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의 은혜
새해가 밝아오는 것이 긴장됐다.
특히 1월 5일 월요일.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들이 1월 2일에 연차를 쓰면서 사실상 1월 5일 월요일이 2026년의 출발점이었다. 연말에 잠시나마 이완되었던 몸과 마음을 다시 재정비하고 매섭게 전력질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월 초부터 여러 업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었고 모든 것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떤 일이든 그날그날 부담스러운 업무가 꼭 하나씩은 있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퇴근하고도 생각날 만큼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복잡하게 꼬인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회의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일정을 바꿔야 할지 여러 고민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이전보다는 의연해진 덕분에 조금은 덜 흔들렸지만, 그래도 결국 나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내게 맡겨진 일들을 잘 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준비한 것 같지 않아 찝찝하고 불안했다. 그런 나의 나약함 앞에서 선택한 것은 맡기는 것이었다.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도와주시기를 담담히 구했다. 기도를 마친 후에도 긴장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니까, 초조함과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니까. 다만 그런 불안정한 감정은 별개로 나를 도우실 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오류가 아니라는 확신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장 17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성실하게 준비한 뒤 그분께 맡겼다. 그리고 긴장감은 긴장감대로 가진 채 미팅에, 발표에, 보고에 들어갔고, 모든 일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1월 내내 매일매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너무 신기했고 실로 오랜만에 그분과 동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티키타카가 되는 기분이랄까. 내가 공을 준비해 그분한테 넘기면,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시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분은 하루에 처한 어려움만 도와주셨지 그 어떤 일도 하루라도 일찍 해결해 주신 적은 없었다. 그리고 내게 부담감을 주는 일들이 사라지게 하시지도 않았다. 대신 내가 그 일을 직면하도록, 그리고 그 일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바로 그날 도와주셨다. 문득 이것이 광야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만나와 메추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내일을 걱정하는 나에게 매일매일 공급해 주시는 은혜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다음 날을 위해 쌓아두었던 만나와 메추라기가 썩은 것처럼, 내가 염려 속에 살기보다는 오늘 주어진 은혜에 집중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이었다.
감사했다. 그리고 충실한 하루를 보낸 후련함에 보람찬 일상을 누리고 있다. 하루 일찍도 아닌, 다음날도 아닌 딱 오늘 먹어야 맛있는 만나와 메추라기 덕분에 매일매일의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