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7일 에세이 - 강철이와의 소중한 추억
우리 집에는 강철이라는 반려견이 있었다.
내가 20대 초반에 나이에 별생각 없이 시츄를 입양을 해서 벌써 같이 생활한 지가 14년 정도가 되었다. 처음 3~4년 간은 서울에서 내가 키웠지만, 혼자 나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강아지에게도 미안해서 부모님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태안으로 데려갔다.
부모님은 이건 뭐냐며 적잖이 당황해하셨지만, 애교도 떨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모습에 큰 말씀 없이 키우셨다. 예기치 않게 생긴 반려견이지만 동생이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강철이를 데려간 이후 내 입장에서는 가끔 고향집에 갈 때 강철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반대로 집에서는 그간 침묵만이 있었던 집에서 강철이를 통해 웃고, 떠들고, 고민을 나누면서 조금 더 화목해졌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다. 세월은 흘러 강철이도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골의 동물병원만 데려가던 동생은 조금 더 큰 도시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다가 결국, 대전에 큰 동물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미 심장병과 폐수종이 진행된 상태였고, 의사는 수 개월내에 강철이가 죽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후 동생은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데려가며, 간호했다. 하루에 3번씩 주사를 놓고, 상비약을 주고 산소통을 대여하면서 강철이를 극진히 보살폈다. 문제는 병원비였다. 사람 병원비를 훌쩍 뛰어넘는 병원비는 결국 갈등 상황을 낳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나에게 병원비를 보태라거나 하지 않았다. 미안해서 가끔 목돈을 보내줬지만, 병원비와 간호의 줄타기를 하는 동생의 스트레스가 어땠을지는 상상이 안된다.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여가 되어갔다. 담당 의사는 강철이라는 이름을 잘 지었다며, 역대급으로 오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사이 강철이의 심장, 폐, 신장까지 성한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강철이에게 췌장염까지 왔다. 주말에 병원에 입원시키고 동생은 한 번 가보라며 연락이 왔다. 나는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강철이를 마주했다.
케이지 맨 밑에 들어있던 강철이는 날 알아보지도 못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날 따라서 병원 앞쪽으로 나왔는데 얼굴에는 침이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물티슈로 얼굴과 몸을 닦아주다가 누워있는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서 다시 치료를 위해 케이지에 넣어달라고 했다. 5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난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게 강철이와의 살아있을 때 마지막 모습이 될 준 몰랐다.
동생의 전화가 오후 8시쯤 걸려왔다. "강철이가 위급하다고 해서 대전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다시 전화 와서 심정지가 와서 죽었대." 동생은 말을 마친 후 울었고, 나는 꾹 참았다. 동생과의 전화를 끊은 뒤 엄마와 다시 통화하면서 그때 울음이 터졌다. 그 5분이 강철이와의 마지막 시간이었단 사실을 깨달을 때쯤 추억, 슬픔, 후회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터져 나왔다.
이후 동생은 병원에서 강철이를 수습해서 고향 땅에 묻어줬다. 평소 입던 옷과 장난감 사이에 조용히 누운 강철이는 마치 평소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머리가 어지럽고,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들었고, 잠을 자면 강철이가 눈에 아른거렸다. 마치 고향 집에 가면 강철이가 다시 마중을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랬다가 또 현실 자각이 돼서 우울한 마음과 함께 눈물이 글썽였다.
힘든 마음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정말 *pet loss syndrome 이라는 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 정말 좋은 추억들만 생각이 들 수 있을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 종일 강철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나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널 처음 데려온 순간부터 그랬고, 하늘에 있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늘 사랑한다. 강철아.)
[pet loss syndrome(펫로스 증후군) :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말한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반려동물의 죽음의 원인(질병, 사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슬픔의 결과로 오는 우울증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433849&cid=58345&categoryId=58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