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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텔라 Jul 24. 2024

7층 마지막 방(上)

 영상은 잘 안 보지만, 활자로 된 괴담(怪談)이나 귀신 이야기는 종종 읽는다. 무서움도 잘 안타는 데다 그런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탓이다. 그렇다고 귀신을 본다던가 가위에 눌린 적은 많지 않다. 하지만 딱 두 번, 귀신으로 짐작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에게는 그다지 무서운 일은 아니었지만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을 때 무섭다는 반응들이 종종 있었기에, 혹시나 무서운 이야기를 잘 못 보시는 분은 지금 당장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란다. 



 예전에 어떤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입소 당일 오후 5시까지 숙소로 쓰는 건물 앞에 도착하면 제비뽑기로 방을 정한다고 했다. 집도 멀었고, 그다지 일찍 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거의 제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하지만 공지된 바와 달리 빨리 온 사람들이 먼저 제비를 뽑고 숙소에 들어간 것이 아니겠는가. 4인 1실의 이층 침대를 사용하기 싫었던 나는 아무도 안 뽑은 방이 있다면 그것을 달라고 얘기했다. 다행히 딱 한 방만이 남아있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늦진 않았다고, 어쨌든 일층 침대를 쓸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방 호수에 적힌 7층으로 짐을 가지고 올라갔다. 


7층 맨 마지막 방이 내가 묵을 방이었다. 높아서 그런지 해도 잘 들고 깨끗하긴 한데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늦여름이라 에어컨을 켜놓은 탓인가 생각하고 창가 바로 앞의 책상과 그 뒤에 있는 일층 침대를 찜해놓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한참 후에 나머지 세 명의 룸메이트들도 한 명씩 자신의 짐을 가지고 들어왔다.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한 뒤 정리를 하면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스태프가 오더니 나는 20X호, 나머지 아이들도 OXX호, XOX호, XXO호 하면서 여기서 짐을 빼고 각자 배정된 방으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아니 기껏 아무도 안 뽑은 방 골라서 힘들게 정리까지 다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싶어서 갑자기 왜 방을 바꿔야 하냐며 항의를 했다. 캠프에 불참한 아이들이 있어서 제일 마지막 방부터 빼서 빈자리에 넣는 거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저녁 식사에 늦을 수도 있으니 빨리 하라는 퉁명스러운 말과 함께 스태프는 가버렸다. 겨우 통성명만 마쳤던 아이들과 서먹하게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서는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 어쩐지 진짜 오기 싫더라니. 내가 제일 마지막일 테니 무조건 이층 침대 당첨이겠지.’


우울한 마음을 안고 다시 배정받은 방에 오자 아니나 다를까, 문 바로 앞의 책상과 그 뒤에 있는 이층 침대만이 남아있었다. 이미 짐 정리를 마치고 그새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적당히 인사만 하고 다시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야. 풀고 싸고 정리하고. 어휴.’

반도 채 정리하지 못했는데 저녁식사 시간이라 우선 밥부터 먹어야 했다. 늦게 갔다간 또 이상한 반찬만 남아있을까 봐 서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시작부터 계속 꼬이는 것만 같아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방으로 가서 남은 짐 정리를 했다. 


‘어? 우산이 없네. 분명히 챙겼는데.’ 

비 맞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일기예보에 민감했다. 내일 아침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미리 가방에 챙기려고 했던 우산이 없었다. 

‘아! 아까 그 방에 두고 왔나 보다. 에이, 진짜. 오늘은 정말 짜증 나는 일만 있네.’ 

마침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도 할 겸 7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환했던 2층 복도와는 달리 7층 복도는 메인 등은 모두 꺼진 채 비상구 표시등만 희미하게 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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