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세이 매거진 May 22. 2019

색을 만드는 농부

푸른 심상을 삶에 스미다


천연 인디고 블루로 이미 마니아 층을 확보한 김지민 작가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8991haus'에서 직접 인디고를 재배하며 자신만의 푸르름을 우려내고 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전시를 맞이하는 그를 오프닝에서 직접 만났을 때 쪽물이 베어든 손톱을 아랑곳하지 않고 성심껏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마치 이브 클라인 인터내셔널 블루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지민 블루'를 꿈꾸는 김지민 작가와의 대화를 공유합니다.


김지민 작가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8991haus에서 직접 인디고를 재배하고 있다. © Kim Hyungryeol


 초록색 물에서 파란색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고 그 이후로 한국의 전통 인디고 염색법을 찾아다니고 더 나아가 세계의 인디고 다잉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Q. 안녕하세요. 에세이 매거진 독자 여러분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충남 당진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인디고 농사 및 다잉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건축가 또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지금의 직업과 관련된 학과를 지원하였고 취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적 갈증이 심해졌고 취미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는데요. 그때 우연한 기회에 천연 염색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첫 수업이 바로 인디고 다잉이었죠. 초록색 물에서 파란색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고 그 이후로 한국의 전통 인디고 염색법을 찾아다니고 더 나아가 세계의 인디고 다잉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가족과 함께 보냈던 공간을 개조한 작업실에서 우려낸 인디고는 유년의 심상을 머금고 있을 것이다. © Kim Hyungryeol


Q. 이번 전시 ‘Blu wave’에서 인디고와 작가님에 대한 관객분들의 많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아직 생소한 사람의 눈높이에서 인디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인디고 하면 일반적으로 청바지를 많이 떠올리시는데요. 인디고는 본래 식물 이름이에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지만 통칭해 인디고라고 부르고 있어요. 인디고 식물을 재배, 수확해서 얻은 색소로 염색하는 일을 인디고 다잉이라고 하고요. 한국에서는 쪽 염색이라고도 하죠. 가령 프랑스에서도 대청이란 걸 써서 색을 내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연한 색을 프렌치 블루라고 하고, 우리나라랑 만드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보통 대청이라고 하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저렴한 염료로 받아들여져요.


인디고는 본래 식물 이름이다. 김지민 작가는 인디고 식물을  직접 재배, 수확해서 얻은 색소로  인디고 다잉까지 하고 있다. © Kim Jimin


Q. 전시의 키워드 중 하나가 ‘확장성’이라고 들었어요. 이 전시가 어떤 의미에서 확장성을 가지고 있나요?

A. 전시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 전시의 많은 요소중 두 가지를 뽑으면 확장성과 지속성을 중심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인디고의 확장성이라면 패브릭에 제한되지 않고 실생활에 다양하게 접목해서 말 그대로 ‘스며들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단어를 찾다 보니 확장성이더라고요. 고정관념을 타파하자는 뜻도 있고요.


이미 확고한 마니아 층을 확보한 김지민 작가는 전시장에서 관객들을 직접 응대했다.


Q. 방금 언급하신 ‘지속성’이라는 단어는 언뜻 그 의도가 짐작되는데요. 전시의 키워드인 만큼 지속성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전시 장소인 파티션 WSC의 특성에 따라 전시 내용도 세 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째는 파란색을 내게 된 계기, 둘째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사물들의 표현. 마지막으로는 천연 방식의 지속입니다. 케미컬 방식의 또한 염색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나쁘거나 틀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제가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전시가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고 미래를 지속해가는 과정이기도 해서 지속성을 키워드로 택했습니다.


직접 재배한 천연 인디고 다잉으로 재탄생한 물건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푸르름을 머금었다.


