그토록 꿈꾸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미래의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