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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 Kim Mar 05. 2024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매력에 대하여-1장

뽑아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볼게요 뭐든

나는 현재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7년 가까이 활동을 해왔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아침엔 출근을 하고 저녁엔 퇴근을 하고 내 시간을 보낸다.

정말 평범한 일생에 7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경험의 자산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활동 하다 보니 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판이 더 커졌으면 해서 쓰는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고등학생 때였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광고음악으로 나오는 오보에 솔로를 듣고 나서 나는 그렇게 오케스트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원래도 재즈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재즈와 오케스트라라니...?


스팅의 I'm an english man in Newyork이라는 곡을 알면, 베를린 필과 함께 한 오케스트라 버전의 노래를 들어보길 바란다.


정말 환상적이다.


사실 그전에도 나는 오케스트라가 너무 좋았다. 그 맘 때쯤 베토벤 바이러스 노다메 칸타빌레 등등 여러 매체에서 오케스트라를 주로 다루고 있었었고 그런 매체를 통해 오케스트라에 대한 환상을 키우고 있었었다.


남동생과 엄마가 음악을 전공하였고 어렸을 때 엄마가 열과 성을 다해 온갖 음악회와 미술전시회를 다녀왔던 것이 씨앗이 되었을까.


직장인이 되어서도 악기를 손에서 놓은 날이 없었다.


특히 나는 귀가 좀 예민한 편이라 소리의 차이에 민감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음들이 쌓이고 만들어지는 오케스트라에 정말 한껏 매료되어 있었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가르치는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피아노를 했지만 나는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노는 게 용납이 안됬었는지.. 피아노를 치는 게 정말 너무 싫었었다.


오죽하면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애가 피아노 치는 걸 정말 싫어하는 거 같다며 말했었다고 하는 걸 보면ㅎㅎㅎ... 지금도 피아노는 듣는 것만 좋다.


그렇게 곧 죽어도 피아노 하기 싫다며 배운 차선책이 바이올린이었다.

바이올린은 잘할 수 있다며 했었고 바이올린도 그냥저냥 하다 플루트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그저 아마추어 마냥 하고 있었을 무렵.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 그룹사 오케스트라 모집공고!

한평생 소원이었기 때문에 보자마자 지원서를 눌렀고 바이올린과 플루트 중에 그나마 덜 피 튀기고 그나마 지금까지 했던 플루트로 지원했었다. (대학생 때부터는 플루트만 해왔었음)


이때까지만 해도 플루트가 더 여유로울 줄 알았지.. 하지만 아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지원했고 오디션지정곡 곡을 봤을 때의 난이도로부터 오는 충격과(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4악장 앞부분이었다) 그 긴장되는 마음이 온몸으로 표현되어 비브라토가 호흡으로 되는 게 아닌 허리 떨림으로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긴장하면 허리까지 떨 수 있는 거였구나.


그리고 플루트 지원자가 4명이었는데 나머지 3명은 플루트 키에 구멍이 뚫려 있고 아래 키가 4개인 전공자 플루트!(입문형은 키가 막혀있고 아래 키가 3개이다) 쉽지 않겠구나.. 만만치 않겠다를 직감했었었다.


사실 나는 그저 오케스트라에 입단할 수 있다는 그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지원한 악기가 아니어도 그저 오케스트라에서 총무 또는 다른 걸로 라도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너무하고 싶었었고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나의 에티튜드 때문에 그해 입단한 신입단원들 중 인성 최고점으로 입단할 수 있었다.


그해 인사 담당이었던 오빠에게 들은 말로는 S 등급을 따로 만들어서 각 파트장들에게 다시는 이런 애는 없을 것 같은 경우에만 주라고 했었는데.. 인성에서 ALL S를 받았다는 썰.. ㅎㅎㅎㅎ


단, 입단 조건은 바이올린으로 입단해야 하고 다시 동영상을 제출하라 해서, 정말 10년 만에 잡는 바이올린을

급하게 연습해서 제출하고 입단을 하게 됐다.


내가 속한 오케스트라는 매년 정기연주회를 여는데, 지금 7년 차지만, 정말 매년 쉽지 않은 곡을 매번 해낸다.

정말 쉽지 않다.... 매년 해내는 우리 단원들 정말 대단해..


10년 만에 잡은 바이올린은 내게 원하는 소리를 내주지 않았고 정말 전공생만큼이나 열심히 연습했다.

하루 3시간씩 퇴근하고 연습하고 주말에는 거진 8시간을 바이올린을 잡았었다.


같이 입단한 입단동기들은 관/현 할 것 없이 모두 실력이 좋았고 실력면으로만 보면 내가 꼴찌였다.

너무 다 잘하고 다들 이미 대학교 때 오케스트라를 몇 번 했었던 사람들이라. 그저 자신의 일상을 회사 입사하고도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소리도 너무 아마추어였고, 실력도 그리고 경험도 전무했다 보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랬던가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몰랐었다.


남들보다 두 배 세배 더 연습하고 그래야만 연주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되리라 생각해서 진짜 엄마가 오죽하면


이렇게 열심히 할 거였음 음대 가지 그랬냐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첫해의 정기연주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참 신기한 건


그날의 그 기억, 정기연주회 그 하루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노력했던 그날.

그리고 모두의 소리가 모여 정말로 하모니를 만들었던 날.


그날의 기억이 다음 해의 활동을 하게 하고

그다음 해의 또 그다음 해의 활동을 하게 한다.


앞으로 내가 연습하고 또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생긴 에피소드들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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