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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pr 09. 2023

제발 제게 피아노를


지금 나는 초긴장모드이다. 아이들 후드 집업을 착한 가격에 당근에서 득템하고 나서 이번에는 다른 좋은 옷이 있을까 싶어 그냥 휙휙 둘러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피.. 피... 피아노????? 나눔?????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피아노 사진이 휙 하니 두 개가 덩그러니 올라와서 '나눔 합니다'라는 다섯 글자가 전부 다였다. 필요하신 분?이라는 다섯 글자도 함께 붙어있긴 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채팅을 보냈는데 대답이 없으시다..... 제발 제발 제발...

당근이 알람이 뜨지 않을 때가 많기도 하고 바쁘면 못 보기도 하니까 다른 것이라면 괜찮겠는데 피아노 나눔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 물론 우리 집에는 피아노가 한 대 있긴 한데 사실 거의 무용지물이다. 층간 소음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집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는다. 그냥 연습실을 시간제로 선불로 예약하고 그때그때 가서 연습을 하고 온다.


어젯밤에도 나가서 연습을 하고 왔다. 이 피아노는..... 교실에 둘 예정이다. 

새 학교에 와서 피아노가 어디 있는지 여쭤 보니까 부장님이......

"그거 부수어 버렸는데?" 

"네?????!!!!!!????" 

"왜요????" 

"필요 없어서 부숴 버리는데 하도 단단해서 진짜 고생했어." 

"네에??? 그냥 팔기라도 했으면..."


진짜... 내 맘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아니 왜 멀쩡한 피아노를 부숴버린다는 말인가...!!!!!!

그 부숴지는 피아노가 나인 듯 진짜 한동안 생각만 하면 마음이 저릿저릿 아파서 고생했던 기억이 갑자기 난다. 지금도 아프다. 훌쩍. 암튼 피아노를 학교에 두고 퇴근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치고 오고 싶은 이 마음이라 (일과 중에는 다른 선생님들께 방해도 되고 어쨌거나 근무 시간 중에는 할 시간도 없거니와 원칙이 연습 노노) 얼릉 신청했는데 대답이 없으시다.


그래서 중고 피아노 가격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저렴하다. 10만 원이면 그냥 살 수 있기도 하다. 대체로 전자 피아노가 더 가격이 있고 나무 피아노는 여러 가지 문제로 관리 및 사용이 어려우니 그러한가 싶다. (물론 더 비싼 가격도 많다.)

만약 안 된다고 하면 뭐.... 그냥 피아노 하나 사지 싶다. 운반비와 조율비가 더 들겠지만 연습실의 애매한 피아노보다는 내가 원하는 상태로 조율된 피아노가 더 좋겠지. 


피아노는 나에겐 닿을 듯 닿지 않는 존재이다. 연습을 하면 되는 것 같은데 그다음 날 되면 그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고, 한 군데 안 되어서 집중 연습을 하면 다른 곳이 복병처럼 튀어나온다. 하도 애를 태워서 더 간절한가 보다. 차라리 쉽게 정복이 되면 이렇게까지 매달리지 않을 것 같다.



어제는 이 두 마디가 너무나 잘 되지 않아서 한참을 붙들고 있었다. 



그다음은 여기 이 한 마디.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 다 잘 되는데 같이 하면 안 되는 그런 것이 있다. 



그러고 나서는 갑자기 이렇게 스케일로 올라가는 이 부분이 버벅거리기 시작해서 애를 태웠다.  이 한 페이지를 한 시간을 붙들고 있었는데 도무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오기 전에 녹음을 해 보는데 세 번을 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아 그냥 아무 거나 첨부해 본다...




아침에 슬픈 마음으로 지난주 녹음과 비교해 봤다. 더 못 치는 것 같은데.... 하는 맘으로 플레이해 봤더니.... 음... 아니네? 조금 나아졌다. 고작 주 1~2회 한두 시간 연습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은가 보다. 날마다 30분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제발... 제게 피아노를 주세요. 제발.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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