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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n 23. 2023

이 빵이 먹고 싶어?

난생처음으로 포켓몬 빵을 샀다. 어제 오랜만에 홈플러스에 장을 보러 갔는데 한 켠에 포켓몬 빵 네 개가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제 포켓몬 빵의 인기는 시들하지만 그 인기 절정이던 시절 막둥이는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기에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이가 넷이니 잘 되었다 하면서 알아서 골라 먹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빵을 전부 다 담았다.


집에 와서 보여주는 막둥이는 정말 반색을 하면서 좋아하고 고민하다가 보라색 무슨 빵을 골랐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서 행복하게 흡입했고. 나중에 야구부 훈련을 마치고 온 셋째가 먹고 난 빵봉지를 보더니 대성통곡한다. 저 빵이 제일 맛있는 거라고.....(난 몰랐지.....) 다음에는 선택권을 자기가 먼저 갖겠노라고 선언을 하면서 울음을 겨우 그쳤다. (너 5학년 맞지.....? ㅡ.ㅡ;;;)


누나들은 딱히 포켓몬 빵에 관심이 없어서 여전히 두 개가 남아 있었다. 저렇게 두다가 빵 버리지 싶어서 둘째에게 물어보라고 시켰다. 막둥이는 레몬크림이 올라간 머핀형 귀여운 피카츄 빵보다 동그란 빵이 더 맛있어 보이나 보다.


"누나. 이 빵이 더 맛있을 것 같지 않아? 이 크림 좀 봐봐."

"누나. 피카츄 완전 귀엽지?"

둘째가 피식 웃는다.

"야. 너 이 빵 먹고 싶냐?"

"아니 그게 아니고 이 빵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그러지. 더 맛있는 거 먹으라고. 이쁜 누나."

생전 안 하던 아부까지 하면서 말을 돌려 말하니 둘째가 피식피식 웃는다. 지켜보는 나도 웃기다.

"그래서 이 빵이 먹고 싶어?"

한 번 더 물으니 그제사 대답한다.

"응!"

둘째는 빵 두 개를 한 번씩 더 쳐다보더니 의외로 쿨하게

"그래. 너 먹어라."라면서 동그란 빵을 막둥이에게 주었다.

막둥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날마다 둘째와 막둥이 사이가 이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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