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심플한 디자인에서 미적 매력을 느끼는가
패션, 인테리어 심지어 삶의 태도에도 미니멀 minimal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이 미니멀리즘 열풍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그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1960년대 후반 뉴욕에서의 미니멀 아트 운동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외관이 간결한 미니멀아트에는 지금의 현상과 뚜렷이 구분되는 목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미니멀 아트의 목표는 단순함 [Simplicity]이 아니었다.
지금도 우리는 미술관에 방문하면 습관적으로 ‘무엇을 그린 걸까’를 연상하게 된다. 하물며 미니멀 아트가 태동하던 20세기 중반에는 그게 더 당연했을 거다.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그 환영을 제거하는 것이 바로 미니멀 아트의 목표였다. 이 공통의 목표에 있어 작가마다 해결책과 양상이 달랐다.
가령, 프랭크 스텔라 Frank Stella [1936-]는 배경이 되는 캔버스를 모두 잘라내 어떠한 공간감을 만들 여지도 없앴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고안한 쉐이프드캔버스 Shaped Canvas다. 나아가 도날드 저드 Donald Judd [1928-1994]는 부분들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환영을 제거하기 위해 작품을 부분이 없는 통짜의 사물로 만들어버렸다. 결과적으로 미니멀 아트의 작품은 외관이 단순한 사물이 되어버렸다.
한편 솔 르윗 Sol LeWitt [1928-2007]은 조금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이는 오히려 조셉 코수스 Joseph Kosuth [1945-]를 통해 알려진 개념 미술에 가깝다. 솔 르윗은 아예 예술로 하여금 물질 자체로부터 탈피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탈물질화’는 결국 개념에 도달하게 된다. 그 개념은 기초적 언어와 규칙에 다름 아니다. 가령, 최소 단위가 무한히 확산되는 「122개의 열린 입방체」 [1974]에서는 개념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작품뿐 아니라 사생활까지도 유명한 당대의 뉴욕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솔 르윗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다. 그만큼 오로지 작품에만 천착한 그가 말년에 완성한 「벽 드로잉 1131번—빙글빙글」 [2004] 은 가히 그가 꿈꾼 미학적 목표의 완성작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네가 보는 것이 네가 보는 것이다 [What you see is what you see].”라는 말처럼 솔 르윗의 작품은 다른 무언가를 떠올릴 겨를도 없이 우리로 하여금 기하학적 요소의 순수한 즐거움에 빠질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더 일찍 탄생한 몬드리안과 칸딘스키가 이끌었던 구성주의와는 분명 또 다른 즐거움이다.
디아:비콘 [Dia:Beacon]
맨해튼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3 Beekman Street Beacon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1929년 건설된 나비스코 공장을 개조하여 2003년 디아 예술 재단 [Dia Art Foundation]이 설립하였다. 솔 르윗뿐 아니라 리처드 세라 Richard Serra, 댄 플래빈 Dan Flavin의 미니멀 아트를 포함해 유수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허드슨 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소장품 목록은 모두 www.diaart.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에디터 정진욱(Chung Jinwook)
커버 이미지 Donald Judd Foundation
더 자세한 내용은 에세이 매거진 3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