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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n 25. 2024

선생님 저희 잘하지 않아요?

진짜....?????

올해 6학년 아이들은 낯설지 않다. 물론 작년처럼 한 해 전 교과교사로 만난 것은 아니다. 다만 점심시간이 겹치니 오며 가며 급식실에서 마주쳤을 뿐이다. 작년에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는 상황이 많았다. 어쩌면 저렇게 급식실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시끄럽게 떠드는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은 다른 학급 일에 담임교사가 아니면 잘 관여를 하지 않는다.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해당 학급의 담임 선생님이 어떤 교육관으로 학급 경영을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 그 학급의 특수한 상황이 있을 터이니 아주 급한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에는 그냥 두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의 원칙을 깨고 두어 번은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다 먹은 식판을 들고 가는 아이를 뒤에서 갑자기 끌어안으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때와 다다다 매우 빠르게 달려서 친구를 잡으러 가는 두 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동학년 회의 때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부장님도 여러 번 제재를 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6학년에서 매우 극히 아주 정말로 활발하기로 유명한 s학급 아이들이 이렇게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선생님 저희 잘하지 않아요? 올해 진짜 많이 조용해지고 좋아졌어요!"

s반 선생님의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할 말을 잃고 그만 웃어 버리고 말았다. 다른 반이 그랬다면 그렇구나 하고 공감이 갈 텐데 말이다. 현재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그 반이고 시끄럽게 고성을 지르는 아이들도 그 반이며 급식실에서 아주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도 그 반이다. 그런데 본인들은 정말로 진지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작년에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반 아이들은 정말로 칭찬을 받고 싶은 것이다. 왜냐면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럴 때는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성장한 부분에 대해서 칭찬을 받고 싶어 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었다. 열심히 한 부분을 선생님이 알아 봐 주고 무심한 듯 그렇지만 진심으로 건네는 한 마디에 아이들은 의지를 불태운다. 생각해 보면 5학년 때 정말 일기를 열심히 썼었다. 난생처음 선생님이 일기장에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 글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서 일기를 썼고 선생님은 자주 내 일기를 아이들 앞에서 읽어 주셨다. 그러다 전학을 갔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댓글을 안 달아주시는 것이다. 내 일기는 시들해졌고 아마 새 담임 선생님은 그 변화를 인지하셨던 것 같다. '여울이가 요즘엔 일기를 열심히 안 쓰네. 선생님이 편지를 안 써 줘서 그런가?' 그 뒤로 조금 더 내용이 있었는데 그 편지에 뜨끔했던 나는 그전만큼은 아니지만 일기를 조금 더 성의 있게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일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 일기는 꼭 내가 보고 아무리 써 줄 말이 안 보이는 일기라도 어떻게든 한 마디라도 격려의 말을 써 주려고 하는 것은 말이다. 아이들도 일기장을 받으면 휙 펴 본다. 선생님의 반응이 궁금한 것이다. 간혹 바빠서 다음날 돌려주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 빨리 일기 검사를 마치고 돌려주라고 성화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래서 전혀 칭찬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이지만 아이들이 잘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잘한다고 대답한다. 가끔은 바로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러면 우선 이렇게 물어본다.


"진짜?"

"네!" "저희 엄청 달라진 거예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진짜 대단하다!!!!"


아이들은 오늘도 신나게 웃으며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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