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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 나의 정체성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by 여울

이제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은 나올 만큼 나온 것 같고 읽을 만큼 읽은 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은 나와 생각과 방향성이 일치해서 좋았다.


에리카 라인의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미니멀리즘 하면 하얀 벽지로 도배된 방에 식물 한두 개와 의자가 한 두 개 놓인 비어있는 것 같은 방을 연상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건을 버리고 비우는 것이 미니멀리즘의 핵심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생각할 때 물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묻는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집에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무엇을 챙기겠는가.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서둘러 나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물건들을 결국은 다시 다 장만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더 많이 가진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예쁜 옷을 보면 사고 싶다. 예쁜 신발을 보면 사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귀걸이 욕심이 많아서 예쁜 귀걸이를 보면 사고 싶다. 하지만 지금 곁을 보면 이미 최소 이십 쌍 이상의 귀걸이들이 놓여있고 번갈아 가면서 해도 충분하다. 어제도 좀 구경을 하긴 했지만 꼭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니 괜찮다는 대답이 들려와 기쁘게 마음을 접고 나올 수 있었다.


좀 비싸게 지불하고 샀기에, 별로 입지 않거나 막상 손이 가지 않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아까워서, 언젠가는 입지 않을까 싶어서 가지고 있던 옷들도 다시 서서히 빼낼 준비를 한다. 나에겐 필요하지 않았던 옷들이 다른 이에게는 꼭 필요한 옷이기도 하다.


다만 좋은 것을 중고거래로 내놓기로 했다. 지난번에 당근에서 사진만 보고 샀는데 막상 받아보니 허접하다 못해 허술하기 그지없는 옷이라 왜 판매자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팔았는지 알겠더라.... 아무 말도 하진 않았지만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필요 없다고 해서 그냥 마구 비워낼 것이 아니라 좋은 것으로 가치 있게 비우기로 했다. 내가 남에게 준 좋은 에너지는 결국 나에게 다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그 자체로 나에게 좋은 기운으로 채워지겠지.


이 책은 단순하게 물건을 정리하는 미니멀리즘의 요령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대한 비중을 높게 다룬다. 특히 가치를 정립하는데 힘을 쏟고 잇다. 나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눈을 돌리고 집중한다면 삶을 단순화하면서 바라보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고 취미도 다양해서 이를 한 번에 다 소화하기는 매우 힘들다. 한 가지 방법은 로테이션으로 돌리는 것. 이 시간라인에는 그림을 그리고 이 시간 라인에는 피아노를 치고 이 시간 라인에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좀 더 집중해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다른 것들에 대한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건너뛴다. 어느 정도 확립이 된 지식과 기술은 잠시 쉼을 둔다고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나에게 남겨진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 미니멀리즘은 소비습관과 함께 시간관리,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번 주를 돌아본다. 소비습관은 어땠는가. 지난주에 비해서 좋아졌다. 약간의 불필요한 소비가 있긴 했지만 잘 자제했다. 시간관리면을 생각해 보면 집을 10분 일찍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주유비와 교통비를 아낄 수 있겠다. 인간관계는... 좋은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나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내 것으로 끌어안지 않도록 잘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눔과 벼룩과 정리로 조금 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천천히 변화하는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공간과 관계들.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방향성이다.




책의 내용을 보다 더 다룬 서평은 아래 블로그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estarlit/22313223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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