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그림` song by 토이
대한민국의 의료파업은 현재까지 크게 네 번의 진통이 있었다. 그 첫 시작이였던 1999~2000년 의료계 전면파업사건은 나에게도 큰 파장이였다.
하필이면 그 시기가 음악치료 스터디 과정 주1회 자원봉사기간이였고, 활동하던 병원 폐쇄병동에서 한달 이상 함께 보조해 주셨던 간호사 선생님들 마저도 참여가 어렵다는 사정을 전했기 때문이다.
난처한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날 기다려주는 그분들을 만났다. 프로그램 진행 중에 갑자기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담배를 피던 청년, 퇴원을 축하해 드렸지만 두달 만에 다시 어색한 눈빛으로 얼굴을 뵌 말씀이 따뜻했던 중년의 아저씨, 처음 참여했다며 계속 말을 시켜 진행이 쬐끔 더뎌지게 하셨던 어르신. 년령과 성별이 다양한 그들과 늘 하던대로 오후의 여정이 출발되었다. 그날 내가 선택한 노래는 토이의 `새벽그림`.
여전히 떠올리면 웃음도 나고 민망했던 한 순간을 만난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쉽게 노래를 선곡해 들을 수 있지만 그 시절만 해도 카세트와 CD플레이어, LP판을 통해서만 음악을 즐기던 시기였다. 늘상 했던 대로 병원에서 준비해준 CD플레이어에 내가 준비해간 음반을 꽂았으나 `지글지글~~툭`, `지글지글~툭`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계가 원망스러웠다.
“선생님이 부르시면 되죠.` `그래 선생님이 부르면 되겠다.` `이야~~박수!!!~`
그렇게 땀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을 내 생애에 만나본 적이 있었나?.
더군다나 이 노래는 꼬마아이와 토이의 `유희열`님이 교차해 불렀던 곡이다. 날것의 목소리와 `고음불가` 뉘앙스에, 떨림과 음율의 고개를 꺼이꺼이 넘어 겨우 완창했던 기억이다.
새벽거리를 예쁘게 만드는
청소하는 미화원아저씨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은 향기가 날리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유를
매일 주는 이름모를 형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꼭 할꺼야
산 너머엔 아침 햇살 기지개 키며
입 다문 거리는 노랠 시작하고
시간의 도움을 받아 우린 또 하루 동안
새로운 꿈을 찾아서 길을 나서야겠지
삶은 영원히 반복되는 여행
-`새벽그림` 가사 일부
https://youtu.be/l-MwD5sVDHk?si=txqGe5di5B65xmO9
Toy - 새벽그림 (옥상달빛 ver.)
토마토처럼 빨개진 얼굴로 끝까지 노래하는 과정에서`잘한다`고 응원하고 어떻게 불러도 `괜찮다`는 허용적인 반응을 보여준 덕에 나는 다행이도 그날의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도움을 주는 대상`이였던 내가 조금 부족해도, 어눌해도 `삑사리도 괜찮아`, `잘하는 구만` 하고 격려는 받는, `도움을 받는 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 뒤로도 몇 개월을 더 그 곳을 방문하면서 `새벽그림` 해프닝이 서로의 마음 거리를 좁이는 계기가 되어서 인지 보조도움인력 없이 혼자 입실할 때는 언제나 무언가 돕고 싶어하는 시선들을 만날 수 있어 든든했다.
근무했던 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했던 중학생 소년도 이런 얘기를 했었다.
`학교에서 봉사시간 채우라고 해서 시작한 건데
도시락을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저에게 고맙다고 하셔서
뭔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초보 엄마가 되어 딸 아이를 위해 마음을 쓰고 돌본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정말 힘들고 지치고 외롭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맑음이, 순수함이, 잘 웃는 모습이, 엉뚱함이, 호기심이, 예쁜 말이, 나의 순간 순간을 온전히 채웠다.
동시에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움받는 대상에서 도움을 주는 이로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
토미 드 파올라가 쓴 `오른발 왼발`이라는 동화책이 있다. 주인공 보비가 아기였을때 할아버지는 오른발, 왼발 걸음마를 가르쳐 주시고, 나무블럭 쌓기도 하고 곁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시간이 흘러 그런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투병 후 거동이 불편해 지자 이번에는 보비가 블럭쌓기도 해드리고 걸음마도 연습시켜 드린다.
친구가 했던 말도 기억난다.
`부족했던 나를 다니는 회사가 이만큼 키웠다. `
그녀는 현재 중간관리자가 되어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도 척척 해내는 열성 근무자가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주변의 사정에 의해 너무 빨리 철이 든 아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어색해 한다. 받아본 편안함의 경험이 적어 상대방이 자신을 돕는 상황이 무척 낯설고 어색하다. 그런 아이가 어른이 되어 만나는 세상엔 혼자서만은 해결할 수 없는 수 많은 문제들이 숨어있다 불쑥 나타나곤 한다.
그럴수록 `약해지기 싫어서`, `부족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버텨본다.
그렇게 *부모화 되어진 그와 그녀는 세상의 모든 힘듬을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애쓴다.
`시간의 도움을 받아 우린 또 하루 동안
새로운 꿈을 찾아서 길을 나서야겠지`
폐쇄병원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했다.
하필이면 의료파업을 해서, 하필이면 보조봉사자가 사정이 있어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그 시간.
`도움을 주어야 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었던 나는 그날로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꺼이 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더 힘을 내어 도움을 주는 일상도 이어갈 수 있었다.
삶은 영원히 반복되는 여행
과거에 도움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는 이로 거듭난 뉴스의 일화를 보면 여전히 세상은 따뜻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누군가의 내민 손을 감사히 붙잡고, 또 내가 손 내밀수 있는 순간엔 망설이지 않는 그런 하루 였으면 좋겠다.
하루가 무심하게 시작되는 것 같지만 새벽을 여는 미화원 공무원들의 정성어른 손길이 닿아 깔끔해진 도로와 길이 있고, 필요한 것을 안전하게 내 집 앞 까지 배달해주는 배달기사님들이 계셔서 고마운 하루다.
*부모화(Parentification): 자녀가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 부모 자녀 간 역할이 역전되는 것을 부모화라 합니다. (출처: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4XX45900028 )