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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Nov 09. 2023

코타키나발루 여행기 ⑤

인생 첫 말레이시아 여행

이제 제설톤 선착장으로 제리를 만나러 갈 차례입니다.


두 개 섬 투어를 돌고도 또 반딧불 투어를 떠나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하려니 하루가 참 깁니다. 5분 정도를 걸어 제리를 만났습니다. 지불하기로 약속했던  400링깃(약 120,000원)을 주자, 제리가 우리를 부릅니다.


비좁은 차에 일행이 탑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왜 반딧불 투어가 2시 반에 출발하는 지를 몰랐습니다만, 차에 타고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투어를 진행하는 장소까지는 차로 약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반딧불 투어는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종류와 가격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현지 여행사 및 한국 여행사 등 컨택 루트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시간과 장소, 가격,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반딧불 투어를 위해 차로 약 1시간을 이동했습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배를 탑니다. 선장은 선착장 근처를 돌면서 야생 원숭이들을 보여줍니다. 베트남에서 원숭이를 본 적은 있지만, 코 앞에까지 와서 작은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구경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4D로 보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능가했습니다.

반딧불이 투어 장소인 맹그로브 숲에 도착했습니다. 


맹그로브 숲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선착장에 와서 밥을 먹습니다(저녁이 포함된 지도 몰랐습니다) 찰기가 없는 말레이시아의 쌀밥과 카레가 들어간 닭요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늦게 도착한 우리는 밥을 허겁지겁 먹자마자 배에 다시 올랐습니다.


당시 일몰 시간은 호우 6시경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노을이 지는 포인트를 구경했습니다. 생각보다 해가 빠르게 떨어졌지만, 왜 코타키나발루가 3대 석양이라고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인에게 인생샷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반딧불 투어 시간입니다. 미리 이 시간을 준비해 해충 퇴치제를 온몸에 발랐지만, 어둑해지자 모기들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깜깜해지자, 반딧불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자연애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에 맞춰 비좁은 배 안에서 동남아의 습함, 사람들의 열기, 모기들의 습격이 뒤 섞여 관람을 방해합니다. 관전의 즐거움과 불쾌함이 공존하는 시간입니다.


배 앞 뒤에 선 직원들이 손에 인공조명으로 유혹하자, 반딧불이들이 조금씩 배 쪽으로 날아옵니다.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기는 했지만, 이때 인생 첫 반딧불이를 경험했습니다. 손 안에서 반짝 거리는 느낌은 우주의 별이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킵니다.


모든 반딧불 프로그럄이 끝나자 저희는 제리의 차에 다시 탑니다. 호텔로 돌아오니 어느덧 오후 8시가 됐습니다. 3일 차에 빡빡한 일정이지만, 아직 해야 할 것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워터프런트로 향합니다. 바닷가를 옆에 두고 시원한 맥주들을 마십니다. 밤바다의 물결이 일렁이고, 달과 구름, 저고도로 나는 비행기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취기가 오르자 워터프런트 바로 옆에 있는 필리피노 마켓으로 향합니다. 필리피노 마켓은 최근 들어 필리핀 상인들이 많이 줄어들어 요즘은 야시장으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점을 정리하는 상인들이 많습니다. 서둘러 가게에서 음식을 시켜봅니다.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밥과 면을 하나씩 시켰습니다. 면은 정말 짠맛이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급하게 음식을 먹고는 아직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찾아다닙니다. 닭날개 구이를 4개 20링깃(약 6,000원)에  구입했고, 우연히 만난 망고보이에게 킹망고, 애플망고, 망고스틴을 샀습니다. "망고보이!" 하며 제가 놀라자, 망고보이는 한국어로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J98oI8NdlfM

인터넷에서 유명한 필리피노 마켓의 망고보이(소년)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게 식도락 여행을 즐겼습니다. 닭날개와 망고를 들고, 숙소로 향합니다. 이제 다음 날은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많은 경험을 한 하루였지만, 벌써부터 돌아갈 생각에 서운한 맘도 드는 하루입니다.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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