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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Oct 31. 2024

몬스터 차일드 작가님 만나던 날

난생처음으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 다른 학교와 다른 학년은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자주 한다는데 정작 나는 한 번도 겪어 보지를 못했다. 그전에는 코로나로 어려웠고 그 이후로는 교과 교사를 했고 작년에는 그냥 학급 도서 행사로 조용히 넘어갔다. 올해도 그냥 넘어갈까 싶었는데 학년 선생님들이 원하셔서 감사하게도 할 수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은 작가님이 당연히 중요하다. 문제는 아무리 감동 깊은 책을 쓰시는 작가님이라 할지라도 어른이 아닌 아이들과의 행사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집중력이 짧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특성상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작가와의 만남은 그냥 딴짓하게 좋은 시간이 되고 말 수가 있다. 몇몇 작가님들이 후보로 올랐는데 두 분은 조용히 내 선에서 삭제했다.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이미 실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굳이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도서행사 담당이니까 초등학교 6학년이 읽으면 좋은 책을 쓰신 작가님들 중에서 고심 끝에 내 사심을 조금 반영했다. 정말 존경하고 애정하는 이금이 작가님과 요새 정말 핫한 이재문 작가님 두 분을 픽하고 가능한지 문의를 했다. 사실 이재문 작가님은 초등교사라서 안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이금이 작가님은 올해는 집필에 전념하신다고, 외부 행사를 일절 안 하시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재문 작가님은 하루는 가능하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정말 놀랍게도 이재문 작가님을 모시게 되었다.


몬스터 차일드의 작가님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웅성웅성 수군수군 들뜨기 시작했다. 책을 읽은 아이는 반 정도. 그리고 그 외 식스팩이나 히든 같은 다른 책을 읽은 아이들도 좀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은 학년 초에 추진하고 미리 도서를 구입한다. 요새는 윤독도서라도 대량으로는 구입할 수 없고 많아야 다섯 권 정도만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은 돌려가면서 읽었다. 식스팩은 각자 읽었고 몬스터 차일드는 2학기 온책읽기 시간을 활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확실하게 읽고 느꼈다.


이제 패들렛에 질문과 인상 깊은 부분이나 문장, 책을 읽은 소감 등을 올린다. 아이들은 정말 성심 성의껏 질문과 소감을 남겼다. 드디어 오늘 우리는 강당으로 향한다. 목요일은 교과 시간이 딱 한 시간 유일하게 있는데 그 시간이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라 나는 오늘 교과 시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10개 반 아이들이 강당으로 들어서니 넓은 강당이 꽉 찼다.


작가님은 진진가 퀴즈로 문을 여셨다. 어느 것이 과연 거짓인가. 1. 이재문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2. 몬스터 차일드는 세 번째 작품이다. 3. 이재문 작가는 부산 출신이다. 4.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 반 아이들은 책을 열심히 읽었기에 (하하!) 1번을 고르지 않았지만 1번을 고른 아이들도 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몬스터 차일드를 읽지는 않았지만 (아니? 그렇게 읽으라고 한 학기 내내, 2학기에는 더더욱 강조를 했건만) 많이 들어봤을 정도로 꽤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유명한 책의 작가님인 초등교사를 하고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틀렸지만 상당히 논리적인 대답이다.


다음 퀴즈로 이어진다. 다음은 이재문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은? 히든, 몬스터 차일드, 사자와 마녀와 옷장, 식스팩. 그런데 여기서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 손을 든 아이들도 꽤 있었다. 아이고. 얘들아... 책 좀 읽자.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내 최애 작가인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첫 번째 책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퀴즈로 시작된 강연은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어졌고 내용은 감동적이고 즐거웠다. 250명 가까운 6학년 아이들은 차분하면서도 경청하는 자세로 들었다. 물론 중간중간 화장실을 가거나 소곤대는 아이도 있었지만 90퍼센트는 집중했고 그 메시지가 잘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감동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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