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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트데이 MS and ET Sep 18. 2020

COVID-19 시기에 미국에서 이직하기 - 실리콘밸리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면접 프로세스에 대한 리뷰



한국에서 게임회사 데이터 분석 실장을 한 지 1년이 넘었을 무렵, 결혼식을 한 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한번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테크 회사에서 몸담으면서 실리콘 밸리에서 한 번쯤은 일해보고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또한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뛰어난 지 몸소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직을 하는 방향을 알아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선은 다니던 회사의 미국지사로 오게 되었는데 한창 면접을 준비하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또 힘들어하는 상황에 이러한 불평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 어찌 되었건 진행 중이던 혹은 생각 중이던 회사는 모두 Hiring Freeze에 들어갔고 나는 이직 준비를 잠시 중단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러 고민을 하던 와중 커리어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바꾸기로 결심했고 코로나 상황이 조금 지난 후 다시 면접을 보기 시작할 때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두 가지 포지션으로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직군 변경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른 포스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면접을 진행해오면서 몇몇 회사들의 layoff로 인한 경쟁자도 늘어났고 면접 방식 역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각 포지션 면접에 있어서 달라진 부분을 다뤄보려고 한다.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보았는데 각 회사의 차이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달라진 부분을 다뤘다. 각 회사별 차이점은 다른 포스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1.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면접

리프트 페이스북 우버 블리자드 외 스타트업 면접 진행


- 코로나 이전

1차 면접 - 간단한 sql/python 코딩 문제를 coderpad로 다루는 면접도 있고 여러 case study에 대한 분석을 설계하는 질문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전화로 면접이 이뤄지지만 페이스북의 경우 때마침 샌프란시스코로 갈 일이 있어서 오피스에 방문해서 1차를 보았다. (어쩌면 해당 지역에 이미 거주하는 candidate는 직접 방문해서 1차 면접을 보기도 했을 것 같다) 직접 방문해서 면접을 볼 때는 화이트보드에 sql 코드 혹은 분석 설계 방식을 적으며 면접을 진행했다.


온사이트 - 기본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듯이 4~5명과 1시간씩 면접을 보는 방식이며 중간에 1시간 정도 다른 직원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 식사를 한다. 점심 식사는 면접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실 조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계속 긴장을 해서인지 온사이트에서 점심을 먹을 때 샐러드 위주로 적게 먹곤 했다. (그래서 면접이 끝나고 나올 때 항상 배가 고팠다...) 면접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었었는데 기본적인 통계지식 및 분석설계를 다루는 면접, sql 혹은 python 코딩을 주로 다루는 면접, 그리고 인성면접이었다. 대부분 화이트보드에 분석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방식이며 중간중간 간단한 통계  공식 문제 혹은 코드를 적기도 한다. 인성면접의 경우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진행하며 여러 scenario에 관련된 질문을 대답하는 방식이다. 사실 인성면접이 코로나 이후로 가장 크게 바뀐 점이다.

온사이트를 위해 어떤 걸 준비하면 좋을지는 다른 포스트에서..


- 코로나 이후

1차 면접 - 1차 면접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화상면접이 점점 보편화되서인지 전화보다는 zoom, bluejeans 등 다양한 화상통화 앱을 사용해서 면접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취직을 알아보면서 경쟁자가 늘어나 1차 면접을 잡는 데에만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어떤 recruiter는 나에게 면접자가 너무 많아 스케줄을 잡기 어렵다며 몇 주 기다려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온사이트 - 일단은 회사를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온사이트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모든 면접이 화상으로 진행된다. 여기서부터 일단 나에게는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아내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지내고 있는데 면접 기간 동안 와이프와 강아지가 밖에 있어야 했다. 1차 면접과 같이 1시간 간단하게 진행되는 면접은 괜찮았지만 5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온사이트 면접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심지어 카페 및 음식점도 모두 닫았어서 아내와 강아지가 밖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ㅠ.ㅠ

면접 구조는 기본적으로 4~5명과 면접을 보는 것은 동일하지만 점심의 경우 혼자 먹는다. 덕분에 집에서 마음 편하게 스트레칭도 하면서 점심을 먹을 순 있었지만 반대로 회사에 대해 편하게 물어볼 기회도 적었다. 기존에는 실제 직원과 점심을 먹으면서 면접을 보고 있는 팀의 분위기도 들어보고 휴가, 업무강도, 팀을 옮기는 자유도, 프로젝트, 출퇴근, 복지 등 여러 가지 추가적인 HR에서 듣기 어려운 정보도 자유롭게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그럴 기회가 사라진 점이 아쉬웠다. 특히 데이터 사이언스 직군의 경우 여러 회사가 Data Scientist라는 직함을 쓰고 있지만 회사마다 이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하고 있는 업무를 물어보는 기회가 매우 중요했다. (어떤 곳은 기대하는 대로 여러 ML 모델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곳은 그저 sql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해주는 기계가 되기도 한다...)


