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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Apr 21. 2022

전장연과 이준석

깊은 울림이 있는 토론

내 삶의 대부분은 4호선에 있다. 4호선 어느 역 쪽에 집이 있고  4호선 어느 역 쪽에 직장이 있다. 시작과 끝이 4호선에 있다. 최근 몇 차례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수차례 지각을 하고 회의와 강의에 늦었다. 그렇게 많은 불편을 겪었다. 분각을 다투는 동시간에 다른 대체 교통수단도 없었다. 그래서 이 시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토론을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달았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 '꼭 그래야만 했는가'를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목적과 의도든 불법은 불법이니깐. 이라고만 생각했다. 장애인 시위와 역사,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장애인 권리를 위한 정책들까지도 몰랐다. 그동안 일과 육아 등 개인사에만 빠져 어렵고 답 없는 정치나 사회를 외면했던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다.(나는 정치적 성향이나 색깔이 없다. 나는 나의 무지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언제나 중도. 중립을 좋아한다.)


토론은 개인적으로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준석은 머리에 울림을 주었고 박경석 대표는 가슴에 울림이 일었다. 젊고 똑똑한 정치인 이준석은 치밀하게 논리적이다. 웬만해선 논리를 이겨낼 재간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많은 지지층이 있고 국힘 정책의 대변인이었다. 박경석은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생존과 권리에 관한 절박한 목소리였다. 균형으로 보자면 이준석 쪽이 여러모로 유리했고 토론의 방향도 이준석이 압도적이었다.

박경석은 일단 불편을 드린 시민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에 정당함을 주장했다. 인상 깊은 것. 대표적인 사안만 추려 정리해 보면.(나는 요즘 수세미 뜨기에 빠져있는데 뜨개질을 멈추고 저절로 펜을 들어 토론을 정리하고 있었다)


1. 발차 지연의 정당성 문제

이준석: 고의적 의도가 없는 탑승과 그에 따른 연착은 사회적으로 용인이 가능하지만 열차 출입문을 밟은 고의적인 발차 지연은 정당하지 못하다

박경석: 모든 시위에는 목표를 위한 고의와 의도가 있다. 불법이라고 해서 비문명이라고 할 수 없다.

이준석: 시위에서 초래되는 불편이 있다 하더라도 비의도로 인한 우발적이거나 임시적이며,  예측적이고 회피(대안) 가능성이 있어야 사회적 용인이 가능하다.


: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준석의 논리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박경석은 정당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기울이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우리에게 힘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를 다소 과격하게 전하고 싶었다' , '방법에서 불법으로 불편을 야기한 것은 사과한다',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당면 문제로 지상파 토론장에 나올 수는 있었을까요'라고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사실 이 시위로 나 같은 소시민도 장애인에 대한 정책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니깐.


2. '볼모', '비문명'이라는 발언에 대해

이준석 : 목적은 정책과 예산인데 대상은 왜 시민이냐. 시민을 볼모로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것이 맞지 않느냐. 이것은 비문명이 맞다.

박경석 : 이 대표와 우리의 스피커는 다르다. 이 대표의 스피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의 장애인 혐오발언과 악플이 급증했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사과하라.

이준석 : 악플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항상 있었다. 나의 발언으로 혐오발언이 증가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또한 공론이 된 이상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 아니겠느냐.  


2. 이동권 보장에 대한 정책

이준석 : 정치인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외면한 적이 없다. 약속을 안 한 적도 없다. 장애인 권리에 대해 우호적이며 점진적으로 진보하고 있다.

박경석 : 모두 약속은 했지만 실행은 없었다. 절반도 채 안 되는 반영만 했을 뿐이고 구체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다.   

이준석 : 여러 사안들과 국정과제들이 있는데 이에 앞서 장애인들의 의견만 백 프로 반영할 수는 없다.

박경석 : 법이 제정되어 있어도 예산 규모 , 확대에 대해 누구도 적극 나서지 않는다. 반영의 속도도 너무 느리다.

이준석 : 거의 모든 폐차 버스는 저상버스로 백 프로 바뀌는데 멀쩡한 버스까지 폐차하라는 것이냐.

박경석 :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바뀌는 에 대해 10년이 걸린다.


: 이준석이 장애인들의 권리와 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과 관심이 있다는 것은 자명했다.(굳이 전동 아닌 수동 휠체어를 타고 출퇴근하는 '휠체어 챌린지'나 하는 정치인들, 보좌관과 사진 기자들 대동하고 나서는 "두 팔이 많이 아프더라" 하는 정치인들보다 훨씬 낫다. 이에 이준석은 '평소 지하철이나 타라고 했었다')


하지만 우선순위 과제에서 다른 국정과제들 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과제를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 수준이 얼마나 진보되었는 가는 자세히 모르겠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똑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글쎄. 좀 더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 대표 모두 나름의 입장에서 훌륭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토론을 했다. 결국은 파이 싸움인 것 같다. 한정된 파이를 얼마만큼 사회적 약자에게 떼 줄 것인가.

우리나라가 국민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 같이 복지정책에 더 이상 나무랄 데 없는 돈 많은 강국이었으면...

아침 출근길에 연착으로 짜증 나는 일도,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다' 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인데...


오늘 아침에도 4호선이 연착되었지만 예전처럼 짜증이 나기 보다 마음이 시렸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불편 없이 똑같은 일상을 누리며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불현듯 이 상황을 한 가정으로 비유해 상상해 보았다.

형편이 어려운 한 가정에 엄마가 있고, 학생 신분인 다섯 명의 자녀들이 있다. 그중 한 자녀는 유독 키가 작고 나머지는 똑같다. 그런데 책상의 크기가 모두 같았다.

키가 작은 아이는 책상 크기를 작게 바꿔달라고 엄마에게 요구했지만 엄마는 형편상 어렵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겨우 의자만 바꿔주었을 뿐이었다.

참다못한 아이는 다른 형제의 책상에 풀칠을 해 다른 형제들도 책상에 앉지 못하게 했다.

엄마는 이번 달 생활비 외 여유돈 10만 원으로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한 공기청정기를 사려고 했는데 키 작은 아이 책상부터 바꿔야 하는지 고심하게 되었다.


엄마는 돈이 없어 슬펐고

키가 작은 아이는 평범한 일상이 불편해 슬펐고

나머지 형제들은 이 모든 상황에 무력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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