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을 앞둔 당신과 나에게
군 입대 후 어리바리 티를 조금 벗었을 때쯤부터 전역 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이 지긋하신 어른 눈에는 젊은 녀석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반대로 또래 눈에는 순리대로 전역 후 복학하면 되는데 괜한 걱정을 한다고 말할 법하다. 그런데 나는 또래와 사정이 달랐던 것이 전공을 선택을 못하고 입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전역 후 딱 일주일 뒤 칼복학하는데 전공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내 모교는 1학년은 무전공으로 입학하고 2학년 올라가기 전에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입시 경쟁 3년 동안 등급과 점수, 사회의 인식과 인정에만 몰두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았던 터라 갑작스럽게 내 앞에 선물처럼 주어진 선택과 가능성 앞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적과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하는데 잘못 선택하면 왠지 그 대가는 혹독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입학 후 여러 종류의 전공기초 수업을 수강하고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확신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어 방황하는 스무 살을 보냈다.
그렇게 전공 선택을 하지 못한 채 군에 입대했다. 짬이 좀 차고 나서 남는 시간이면 책을 읽었는데 자기 계발서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그런데 생각해 보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도 했던 말이었다. 그래서 나도 좋아하는 일을 전공으로, 궁극적으로는 직업으로 연결 지으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삼십 대 중반이 되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좋아하던 것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부딪히면, 급격히 흥미와 집중력이 떨어지고 종종 중단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평소 운동을 좋아해서 웨이트를 시작했는데 첫 몇 주는 어렴풋이 근육도 보이는 것 같고 팔도 두꺼워진 것 같아 즐거웠다. 그런데 점차 눈에 띄는 변화도 줄어들고 무게 증량도 힘들어지면서 한계 효용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슬그머니 적당히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괜찮다. 웨이트는 취미이니 적당히 해도 되고 너무 힘들면 그만두어도 된다. 그런데 이게 일이라면? 내 직업이 헬스 트레이너라면?
여기서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취미로 즐기는 것. 못해도 괜찮고 성과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맘껏 즐기면 된다.
둘째, 결심하는 것. 잘 해낼 수 있도록 시간과 정성을 쏟겠다고 다짐한다. 더 이상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성공적으로 연결 짓는 사람은 소수다.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은 직업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나는 그 해답도 '결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고려해 본 적도 없고 좋아한다는 느낌도 없었지만 나랑 잘 맞는 부분이 일부 있는 것 같다면, 한번 열심히 해내보겠다는 결심이다. 굳은 결심을 바탕으로 시작한 일은 해내는 과정에서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는 인정으로 이어지며, 어느덧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삼십 대 중반을 앞둔 지금에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