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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고장 난 마음

unfixable

by Essie

휴대폰을 떨어뜨려, 위험할 만큼 금이 갔다.

손가락을 베이거나 그릇이 산산조각 나거나

이렇게 액정이 깨지는 것으로라도 신기하게

나의 마음과 일종의 '징조'들은 늘 함께이다.


엄마가 왜 유방암에 걸리고 낫지 못했는지를


"한계점을 넘어 무리해서"

"제때에 수술하지 못해서"

"어리석고 이상주의자인 딸이 잘 못 도와서"

"신이 이미 그렇게 정했으므로"


여러 가지 붙일 수 있겠으나 엄마의 휴대폰에

녹음된 흔적을 듣고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유방암에 걸리고, 낫지 못했던 그 이유.


가슴에 한이 맺혔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와의 통화 내역 하나만 듣는 동안 나의

가슴에 한이 맺히는 경험을 하며, 엄마가 그간

겪었을 슬픔과 아픔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다.


나는 왜 어머니의 이혼을 필사적으로 막았을까.

왜 어머니에게 상냥하고 나긋하게 못 대했을까.

어머니 가슴에 있던 그 많은 슬픔과 괴로움을

왜 돌보아주지 못했을까. 왜 기도하지 않았나.


그녀의 '희생'에 왜 나마저 끝까지 익숙했던가.

왜 그녀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러했는가.


신이 허락한 시간과 기회를 방관으로 놓쳐놓고

이제 없는 그녀를 떠올린다. 내 가장 친한 친구.


네가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줬어.

엄마, 나도 그래. 나한테도 엄마가 가장 내 맘을

잘 알아주는 사람이었어. 영과 혼이 다 통했어.


누우면, 엄마가 내 침대에서 눈물 흘리며 했던

그 말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져 이제야 운다.


엄마가 그 말을 할 때 나는 왜 더 안지 못했을까.

엄마 가슴이 아플까 봐 못 안은 걸까, 아닐 텐데,

생각나지 않아 엄마가 준 인형을 껴안고서 운다.


나의 마음을 다 알아주던 유일한 사람이 떠났고

영혼까지 서로 완벽히 통하던 사람이 사라지니,


화살촉 박히고 팔다리 잘리며 난도질당할 때에

도움 요청할 곳이 없다.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어머니가 나에게 일평생, 유일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두들겨 맞고 불구 된듯한 심정으로 울며

"하나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제발 데려가 주세요."

10대 때부터 셀 수 없이 많이 해온 요청이라 해도

입술 밖으로는 처음 내어 본 '요청 아닌 간청'으로,

마지막 보루인 음악 따위도 얼마든 버릴 수 있었다.


No one

크게 고장이 났고 수리가 불가하니

누군가 나를 갖다 버려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버리지 않는다.

버려야 할 만큼 고장 난 줄 모르니까.



今、本当にひとり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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