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은 봄이더라

마음의 문 열고 관계 맺기

by 쇼니

마음의 문을 열어보니 그곳은 봄이더라.


매년 이맘때면 교회의 젊은이들이 모여 국내 전도 여행을 떠난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 우리의 섬김과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향한다. 교회 방충망 교체 같은 시설정비, 벽화 그리기와 주변 마을 쓰레기 등의 환경미화, 동네 어르신을 위한 장수사진 촬영과 잔치 등의 경로사역, 전도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2박 3일 동안 진행한다. 이십 대 후반부터 참여하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경력직이라 할 수 있다.


연차와 실력은 별개인지 도통 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유연한 포용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인간으로 알고 있으나 그것은 특정 관계에서 비친 나의 겉모습이다. 사실 나는 오래 이어갈 관계라면 상대를 천천히 알아가며 깊은 관계를 쌓는 편이다. 정서적 유대감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소수의 지인과 함께할 때 편안함을 느끼며 그들을 무척 아끼고 소중하게 여긴다. 반면 자주 볼 일이 없거나 일회성의 관계라면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가벼운 주제의 스몰톡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전도 여행에서 만난 또래 청년들은 달랐다. 일 년에 딱 한 번만 팀으로 묶여 활동하기 때문에 비교적 느슨한 관계임이 분명한데도 무엇인가 달랐다. 2박 3일간 세끼를 같이 먹고 비좁은 방에서 잠을 잔다. 한 술 더 떠서 열악한 샤워시설 때문에 프라이버시도 없이 서로의 발가벗은 몸을 마주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숨겨왔던 상처와 절박한 기도를 나눈다.


이 혼란스러운 관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무어라 설명하기도, 정의하기도 어려워 관계를 맺지 않기로 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나의 스탠스를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전도 여행을 가면 다른 사람들과 별 말을 주고받지 않고 홀로 식사하고 홀로 앉아있었다. 가벼운 관계와 깊은 관계 중 그 어느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홀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즐겁지가 않았다.


이번에는 특별한 다짐은 없었지만 그냥, 정말로 그냥 마음을 열어보았다.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규정하지도 않았고, 나의 행동 양식을 정하지도 않은 채로 다가가 보았다.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고, 나를 소개하고, 가벼운 농담도 던져보고, 장난도 쳐보았다. 그랬더니 하나같이 모두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휴식 시간에 함께 산책하자고 말을 걸어주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도맡아 해 주고, 간식을 나눠 주고, 나의 장점을 알려주고, 모든 활동이 끝난 후 반가웠다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내가 마음의 문을 열자 문 밖에 있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나를 반갑게 환영해 주었다. 어떤 사람은 나와 잠시 눈만 마주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내 곁에서 오랜 시간 쉬었다 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영원히 떠난 줄 알았는데 다시 나를 향해 돌아오기도 한다. 국내 전도 여행을 참가한 지 몇 년이 지난 이제야 관계 맺기를 알게 되었다. 모든 인연을 일일이 재면서 고심할 필요도 없으며, 소홀히 대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저 담백하고 산뜻하게 맞이해야겠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에게 다가와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