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꾸는 우리
더 이상 라이브로 들을 수 없어 아쉬운 노래가 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비틀스의 <헤이 주드>, 그리고 요조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이렇게 세 곡이다. 더 이상 라이브로 들을 수 없는 이유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로, 비틀스의 존 레논은 총격으로 사망했고,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는 요조와 이상순이 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는 요조와 이상순의 듀엣곡으로, 2010년 당시 연인 사이었던 둘은 이 명곡을 만들어 냈다. 요조의 속삭이는듯한 창법과 이상순의 저음은 잔잔한 기타 연주와 함께 담백한 호흡을 보여준다. 아쉽게도 둘의 연애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이 곡은 둘의 처음이자 마지막 듀엣곡이 되었다. 연예인 커플들의 연애사가 늘 사람들의 가십 거리가 되는 것과 달리, 둘의 연애사는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둘의 연애사처럼 이 곡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작업하게 되었는지도 둘 만의 비밀로 남아 있지만, 천재 작곡가들이 갑자기 영감을 얻어 금세 곡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 둘 역시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만들어 내고, 곡을 완성했을 것만 같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닿지 않는 천장에 손을 뻗어 보았지
별을 진짜 별을 손으로 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요조의 서정적인 가사와 이상순의 잔잔한 기타 연주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어폰보다는 스피커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나와 스피커의 거리는 세 뼘 정도가 적당하다. 방에서 노래 제목 그대로 선처럼 누워 이 노래를 들으면, 머릿속에 남아 있던 생각이 사라지고, 이 노래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행복의 순간에는 이 세상에 둘만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이 곡 역시 이 세상에 나와 이 곡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상순과 헤어진 이후에도 요조는 이 노래를 몇 번 라이브로 불렀다. 혼자 부른 적도 있고, 다른 가수와 듀엣으로 부른 적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상순과의 듀엣에서 느껴졌던 담백한 매력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은교에서 같은 거울이라고 해도 은교에게는 저승과 이승만큼 먼 것처럼, 나에게 있어서도 이 곡은 더 이상 같은 것이 아닌 것처럼 다가온다.
어딘가 정말로 영원이라는
정류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 가사처럼 둘도 사랑의 순간이 영원하길 꿈꿨을 것이고, 다가오는 이별을 감지하며 슬퍼했을 것이다. 둘의 사랑이 지극히 현실적인 새드엔딩이라 나는 이 노래가 더 애틋하고 애절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