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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n 16. 2024

그녀는 예뻤다 1

오랜만에 미술관을 다녀왔다. 예전에는 자주 다녔는데 올해는 한 번을 가지를 못했다.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데 정작 전시회와 음악회는 즐기지 못하는 하루하루 꽉찬 삶이었다. 그러다 친구 덕에 약간은 반강제로 다녀올 수 있었다. 


오랜 동기인 그녀는 아주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우리는 영어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만났다. 그냥 영어 공부를 해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과친구 두 명과 가입했는데 거기서 바로 옆 과인 컴퓨터교육과 친구들이 5명이 가입했다. 1학년이 8명이나 들어왔는데 정작 윗학번 선배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는 모여서 파전도 부쳐먹고 노래방도 가고 재미있게 잘 놀았지만 정식 모임은 자주 갖지 못했다. 잘 못 해 주어서 미안하다는 선배들의 말과 함께 함께 했던 시간은 1년 정도로 동아리는 그렇게 흐지부지 되었다. 컴과 친구들도 다른 모임으로 바빴고 나 또한 다른 동아리와 동호회 활동으로 바빠서 동아리 모임 자체는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아쉬웠던 것은 그 좋았던 친구들과의 접점이 사라진다는 부분이었을 뿐. 그래도 영어교육과와 컴퓨터교육과는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오며 가며 자주 만났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했다.


ㅅㅈ는 그 중에서도 참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가치를 알아본 ㅈㅎ와 CC가 되었지만 4학년 때 헤어졌다. 자세한 사정은 ㅅㅈ가 이야기를 안 해 주었지만 아마 ㅈㅎ가 잘못했을 것이다. (객관적인 콩깎지 시선으로 봤을 때.) 우리는 졸업 후 각자 갈 길로 갔고 한동안 연락할 일은 없었다. 그러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15년 정도 흐른 어느 날 연수원에서였다. 오랜 육아휴직을 끝내고 학교에 다시 복귀하려면 복직 연수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명단에는 ㅅㅈ의 이름이 있었다. 몇몇 후배들의 이름도 있었는데 한 클래스에 배정된 것은 ㅅㅈ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멋졌다. 


예전에도 투명하게 하얀 피부와 크고 맑은 눈은 내게 이영애 보다도 더 예쁘게 보였는데 여전히 반짝거렸다. 사실은 이 글을 ㅅㅈ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너를 이만큼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높이 생각했다!'라고 생색내고 싶었지만 후에 이어질 이야기는 사실 좀 부끄러운 부분이라 역시 그냥 혼자만의 오마쥬로 간직해야 겠다. 


뒷 부분 추가하여 연재브런치북 2화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estarlit/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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