SQL 및 python과 같은 간단한 코딩 문제는 기본적으로 코더 패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아무래도 손으로 적는 것보다 쉽고 편했다..

문제는 분석 case 면접이었는데, 기존에는 분석을 설계하면서 화이트보드에 함께 적으며 이야기를 해서 내용을 전달하기가 훨씬 쉬웠고 또 면접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캐치하기가 쉬웠는데 이를 화상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함께 보는 화면이 없어지고 카메라 너머의 표정을 읽어야 하는 점이 확실히 불편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zoom의 whiteboard 기능이나 google drawing을 사용하긴 하지만 펜과 종이를 이기기는 사실 어려웠다.



2. 소프트웨어 앤지니어

아마존 페이스북 zoox 면접 진행


- 코로나 이전

사실 개발자로는 코로나 이전에 면접을 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직접 경험을 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개발자로 면접을 보는 기존 프로세스는 이미 워낙에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적지는 않겠다.


- 코로나 이후

1차 면접 - 1차 면접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coderpad 등 과 같은 live coding 사이트를 통해 코딩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경우 코딩 문제는 거의 leetcode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출제한다. 사실 코딩 문제의 경우 이미 알려진 내용이 많고 전반적인 방향과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습만 열심히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온사이트 - 온사이트의 경우 알다시피 크게 3가지, 코딩 면접, 시스템 디자인, 그리고 인성면접으로 나뉜다. 대부분 4-5명의 면접자와 1시간씩 면접을 보게 되는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마찬가지로 역시 점심식사를 혼자서 하게 되며 모든 면접은 화상으로 진행된다.

코딩 면접의 경우 다양한 문제 (OOP, data structure and algorithm 등)가 나오고 대부분 coderpad를 통해 진행된다. 이 부분은 기존에 화이트보드로 진행되던 면접과 비교할 때 개인적으로는 훨씬 편하다고 생각됐다. 사실 온사이트를 준비할 때 화이트보드에서 코딩을 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많은 연습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이 없어져서 전반적으로 준비하는 데에 편한 점이 많았다. (개발자로 전향을 하려고 할 때 주변의 모든 개발자분들께서 꼭 화이트보드를 구매해서 연습해보기를 추천해주셨다...) coderpad로 면접을 보게 되면 코드를 적는 속도도 빨라지고 실수를 했을 때 수정하기도 훨씬 편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았다.


정말 문제는 시스템 디자인 면접이었는데 종이에 시스템 구조를 그리고 그것을 화상 카메라에 다시 보여주면서 대화하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고 불편했다. (심지어 카메라를 통해 보면 적는 글씨가 반대로 뒤집혀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방해 요소가 되곤 했다...) 때문에 google drawing 등을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마우스와 키보드로 도면을 그린다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특히 시스템을 수정해서 다시 그리려고 할 때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ㅠㅠ Zoox 면접을 볼 때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zoom의 화이트보드 기능을 사용했는데 혹시나 아이패드 혹은 태블릿이 있다면 이것을 쓰는 것을 강추한다! 시스템 면접이 훨씬 편하게 진행됐다.


사실 무엇보다 면접을 보면서 interviewer 와의 interaction 이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인 것 같다. 기존의 온사이트에서는 직접 같은 방에서 코딩 및 시스템 디자인을 하며 제스처나 표정을 통해서 면접 진행상황도 캐치할 수 있고 더 빠르게 힌트를 얻을 수도 있었는데 화상으로 진행될 때는 coderpad 혹은 drawing tool을 쓰느라 전혀 interviewer를 볼 수가 없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기존의 온사이트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큰 차이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온사이트로 되돌아간다면, 코딩은 화이트보드에 적는 연습을 추가적으로 해야겠지만 시스템 면접은 훨씬 수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 미니 결론

1차 면접이나 코딩 면접의 경우 기존보다 오히려 편한 점이 있지만 분석 설계와 시스템 디자인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개인적으로 코로나 이전의 온사이트를 더 선호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제일 아쉬운 점은 직접 일하게 될 회사를 보지 못한다는 점인데, 오피스의 분위기, 주변 동네, 실제로 일하는 직원들의 책상 등 회사가 주는 느낌을 알 수가 없어졌다. 특히 이미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니게 될 회사의 주변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가 지난 뒤 8월에 여러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게 되었는데 고민 끝에 ZOOX의 Sensor Fusion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포지션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자율주행에 관심이 많았고 기본적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하는 포지션이기에 기존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경험을 살리기도 좋아 보였다.

각 회사별 후기 및 인터뷰 방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보겠다.


 written by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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