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반다르 세리 베가완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곳곳에 보이는 한국어 안내판에 한국인으로서 기분 좋아졌다. 한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한국어를 영어와 함께 표시하고 있기에 이유를 알아보니 브루나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국 중 하나란다. 우리나라 전, 현직 대통령들은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을 여러 번 개최해왔다.
브루나이는 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자원 부국이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에게는 국왕이 세뱃돈 주는 부자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자산의 소유자다. 22살에 국왕으로 재위해 70대가 된 지금까지도 브루나이를 통치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지인들에 따르면 브루나이 국민들에게 인기가 상당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루나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복지가 잘 되어 있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없다시피 한데도 불구하고 나라에 매장되어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천연자원이 워낙 빵빵하다보니 이 수익으로 국민들에게 갖가지 복지 혜택을 주고 있었다. 모든 국민이 국공립학교 교육비 면제에 단돈 1 달러를 한 번 내면 최첨단 의료 서비스를 평생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작은 소국이기에 국토를 효율적으로 쓰려는 노력에서 수상가옥을 지어놓고 서민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다기에 가보았다. 큰 기대 없이 캄퐁아에르 수상가옥 마을로 배를 타고 들어갔는데, 이건 웬걸 캄보디아나 필리핀 같은 다른 동남아에서 봐왔던 그런 수상가옥이 아니었다. 내 본가가 있는 판교에서 보던 현대식 주택들이 물 위에 떠있는 거다. ‘판교에서는 30억 원은 족히 하겠는데, 이걸 무료로 준다고?’ 생방송 시청자분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받는다는 정보를 아직 얘기하지 않았기에 여기 수상가옥들의 가격이 얼마 정도일지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다들 최소 1억 원 이상은 부르는 걸 보니 누가 봐도 깔끔하게 잘 지어놓은 집들이었다. “정답은 껌 값보다 쌉니다. 여기 살고 싶다고 말하면 나라에서 그냥 제공받는답니다.” 다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장면이 곧 펼쳐졌다. 이렇게 멋진 수상가옥들의 정박장에 내려 그 마을의 안으로 깊이 들어가 봤는데, 그냥 일반적인 수상가옥들이 나왔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보통 배를 타고 내리지는 않고 캄퐁아에르 주변을 둘러보고 가기에 보여주기 식으로 이 수상가옥 마을의 가장자리에 좋은 현대식 수상가옥들을 지어놓은 거였다.
세계일주 용진캠프 브루나이 9편 시청자분들과 함께하는 생방송 여행이기에 나 역시 ‘보여주기’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수상가옥 군락에 도착했을 때, 마침 자신의 집 앞에서 배를 내밀고 쉬고 계신 마을 어르신이 계시기에 생방송 세계여행 중임을 말씀드리고 어르신 집 내부를 구경할 수 있냐고 여쭤봤다. 어르신은 흔쾌히 우리에게 당신의 집 안을 구석구석 소개해주셨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반전이 있었는데, 밖에서는 분명 일반 수상가옥이었는데 집 안에 들어가 보니 그 일반 수상가옥들을 여러 개 묶어서 안으로 모두 연결되게 하게 하여 한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내부 규모가 엄청났다. 한 100평 정도 되어 보였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데만 10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그리고 이 나라의 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게 수상가옥임에도 안에 오디오며 냉장고며 없는 게 없었다. 시청자분들의 생방송 채팅 글들이 생각난다. ‘완전 신세계다.’, ‘이게 말이 수상가옥이지 실내 축구장 아니야?’ 캄퐁아에르는 까면 깔수록 새로운 게 나오는 양파 같은 곳이었다. 세상을 한 가지 시선으로 성급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이 작은 마을이 말해주고 있었다.
브루나이에서 머물던 호스텔 관리인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였다. 이 친구 말에 의하면 브루나이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말레이 인종이었다. 이 친구는 정말 세심하게 숙소에 머무는 투숙객들을 두루 살피며 필요한 게 뭐가 있는지 항상 물어봤다. 이런 훌륭한 관리인 덕분에 호스텔에 머무는 시간이 내 집 같이 편했다. 그는 저녁 시간에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카야 모스크와 가동 야시장을 차례대로 함께 구경해볼 것을 추천해 주었다. 동선이 너무 괜찮았는데, 호스텔에서 모스크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고, 모스크와 야시장은 걸어서 10분 정도 소요됐다. 여러 개의 황금 돔들이 인상적이었던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카야 모스크는 도착할 때쯤 경건한 예배 의례가 펼쳐지고 있었다. 기독교 신자인 나나 기독교, 천주교, 불교 신자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에게 이슬람 사람들이 예배하는 관경은 낯설었다.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잠깐 함께해봤는데 바닥에 절을 계속 하셔서 차마 절은 하지 못하고 나왔다.
세계일주 용진캠프 브루나이 4편 이 모스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동 야시장은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이었다. 다양한 시장 음식들이 있었는데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시청자분들에게 시장을 이곳저곳 소개해주던 중 현지 커플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 이들은 시장의 공용 테이블에 앉아 시청자분들과 먹방을 하고 있는 내내 여러 가지 현지 이야기를 해주며 함께 해줬다. 중간에 내 먹방을 도와준다며 잠깐 어딘가를 가더니 브루나이에서 유명한 챈들이라는 음료를 사와 선물로 줬다. 스타벅스 커피 그란데 사이즈의 플라스틱 컵에 들어있는데 팥 같은 것도 함께 들어있고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빨대로 시원하게 쭉 들여 마셔봤더니, 맛이 기가 막혔다. 가격도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밖에 안 한다는데 한국에서 챈들 장사를 하면 잘 될 것 같다. 결혼한 지 3년 정도 됐다는 이 커플은 자신들을 한류 열풍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하지만 TV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다 챙겨보고 있단다. 이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브루나이에서는 지금 런닝맨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커플 중 남편분이 하하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 갑자기 한 시청자분이 자기가 하하라고 채팅창에 영어로 썼다. ‘설마 레알 하하겠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남편분은 진짜인 줄 알고 까무러치게 놀라며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하? 하동훈! 생일 축하해 하동훈~!” 그의 아내까지 덩달아 “와 하동훈이 용진캠프를 통해 반대로 우리를 보고 있어.”라며 영어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하의 생일까지 알고 있는 이 브루나이 친구들에게 우리는 그냥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그 자신이 하하라고 주장했던 시청자분이 만약 하하가 아니어도 말이다.
세계일주 용진캠프 브루나이 6편
카카오 브런치 작가이자 여행 유튜버 세계일주 용진캠프는
현재까지 6대륙 101개국 세계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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