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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와 메밀 비빔면

2020년 11월 12일 에세이

by Mario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기숙사에서 했다. 저녁을 6시쯤 먹고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 보니 밤이면 늘 배가 고팠다. 그때 간식으로 애용되던 라면 중 하나가 메밀 비빔면이었다.


일반 비빔면도 아니고, 메밀 비빔면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보다 학교 내에 있는 매점에서 그 제품만 취급을 했기 때문이다. 구태여 이유를 달자면, 값도 저렴한 편에 속하고, 국물이 없기 때문에 라면 포장에 끓인 물을 넣어서 만들어 먹는 소위 '뽀글이'로 만들어 먹기에도 수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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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메밀 비빔면의 분량이었는데, 하나를 먹기에는 무엇인가 모자랐다. 두 개를 먹기에는 질렸다. 양이 좀 넘쳤기 때문이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한 개 반을 먹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구매 시 3봉지를 사야 했고, 처음 먹은 후 봉지가 개봉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남은 반개를 빠른 시간 안에 소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메밀 비빔면의 딜레마는 사실 맛과 분량의 균형이
어느 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는 문제다.


한 개와 한 개 반, 두 개를 선택하는 차이는 절대적인 답이 없는 문제다. 개인의 취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우리는 넘치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보면 모자라고 넘침이 없이 판단하고 행동하기란 늘 어려움이 따른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판단의 연속으로 균형을 맞춰가는 일은 어찌 보면 간단한 일의 고민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 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어두컴컴한 평균대 위에서 걸어가는 인생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방법은 평소 우리가 배고플 때 가장 맛있는 비빔면을 만들어 먹는 비결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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