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차 신입 엔지니어의 회고
오늘은 제 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지금 반도체 스타트업에서 신입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역을 하고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방학기간 동안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고, 방학 이후 마지막 학기 중에도 인턴을 병행하다가 졸업 후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인턴 사원도 정규직 사원들과 다르지 않은 업무를 하게 되다보니 인턴때 속해있던 팀에서 진행하던 일을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계속하게 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직무를 하게 된지는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최근 회사에서는 월 1회 실시하는 올핸즈 미팅에서 새로 합류한 인원들이 입사 100일 회고를 진행하는 세션이 생겼습니다. 저는 정규직 전환으로 따져도 200일이 훌쩍 넘은, 회사 내에서는 나름 고인물인지라 100일 회고를 할 기회는 없어졌지만, 입사 1년이 된 기념으로 저만의 회고를 여기에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성장과 기회입니다. 졸업 후 대학원 진학보다는 취업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있었고, 이미 차려진 밥상 위에서 제가 할 일을 해내는 대기업 보다는 제 자율성을 보장 받으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제가 기대한 회사 생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졸업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에서 제가 회사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은 "폭넓은 스택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반도체 업계 자체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분야와 직무가 너무도 다양하고 제품 하나를 제작하기 까지 정말 많은 분야의 사람들의 노력이 투자됩니다. 물론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비교적 작은 조직인 스타트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계신 전문가분들과 비교적 가까이 지내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분야에 얽매이지 않는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추구했던 것이죠.
지난 프로젝트,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살펴보면 제가 주어진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부서 인원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업무 영역을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해 제 나름대로 노력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요즘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현재 메인으로 하고 있는 일 이외의 다른 업무, 다른 직무를 경험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HR 관련 유튜브를 보면서 회사생활 1, 3, 5, 7년차 때 으레 겪는 직무 관련 고민이라는 식으로 치부했지만, 오늘은 문득 내가 지금 "가능성에 중독된 상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나 속해 있는 팀에 만족을 하지 못해서, "팀을 옮겨보면 만족감이 오르지 않을까", "다른 일을 해보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가 하는 것이죠. 실제로도 마음은 있지만,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 직무를 옮겼을 때 자칫 지금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등으로 적극적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고민만 하다보니 벌써 10월이 되었습니다. 글로 생각을 정리해보니 제게 지금 필요한게 뭔지 스스로 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팀을 바꾸지 않더라도 제가 할 수 있거나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 저를 어필하거나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볼까 합니다. 한단계 도약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 안에 갖고 있는 작은 두려움 정도는 극복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고작 1년차 직장인이 무슨 그런 고민을 갖느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편이라 퇴근하면 이따금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오늘 글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가능성 중독에서 빨리 벗어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