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일단 밖에서 보이기엔) 엄친아 같은 셋째 아들이 있습니다. 딸 둘,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누가 봐도 셋째는 괜찮아 보입니다. 저야 엄마니까 이 아이의 게으름과 징징거림, 몰래몰래 하는 게임 습관, 정리가 안 되는 생활 습관, 귀차니즘이 한껏 반영된 악필 등이 다아 보이지만 집 밖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네 명의 아이들 중 누가 봐도 (까다로운 둘째 누나의 인정을 받은) 훤칠한 외모, 큰 키, 조용한 성격, 어른들 말씀 잘 듣고, 우수한 두뇌, 스스로 책을 챙겨서 읽는 데다 운동까지 잘하니 제가 봐도 엄친아가 맞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셋째와 외출을 하면 장군감이니, 왕자님이니 하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위에서도 썼지만 엄마만 보이는 이 아이의 단점들은 굳이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한글도 5살 때 스스로 혼자서 깨쳤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리더로 아이들을 이끌었고 어른들과 대화를 할 때도 반짝이는 기지를 보여주었으니 끓고 있는 제 속이야 어떻든 간에 사회생활 속에서는 모범생입니다. 그러던 셋째가 느닷없이 야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야구하는 셋째 이야기를 써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러기엔 야구 생활을 시작한 지 고작 2년이 채 되지 않아 글을 선 듯 시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오늘은 한 번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오늘은 멀리 홍천까지 다녀왔습니다. 오늘부터 나흘간 경기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껏 홍천까지 경기하러 새벽에 일어나서 갔더니 도착 후부터 한가득 내리는 비에 기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비만 맞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우천 취소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번에는 경기 취소를 하지 않아 한 이닝 내내 비를 쫄딱 맞으면서 고생했는데 경기 강행을 하지 않아 너무 고맙더라고요. 어쨌거나 하루 종일 차에만 앉아 있다가 먼 길을 돌아오니 힘이 좌악 빠져서 앉아 있다가 글로라도 풀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2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은 기간이지만 또 아주 짧은 것은 아니니까요.
아마 분명히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야구를 시작하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공부는 병행이 가능한지, 그리고 정말 돈이 천문학적으로 드는지 (어쩌면 이 부분이 제일 관건일 수도)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저도 2년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아는 만큼 하나하나 아이의 야구 생활 이야기와 함께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초보 야구선수맘이라 아직도 갈 길은 멀고 멀지만 그래도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