Q. 작가님이 직접 관객분들을 응대하고 설명을 해주신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A. 지금까지 세 번의 전시를 했고 어느덧 이번이 네 번째가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작업을 종합해서 다시 한번 인디고의 지속이나 확장성을 표현해 내려고 했는데요. 가급적 전시라는 걸 추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하고 싶었어요. 선입견 없이 관객이 있는 그대로 느끼는 인상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시를 관람할 때 도슨트의 설명의 듣고 안 듣고의 차이를 크게 느껴서요. 저는 스토리를 알고 오브제나 작품을 봤을 때 더 좋았기 때문예요. 관객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직접 설명을 해서 이해를 좀 돕고자 해요.


원단의 특성을 고려해 하나하나 오랜시간을 들여 인디고 다잉에 임하는 모습 © Kim Hyungryeol


Q. 사실상 브랜드와의 협업은 처음이신 거 같아요. 어떤 브랜드 제품을 다잉 하신 경험을 있으시지만 협업 개념은 처음이 맞으시죠?

A. 맞아요. 공예가라는 브랜드 하고요. 굉장히 저의 염색 취지랑 잘 맞는, 그러니까 생활 속에 쓸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을 디자인하는 브랜드이고요. 제안을 주셨을 때 굉장히 감사했어요. 저에게도 일종의 기회였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캔버스 천이 생각보다 두꺼운 데다가 코팅까지 되어 있어 처음에는 염색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염색이 잘 되려면 원단의 코팅이 벗겨진 상태에서 염액이 들어가서 하거든요. 원단에 대한 스펙을 잘 몰랐던 거예요. 공예가의 북커버 제품 같은 경우 원래 컨버스 재질 말고 더 고가의 샤무드 스웨이드 원단이 있었어요. 그 원단 같은 경우 재질이 물에 닿으면 특성상 원단에 변형이 생겨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염색이 편하게 컨버스로 요청을 드렸었어요. 제품을 하나하나 따로 염색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려요. 아무래도 사람이 염색하는 거고 단시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수가 많으면 소량을 단시간에 해내야 해서 수가 많으면 집중도가 떨어지죠.


효모 운동 상태에 따라 염색 조건에 대한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 Kim Hyungryeol


Q. 제품 하나를 염색하는 데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A. 그게 인디고를 염색하는 통을 저희는 쪽 통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그 안에서 효모가 운동을 하는데 상태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거든요. 다행히 이번에는 쪽 통의 상태가 아주 좋아서, 좋은 조건에서 염색할 수 있었어요. 색을 올릴 때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진한 색으로 염색이 가능해요. 예를 들면 온도, PH, 색소, 효모 등이 그 역할을 해요. 염색 작업은 색을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잿물을 빼 주는 작업까지 해야 그제야 염색이 다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아직 저는 미흡한 점이 많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공부 중이라, 좀 더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모든 것이 최상의 상태이면, 2-3일이면 가능할 것 같아요


김지민 작가는 본인의 고유한 색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다. © Kim Hyungryeol


인디고를 잘 길러서 나의 색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저의 목표예요.


Q.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인디고의 매력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A. 인디고를 잘 길러서 나의 색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저의 목표예요. 지민 블루라고 부르기는 민망함이 있지만, 진정한 지민 블루를 찾기 위해 항상 파란 손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음악이 주는 감성이 있듯이 색이 주는 영감도 있거든요. 누구나 리바이스 진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인디고에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인디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민 (31) / 색을 만드는 농부

충남 당진에 위치한 8991haus에서 인디고 재배와 다잉을 하고 있으며, 인디고와 여타의 콘텐츠를 접목하여 다양한 인디고의 표현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뷰 전문은 에세이 매거진의 다음 이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정진욱 Chung Jinwook

포토그래퍼 Anastasia Doynikova, Roman Permiakov

사진제공 김지민 Kim Jimin, 김형렬 Kim Hyungryeol

장소협조 파티션 WSC(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9 2층)




인스타그램에서 에세이 매거진의 더욱 다양한 소식을 만나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수비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