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핫딜] 6개 17,910원에 사은품 증정
[역대급 핫딜] 50% 쿠폰 적용하면 3,190원 무료배송
[초초핫딜] 개당 830원 최대 20개까지만 구매 가능
키워드를 설정해 놓은 글의 알림이 뜨자 제목만 봤는데도 심박수가 상승하였다.
“진짜 오랜만에 떴네. 쟁여놔야지.”, “이건 진짜 역대급인데! 빨리 사야지.”
이런 핫딜들은 ‘타이밍’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순식간에 매진이 되거나 가격이 변동되기 때문에 미리 자동로그인을 해놓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할인 쿠폰을 적용하고, 카드 간편 결제를 통해 잽싸게 구매를 완료한다.
예전에 샀던 가격과 비교해서 더 싸게 샀으면 한 번, ‘벌써 품절이네요ㅠㅠ’, ‘늦었어요. 가격 올랐네요.’ 같은 댓글들을 보며 또 한 번, 뿌듯한 승리자의 미소를 날려준다.
오늘도 현명한 소비였다.
‘핫딜(HOT DEAL : 물건이 평소 판매가보다 저렴한 것. 이 앞에 '초'가 붙을수록 더 파격적인 할인가인 셈이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육아를 시작하고부터였다. 기저귀며 물티슈며 아이한테 들어가는 생필품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돌아서면 또 사야 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이가 얼마나 예민한 존재인지. 조금이라도 자기와 안 맞는 기저귀를 쓰면 발진이 나거나 기저귀 밖으로 새기 마련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특정 제품의 기저귀만 써야 했다. 마트에서 행사할 때 사면 그나마 저렴했지만, 기저귀는 보통 박스채로 팔기 때문에 행사시기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직접 마트까지 가서 구매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다고 남편을 보내면 꼭 그 옆에 있는 엉뚱한 기저귀로 사 오기 일쑤였다. 생리대와 기저귀 심부름은 남편에게 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후 온라인쇼핑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기저귀와 물티슈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핫딜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아니! 이 장난감이 이 가격이라고?" 핫딜을 잘 만나면 새 장난감을 중고마켓에서 파는 가격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낡디 낡은 장난감보다는 새 장난감을 사서 쓰다 나중에 태어날 동생한테 물려주는 편이 나아 보였다. 중고마켓은 현금만 거래가 가능한데, 핫딜로 구매할 땐 내가 원하는 결제 수단을 쓸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문고리 거래(주소를 알려주고 현관문 앞에다 물건을 놓고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거래)는 절대 하지 않기에, 약속을 정해 직접 만나러 가지 않아도 깨끗한 상태로 집 앞까지 배송을 해주는 편리함에 점점 빠져들었다. 아이 용품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 세제와 휴지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 옷과 잡화류 등등 수많은 물품들이 제 값 주고 사면 바보인 것 같은 파격적인 할인율로 나를 유혹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지인들과 만나다 보면, 대충 필요한 것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좋은 가격으로 나만 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정보텔라(정보를 주는 스텔라)’, ‘소비요정’, ‘지름신의 열혈신도’와 같은 별명도 생겼다.
처음에는 필요한 것만 싸게 사는 것을 좋아하다가 나중에는 딱히 필요가 없는데도 가격이 너무 싸니까, 하나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상품이라서 사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밤새 핫딜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느라 잠을 설치는 경우도 생겼다.
솔직히 이 사건이 없었으면 난 아직까지도 ‘핫딜의 노예’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2021년 딱 이맘때쯤 한창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머지포인트 사태’. ‘핫딜방’에는 원래 저렴한 물건도 많이 올라오지만 같은 가격을 물건을 더 저렴하게 사는 방법들도 공유하곤 했다. 머지포인트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포인트를 저렴하게 충전하여 정상가의 제품을 20% 정도 싸게 살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사용정지가 되고 포인트 환불이 막히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애초에 많은 금액을 충전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화가 나서 환불을 받기 위해 머지포인트 본사까지 갔었다. 하지만 결국 내 오만 원은 환불받지 못했다. 그 이후로 핫딜 구매도 줄이고, 이런 포인트나 페이로 충전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저렴하게 구매한답시고 충전했지만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내 오만 원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핫딜을 놓치는 대신, 내 마음의 평화를 붙잡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한 것 같다. 피해받은 사람들의 규모와 나쁘게 번 돈의 액수에 비해 고작 몇 년의 형(形)을 살고 나오니 자꾸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에도 피해를 본 사람은 성실하게 물건을 판매한 판매자와 기업, 조금 더 저렴하게 생활비를 쓰고자 했던 선량한 많은 사람들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사람들에게 손해를 준 사업가가 아니라. 그런 경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는 강력한 처벌과 함께 내가 2021년에 저주했던 말을 또다시 들려주고 싶다.
“이 나쁜 놈들아, 대대손손 만성 변비로 고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