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말

속마음

by Essie

이 우정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것을

한편으로 알아차리고 있었던 친구가 준 편지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써져 있었다.

I'm always here for you.

들어 본 말이다.

처음에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불쾌했고, 정색했다.


"모든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네가 실제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지 마라.

나는 아름다운 말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음에는 같은 문장을 메시지로 보내왔고

절대 기대지 않을 거라 확신한 나, 평생 기대 왔던

엄마의 생명 위기 앞에서 딱 10분, 마음을 기댔다.


한 번 꺼낸 말은 살아 있어서, 꼭 당장이 아니어도

언제고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생명체'와 같았다.


말이 무섭다,라고 처음 생각했다. 방심했더니,

글을 아름답게 쓰는 상대가 위험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상대에게 그랬을 수도.


만일 네가 힘들거나, 그냥 그립거나, 외롭거나, 즐겁거나, 그게 뭐든 언제든 - 내가 네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해. I'm always here for you!


하지 말라고 했던 그 말을 더 정확히 종이에 적어

나에게 남겨준 것을 보며 생각했다. 난 그럼에도

믿을 수 없어. 의지할 수 없다.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친구가 나에게 반복해 왔던 저 말들은, 알고 보면

나에게 한 부탁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들 때, 그리울 때, 외로울 때, 즐거울 때든 언제든 내 옆에 있어줘. 나를 버리지 말아 줘.
나도 여기에 있을 테니까, 너도 떠나지 말아 줘.

마음을 읽어버리고 나니, 그 사이, 기차역을 또 하나

지나쳐 버려 내릴 타이밍을 놓쳤음을 깨닫게 되었다.

Leipzig - Berlin, 2025

나는 다음 역을 기다린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해 주었던 말들은

"당신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