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unsplah@Klara Kulikova>
금요일 오후 5시. 외근을 마치고 팀 후배를 먼저 퇴근시켰다. 서울 한복판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덮밥 집에 가보기로 했다. 2~3명씩 친구들끼리 무리 지어서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10분 정도 웨이팅을 하고 밥을 먹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함께 외근 나온 후배에게 같이 밥 먹자고 하거나 카톡 친구 목록을 보며 주변에 있을만한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맞는 친구가 없다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혼밥을 하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누군가에게 늘 의지하곤 했었다.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
사실 어렸을 때의 나는 가끔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아이 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하루는 혼자 도시락을 먹게 된적이 있다. 반에 친한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왜 그날 혼자 밥을 먹게 된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친구들과 싸웠던 건 아니고 그냥 혼자 조용히 점심을 먹고 싶었거나 심각한 고민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이 뭐 얼마나 대단한 고민이 있었을까 싶다만)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나를 보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큰 소리로 물어보셨다.
“ㅇㅇ이는 왜 혼자 밥 먹니?”
모든 반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이 되었고, 근처에 있던 친한 친구가 내 옆으로 와줘서 민망한 상황은 금방 지나가긴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혼자 있으면 안 되는 거구나.’라는 두려움이 생겼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잠시라도 혼자 남겨진다는 건 무서운 일이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리고 친구들 모임까지. 혹시라도 무리에 끼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했던 몇 번의 기억이 있다. 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늘 만나면 분식을 먹으러 가는 친구들 무리에 끼어서 분식집을 갔던 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임인데도 모임에서 빠지게 될까 봐 억지로 LOL이라는 게임을 배웠던 것까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다는 상대방의 취향에 맞춰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것
5명의 친구들 무리에 껴서 좋아하지 않는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되었고, LOL 게임 계정은 휴먼 계정이 된 지
오래되었다. 모임에 끼어서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지금의 나는 정서적으로 더 행복하다. 집에는 나와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와이프가 있고, 회사에는 대화, 좋아하는 음식 코드가 잘 맞는 직장동료들도 있다.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도 남의 취향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내 취향대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만약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보내고 싶다.
“제일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한 거야. 다른 사람 사이에 끼어서 네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지 마. 때론 당당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할 때 제일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봐. 너 자신을 잃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