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너의 엄마가 될 걸 그랬어.
네가 날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네 시선이 나를 따라오던 그 순간 난 내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됐어.
그동안의 난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지 못했던 것 같았어.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았지.
이렇게 온전히 나만을 바라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아직 고개도 못 드는 우리 딸이 온 몸의 힘을 다해 머리를 돌려가며 나를 바라볼 때. 너의 눈과 나의 눈이 서로 마주했을 때 그 충만하고 벅차오르는 느낌은 잊을 수 없을 거야.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순간 코가 찡해졌어. 오랜만에 찡해진 코끝은 그 느낌이 어색했는지 더욱 매섭게 다가왔지.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졌어. 꽉 잡혀있던 내 미간의 주름이 풀리며 인자한 눈으로 나도 널 바라보았어. 세상의 행복은 모두 나에게 온 듯 했지.
알아차림. 그때 우리는 서로를 알아차리게 된 거야.
난 내 존재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어. 내 존재를 온전히 깨닫게 된 거지. 너도 행복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보며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알게 되었을거야.
육아휴직 전 회사 다닐 때는 너를 낳고 난 뒤의 회사생활만 걱정했었어. 너와 나의 일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 컸지. 회사에서의 내 위치는 어떻게 될지,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을지, 성장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등만 생각했어. 육아휴직 중에도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어떻게 쓸지만 고민했었지. 그런데 막상 너를 만나고 나니 그런 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졌어. 내가 이룰 그 무언가, 내 앞으로 쌓일 명예와 타이틀보다 너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과 추억이 더 소중해졌어. 소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 딸과 남편을 볼 수 있다면 그게 내 최고의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어.
솔직히 요즘은 너무 행복해. 매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 매일 아침 남편과 내 딸과 함께 하루를 맞이하고 밥을 먹을 수 있어서,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산책을 할 수 있어서. 매일 이렇게만 일상이 흘러갔으면 좋겠어.
난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나 봐.
이렇게 행복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너의 엄마가 될걸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